어떤 거짓말

두 사람이 있었다.


"사랑이 지나가면, 무엇이 남을까?"

"거짓말, 그리고 추억?"

"거짓말?"

"응. 거짓말."

"추억은 당연하겠지만, 거짓말은 왜?"

"이별이 찾아오면 사랑하는 동안 했던 말들이 모두 거짓이 되어버리잖아."

"아."

"사랑한다는 말조차."

"정말 거짓말만 남겠네."

"사람들은 영원히 사랑한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영원할 수 없잖아."

"응."

"영원은 커녕, 이별하는 순간에 끝나지."

"이별 전에 끝날지도 모르지. 그 전에 마음은 떠날테니까."

"아, 그런가?"

"어쨌든 참 허망한 거네. 사랑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사랑은 사랑이 아닌게 되버릴 지도 몰라."

"음. 마치, 손을 대면 녹아버리는 눈처럼?"

"응. 손을 대면 눈은 눈이 아닌 물이 되어 흘러버리듯, 그걸 입에 담으면 사랑은 다른 것이 되어 달아날지도 모르지."

"눈을 바라보듯, 사랑도 마음에 간직해야만 한다는 거네."

"뭐, 그렇지."

"말의 덧없음이란."

"그러니 사랑할 수록 말을 아껴야하지 않을까?."

"아낀다고?"

"지킬 수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모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리는 걸까? 사랑 앞에선."

"그럼 말하지 않으면 되잖아."

"그런데,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전할 수 있겠어? 사랑한다고."

"글쎄, 그래도 거짓말이 되는 것보다는 아름답지 않겠어?"

"아예 이별이 찾아오지 않게 하면 되잖아."

"그게 가능할까?"

"역시 불가능하려나."

"사람 역시 말만큼이나 불완전한 존재인데."

"역시 시작과 끝은 떼어놓을 수 없는 거라고?"

"응. 하지만 난 믿고 싶어."

"응?"

"이 세상 어딘가에는 끝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이별이 찾아와도 끝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응. 나도 믿고 싶어."

당신과 함께라면, 끝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2007/01/05 09:20 2007/01/05 09:20

시간에 기대어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에 한 명만 만날 수 있다기에
고개를 숙였어.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나 함께할 수는 없다하기에
눈물을 흘렸어.

어째서 전해지지 않는 걸까?
그 간절한  마음들은

어떻게 알아챌 수 없는 걸까?
그 애타는 눈빛들은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는다기에
놓치고 말았어.

유유히 떠나가는 마음은
한번도 되돌릴 수는 없다하기에
멀어져 버렸어.

결국엔 찾아낼 수 없는 걸까?
영원으로 가는 길은

다시는 만날 수는 없는 걸까?
영혼의 짝, 그 운명은



잡아도 멈출 수는 없는 걸까?
깨질 듯한 시간들은

어째서 멈춰지지 않는 걸까?
터질 듯한 눈물들은
2007/01/04 09:42 2007/01/04 09:42

예루살렘

두 사람이 있었다.


"사랑하라. 북극의 연인들처럼."

"뭐? 북극의 연인들?"

"응. 북극의 연인들처럼."

"왜 하필이면 북극의?"

"너무나 추운 북극에서는 서로 체온을 나누지 않으면 살 수 없지 않을까?"

"그럼 헤어지면 죽게 되는 건가?"

"아마 얼어죽겠지".

"무서운데."

"좀 그런가?"

"그럼 난 이렇게 말하겠어."

"어떻게?"

"사랑하라. 어느 사막의 이교도들처럼."

"사막의 이교도들? 그게 더 이상해."

"잘 들어봐. 어느 사막을 건너는 이교도들의 이야기야."

"듣고 있어."

"서로 다른 종교를 섬기는 두 수행자가 있었어. 그 둘은 모두 각자의 성지를 향해 여행하고 있었지."

"그래서 이교도들이구나."

"응. 두 수행자의 성지들은 모두 한 사막을 건너야해. 그런데 그 사막은 한 사람의 힘으로는 건너기 힘들지."

"왜?"

"사막의 모래폭풍, 낮의 열기, 밤의 추위 그리고 짐승들. 그 사막에서는 모든 게 위험이니까."

"그래서 두 사람이 힘을 합해야겠네."

"그렇지. 두 평화로운 수행자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막을 건너지."

"평화로운?"

"서로 반목하는 종교의 수행자들이라면 서로 의지할 수 있겠어? 과거의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처럼 다툼이 있겠지."

"그렇겠네. 그럼 둘 다 사막을 지나지 못하는구나."

