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었네. 크리스마스는 잘 보냈어?"
"응."
"어떻게 보냈어?'
"그냥, 친구들도 좀 만나고 가족들이랑도."
"응. 그랬구나."
"잘 보냈겠지?"
"응."
"그래."
"추운데 여기 앉아서 뭐하는 거야?"
"기다리고 있어."
"뭘?"
"운명."
"운명?"
"인생은 운명이라는 큰 원 안을 도는 것과 같데."
"큰 원?"
"원이라면,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아마, 그렇겠지."
"그러니 이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보려구. 운명이라는 궤도를 돌아 다시 올 열차를."
"그렇게 앉아만 있으면 운명이 찾아오겠어?"
"그럼?"
"부딪혀야지. 온몸으로."
"난, 이제 욕심부릴 수 없는 걸. 강요할 수도 없는 걸."
"응? 어째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모두 날아가 버렸어. 그러니, 이젠 운명을 기다리는 수 밖에."
"그럼, 그건 운명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런가."
"응. 그럴거야."
"아니, 그런 게 내 운명일지도."
"설마. 그래서 좌절한거야?"
"아니. 아직은 아니야."
"다행이네. 나도 앉아서 기다려볼까?"
"너도?"
"응. 혼자 기다리면 심심할 거 아니야?"
"그럴까."
"그런데. 만약 운명의 열차가 오지 않으면."
"응?"
"내 운명의 열차가 오지 않으면 그땐 어떡하지?"
"난 놓쳐버린 건 아닐까 생각해 왔어. 놓쳤거나 오지 않거나, 그것도 운명이 아닐까?"
내 운명, 그 끝에 당신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