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있었다.


"이상한 말 같지만,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는 누구도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거야."

"모두 행복하다면? 글쎄."

"행복도 상대적인 개념이 아닐까?

"상대적?"

"응, 누군가 불행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알 수 있듯이."

"아, 상대적으로 자신은 불행하지 않으니 행복한 거다?"

"응, 비슷해."

"정말. 그런 거 같기도 해."

"행복과 불행이 불가분의 관계라면 합은 0이 되야하니,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겠지."

"그런거 왠지 들어본 듯한데?"

"아, 어떤 경제학자가 말한 '제로섬(Zero-Sum)'과 비슷한 얘기지."

"제로섬?"

"응, 한 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봐서 그 합은 0이 된다고."

"그런 걸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다른 감정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감정들도 마찬가지라니?"

"누군가는 기쁘고 누군가는 슬프고 누군가는 절망하고... 어떤 순간에도 모든 인간이 모두 같은 기분은 아니잖아. 축구에서 한 팀이 골을 넣으면 그 팀이나 팬은 기쁘겠지만, 다른 팀이나 팬은 실망하는 것처럼."

"듣고보니 그럴 듯 하네."

"결국 어떤 사람이 행복하려면, 다른 누군가는 불행해야할 거야. '누군가'는."

"누군가?"

"응, 우리가 될 수도 있겠지. 그 '누군가'가."

"그렇다면 정말 억울한 일이겠는데."

"고독이란 것도 그런 걸지도 몰라."

"그래서 고독한 거라고?"

"제로섬이 맞다면 누군가는 그래야하겠지.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고."

"정말 그걸 믿는거야?"

"응. 아니, 믿고 싶지 않지만 믿게 되는 걸."

"그런데, 있잖아."

"응?"

"그건 누가 생각한 거야? 고독의 제로섬."

"내가."

"그런데 그 가설엔 큰 오류가 있는 걸?"

"어떤 점?"

"우리 지금은 불행하지도 고독하지도 않잖아."

당신과 함께일 때 난 불행하지도 고독하지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