"응. 그 긴 여행동안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고, 또 서로에게 이교도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서 교감하고."

"그러다 사랑에 빠진다?"

"꼭 사랑이 아니라도, 이해와 교감이 중요한 거지."

"그럼 사막을 다 건너면?"

"그들은 다시 각자의 성지를 찾아 떠나겠지."

"그럼 이별인 건가."

"슬픈 이야기가 되나?"

"응."

"그렇지만 그들의 성지가 같을 수도 있겠지."

"마치 '예루살렘'처럼?"

"응. 서로 다른 종교지만 성지는 같을 수도 있지."

"그럼 같았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좋겠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사막을 건너며 함께 했던 시간이 아닐까?"

"이별도 있겠지만 사랑했던 시간이 중요하다?"

"응. 이해와 교감이 있었던 시간, 그 시간이 '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좀 슬프지만, 그럴 거같아."

"인간의 모두 서로에게 이교도인 거야."

"왜?"

"모두 다른 세계관과 사고방식과 취향을 갖고 있으니깐. 어떻게 보면, 그것도 하나의 '종교'지."

"그래서 그 이교도들처럼 사랑하라?"

"응. 이교도들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이교도이겠지만 결국 같은 성지를 향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2007/01/03 09:20 2007/01/03 09:20

일 더하기 일

두 사람이 있었다.


"일 더하기 일은 얼마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2."

"아니."

"그럼 넌센스?

"넌센스도 아니야."

"그럼?"

"두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말이야. 예를 들어 우정이나 사랑에서."

"2가 되면 본전이고 3정도면 괜찮은 우정이나 사랑이겠지."

"그렇겠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아 보이는 걸."

"응."

"차마 2도 되지 못하는 사랑도 많아보여."

"뭐 현실은 그렇지."

"그런 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2도 못되고 1이 된다고 사랑이 아닐까?"

"서로 소모하기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과연 가치가 있는 걸까?"

"가치?"

"관계를 유지해나갈 만한 가치."

"사랑에 가치를 따지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

"그럼?"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물론 그렇겠지만."

"인정하지?"

"하지만 나를 비움으로써 더 채운다고 해야하나?"

"응?"

"서로 공유하고 희생하고...그러면서 서로 더 발전해나가는 거. 그런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그것도 맞는 말이네."

"더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서로 소모만 한다면 그건 사랑도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그렇게 서로 소모하다 관계가 끝나게 되는 거겠네."

"아마도 그렇겠지. 서로에게 지치겠지."

"그래서 많은 연인들이 헤어지는 거구나."

"아무나 역사 속의 위대한 연인들처럼 10이나 100, 1000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럼 위인전에라도 나오겠지."

"그렇겠네. 평범한 사람들은 3만 되어도 성공한게 아닐까?"

"그럼, 우리는 3이 될 수 있을까?"

"글쎄, 그건 물과 기름을 섞을 수 있을까와 비슷한 질문인 걸."

"뭐?"

그때의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요?
2007/01/02 11:19 2007/01/02 11:19

바다의 끝에서

두 사람이 있었다.


"와, 바다야! 정말 오랜만이야!"

"응. 나도 정말 오랜만이네. 겨울바다는"

"와아~"

"신발 조심하라구."

"벌써 조금 젖었어."

"어떤 사람은 여기를 '바다의 끝'이라고 했어."

"바다의 끝?"

"응. 아마 바다의 입장에서는 육지와 만나는 이곳이 끝이겠지."






"난, 언제나 타오르던 사랑이 결국 차갑게 식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만 해왔어."

"그럼, 사랑이 타오르게 하지마."

"타오르지 않게?"

"그런 차가운 사랑도 있지 않을까?"

"차가운 사랑이라. 어떤 걸까?"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타오르게 할 연료가 바닥나면... 그땐 죽는 거야."

"죽는 건, 너무 과격하잖아."

"그게 진짜였다면. 그렇다면 해볼 만 하지 않겠어?"

"그럴까?"





"있잖아."

"응? 잘 안들려!"

"있잖아, 내 '끝'이 되어줘. 날아가지 않을게."

"끝이란 없어. 단지 시작만이 있는거야!"

"시작만? 응."

"날아가든 날아가지 않은 상관없어. 그게 운명이라면."

"응. 운명이라면."

"넌, 나에겐 모든 시작인 걸!"

"응. 나에게 너도."

"(널 만나서 너무 기쁘고 널 알아서 너무 슬퍼.)"

"뭐라고? 잘 안들려."

"아니야."

"그럼 우린 바다의 끝에서 시작인 거네!"

