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있었다.


"난 말야, 가끔 내가 기억 속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해."

"기억?"

"응, 사실 난 언젠가 죽었지만 내 기억은 남아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그럼 다른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그렇겠지? 아마도."

"그럼 나도 누군가의 기억이 만들어낸 허상일 수도 있겠는데?"

"설마. 그런가? 나만 허상일 수도 있어. 네 기억 속에서."

"그럼, 그 반대도 가능한데?"

"그럴지도. 아니면 둘 다 허상이거나."

"난, 나를 둘러싼 세상이 사실은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일이 있어."

"매트릭스처럼?"

"응, 꿈을 깨면 전혀 다른 세상일지도. 그 현실에서 사실 우린 지구인이 아닐지도 몰라."

"지구인이 아니면?"

"외계인인데 가상현실 속에서 지구인 놀이를 하고 있는 걸지도."

"이 놀이는 그럼 언제 끝나려나?"

"놀이 속에서 죽어야 끝나지 않을까? Game over처럼."

"아, 기억이란 참 우스운 거같아. 기억이 희미해지면 우리 중 허상인 사람도 사라지겠네."

"그렇겠지. 혹시, Tabula Rasa라고 들어봤어?"

"타뷸라 라사?"

"응, 어떤 경험도 하지 않은 인간의 정신 상태래. 아마 막 태어난 아기의 상태겠지."

"그런데, 갑자기 왜?"

"지금 정신이 그렇게 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경험이 없다면 기억도 없을테니."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도 있는거야?"

"아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 혹시 있어?"

"글쎄. 별로 소중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그냥 평범한 없는 기억인 걸."

"그래도."

"뭐, 설원의 기억이라고 해야하나. 가끔씩 눈보라가 치는."

"설원의 기억?

"조금은 시린 기억 뿐이라고."

"괜히 물었네."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바보같은 기억 뿐인데 뭐."

"저기. 기억해줄래?."

"응?"

"날 기억해줘."

"응, 그럴게. 조심해서 들어가.'

"응. 잘 가."





"...있잖아."

"...응?"

"...나도, 그 말 하고 싶었어. 기억해 달라고. Merry Christmas."

"Merry Christmas."

제 기억이 모두 지워진다면, 그때는 당신을 가장 먼저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