"응. 바다의 끝에서."

당신을 만나서 가장 기뻤고 당신을 알아서 가장 슬펐습니다.
2006/12/30 12:15 2006/12/30 12:15

deaf stars, blind words

이제 별들은 소원을 들어주지 않아.

이제 별들은 귀 기울이지도 않아.

now I'm seeing the shining stars.

and just  telling the silent words.


별들은 소리을 들을 수 없는 걸까?

결국 별들은 귀먹어버린 걸까?

now I'm seeing the deaf stars.

and just telling the silent words.


별들에게 소원은 닿을 수 없는걸까?

이젠 소원도 눈멀어버린 걸까?

now I'm seeing the shining stars.

and just telling the blind words.


온통 귀 먹은 별들과 눈 먼 단어들뿐.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들뿐.

now I'm seeing the deaf stars.

and just telling the blind words.


Do you listen to me ?

Can you listen to my mind, my broken...

Can you ?, my everlasting star.

2006/12/29 02:05 2006/12/29 02:05

가만히 앉아서

두 사람이 있었다.


"여기 있었네. 크리스마스는 잘 보냈어?"

"응."

"어떻게 보냈어?'

"그냥, 친구들도 좀 만나고 가족들이랑도."

"응. 그랬구나."

"잘 보냈겠지?"

"응."

"그래."

"추운데 여기 앉아서 뭐하는 거야?"

"기다리고 있어."

"뭘?"

"운명."

"운명?"

"인생은 운명이라는 큰 원 안을 도는 것과 같데."

"큰 원?"

"원이라면,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아마, 그렇겠지."

"그러니 이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보려구. 운명이라는 궤도를 돌아 다시 올 열차를."

"그렇게 앉아만 있으면 운명이 찾아오겠어?"

"그럼?"

"부딪혀야지. 온몸으로."

"난, 이제 욕심부릴 수 없는 걸. 강요할 수도 없는 걸."

"응? 어째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모두 날아가 버렸어. 그러니, 이젠 운명을 기다리는 수 밖에."

"그럼, 그건 운명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런가."

"응. 그럴거야."

"아니, 그런 게 내 운명일지도."

"설마. 그래서 좌절한거야?"

"아니. 아직은 아니야."

"다행이네. 나도 앉아서 기다려볼까?"

"너도?"

"응. 혼자 기다리면 심심할 거 아니야?"

"그럴까."

"그런데. 만약 운명의 열차가 오지 않으면."

"응?"

"내 운명의 열차가 오지 않으면 그땐 어떡하지?"

"난 놓쳐버린 건 아닐까 생각해 왔어. 놓쳤거나 오지 않거나, 그것도 운명이 아닐까?"

내 운명, 그 끝에 당신이 있기를 바랍니다.
2006/12/26 10:54 2006/12/26 10:54

타뷸라 라사

두 사람이 있었다.


"난 말야, 가끔 내가 기억 속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해."

"기억?"

"응, 사실 난 언젠가 죽었지만 내 기억은 남아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그럼 다른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그렇겠지? 아마도."

"그럼 나도 누군가의 기억이 만들어낸 허상일 수도 있겠는데?"

"설마. 그런가? 나만 허상일 수도 있어. 네 기억 속에서."

"그럼, 그 반대도 가능한데?"

"그럴지도. 아니면 둘 다 허상이거나."

"난, 나를 둘러싼 세상이 사실은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일이 있어."

"매트릭스처럼?"

"응, 꿈을 깨면 전혀 다른 세상일지도. 그 현실에서 사실 우린 지구인이 아닐지도 몰라."

"지구인이 아니면?"

"외계인인데 가상현실 속에서 지구인 놀이를 하고 있는 걸지도."

"이 놀이는 그럼 언제 끝나려나?"

"놀이 속에서 죽어야 끝나지 않을까? Game over처럼."

"아, 기억이란 참 우스운 거같아. 기억이 희미해지면 우리 중 허상인 사람도 사라지겠네."

"그렇겠지. 혹시, Tabula Rasa라고 들어봤어?"

"타뷸라 라사?"

"응, 어떤 경험도 하지 않은 인간의 정신 상태래. 아마 막 태어난 아기의 상태겠지."

"그런데, 갑자기 왜?"

"지금 정신이 그렇게 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경험이 없다면 기억도 없을테니."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도 있는거야?"

"아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 혹시 있어?"

"글쎄. 별로 소중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그냥 평범한 없는 기억인 걸."

"그래도."

"뭐, 설원의 기억이라고 해야하나. 가끔씩 눈보라가 치는."

"설원의 기억?

"조금은 시린 기억 뿐이라고."

"괜히 물었네."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바보같은 기억 뿐인데 뭐."

"저기. 기억해줄래?."

"응?"

"날 기억해줘."

"응, 그럴게. 조심해서 들어가.'

"응. 잘 가."





"...있잖아."

"...응?"

"...나도, 그 말 하고 싶었어. 기억해 달라고. Merry Christmas."

"Merry Christmas."

제 기억이 모두 지워진다면, 그때는 당신을 가장 먼저 만나고 싶습니다.
2006/12/23 10:51 2006/12/23 10:51

제로섬

두 사람이 있었다.


"이상한 말 같지만,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는 누구도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거야."

"모두 행복하다면? 글쎄."

"행복도 상대적인 개념이 아닐까?

"상대적?"

"응, 누군가 불행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알 수 있듯이."

"아, 상대적으로 자신은 불행하지 않으니 행복한 거다?"

"응, 비슷해."

"정말. 그런 거 같기도 해."

"행복과 불행이 불가분의 관계라면 합은 0이 되야하니,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겠지."

"그런거 왠지 들어본 듯한데?"

"아, 어떤 경제학자가 말한 '제로섬(Zero-Sum)'과 비슷한 얘기지."

"제로섬?"

"응, 한 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봐서 그 합은 0이 된다고."

"그런 걸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다른 감정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감정들도 마찬가지라니?"

"누군가는 기쁘고 누군가는 슬프고 누군가는 절망하고... 어떤 순간에도 모든 인간이 모두 같은 기분은 아니잖아. 축구에서 한 팀이 골을 넣으면 그 팀이나 팬은 기쁘겠지만, 다른 팀이나 팬은 실망하는 것처럼."

"듣고보니 그럴 듯 하네."

"결국 어떤 사람이 행복하려면, 다른 누군가는 불행해야할 거야. '누군가'는."

"누군가?"

"응, 우리가 될 수도 있겠지. 그 '누군가'가."

"그렇다면 정말 억울한 일이겠는데."

"고독이란 것도 그런 걸지도 몰라."

"그래서 고독한 거라고?"

"제로섬이 맞다면 누군가는 그래야하겠지.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고."

"정말 그걸 믿는거야?"

"응. 아니, 믿고 싶지 않지만 믿게 되는 걸."

"그런데, 있잖아."

"응?"

"그건 누가 생각한 거야? 고독의 제로섬."

"내가."

"그런데 그 가설엔 큰 오류가 있는 걸?"

"어떤 점?"

"우리 지금은 불행하지도 고독하지도 않잖아."

당신과 함께일 때 난 불행하지도 고독하지도 않았습니다.
2006/12/22 09:37 2006/12/22 09:37

시간의 농도

두 사람이 있었다.


"알고 있어?"

"응?"

"이길을 함께 걷는 사람하고는 이별하게 된데."

"응, 들은 적 있어."

"아아. 그럼, 우리도 언젠가는 못 보게 되겠구나."

"뭐, 그럴지도. 슬프게도 모든 시작은 끝을 향하고 있는 걸."

"그렇다지."

"동전의 양면처럼. 시작과 끝, 떼어놓을 수 없다 잖아."

"그래도 헤어짐은 언제나 아쉬운 걸."

"시작과 끝, 만남과 이별은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럼?"

"그 시간의 길이보다 중요한건, '시간의 농도'라고 생각해."

"시간의 농도?"

"응.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글쎄, '시간이 기억 속에 새겨지는 정도'라고 할까."

"그럼, 시간의 가치!"

"아, '가치'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그렇다면, 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시간은 언제 즈음일까?"

"영혼의 짝과 함께 보낸 시간이라면 그 농도는 어떤 시간에도 비교할 수 없지 않을까?"

"영혼의 짝?"

"응. 영혼의 짝, 영어로는 Soulmate"

"나도 그건 안다고."

"그냥 그렇다고."

"그런데, 그 시간은 어떻게 알 수 있으려나."

"확실히 알 수는 없겠지만, 마지막 눈을 감을 때 스쳐가는 시간은 그 시간이 아닐까?"

"그럼 눈을 감을 때야 알 수 있는거야?"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 영혼의 짝."

"난 보는 순간, 직감으로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 아직 그, 감이 안 온 거야?

"Anam Cara"

"응?"

"아니야. 이제 이 길의 끝이네. 그럼 이별인 건가?"

"아니 아직은. 뭣 좀 마시자."

이 길의 끝에 이별이 있다해도 당신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2006/12/21 11:06 2006/12/21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