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f stars, blind words

이제 별들은 소원을 들어주지 않아.

이제 별들은 귀 기울이지도 않아.

now I'm seeing the shining stars.

and just  telling the silent words.


별들은 소리을 들을 수 없는 걸까?

결국 별들은 귀먹어버린 걸까?

now I'm seeing the deaf stars.

and just telling the silent words.


별들에게 소원은 닿을 수 없는걸까?

이젠 소원도 눈멀어버린 걸까?

now I'm seeing the shining stars.

and just telling the blind words.


온통 귀 먹은 별들과 눈 먼 단어들뿐.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들뿐.

now I'm seeing the deaf stars.

and just telling the blind words.


Do you listen to me ?

Can you listen to my mind, my broken...

Can you ?, my everlasting star.

2006/12/29 02:05 2006/12/29 02:05

가만히 앉아서

두 사람이 있었다.


"여기 있었네. 크리스마스는 잘 보냈어?"

"응."

"어떻게 보냈어?'

"그냥, 친구들도 좀 만나고 가족들이랑도."

"응. 그랬구나."

"잘 보냈겠지?"

"응."

"그래."

"추운데 여기 앉아서 뭐하는 거야?"

"기다리고 있어."

"뭘?"

"운명."

"운명?"

"인생은 운명이라는 큰 원 안을 도는 것과 같데."

"큰 원?"

"원이라면,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아마, 그렇겠지."

"그러니 이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보려구. 운명이라는 궤도를 돌아 다시 올 열차를."

"그렇게 앉아만 있으면 운명이 찾아오겠어?"

"그럼?"

"부딪혀야지. 온몸으로."

"난, 이제 욕심부릴 수 없는 걸. 강요할 수도 없는 걸."

"응? 어째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모두 날아가 버렸어. 그러니, 이젠 운명을 기다리는 수 밖에."

"그럼, 그건 운명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런가."

"응. 그럴거야."

"아니, 그런 게 내 운명일지도."

"설마. 그래서 좌절한거야?"

"아니. 아직은 아니야."

"다행이네. 나도 앉아서 기다려볼까?"

"너도?"

"응. 혼자 기다리면 심심할 거 아니야?"

"그럴까."

"그런데. 만약 운명의 열차가 오지 않으면."

"응?"

"내 운명의 열차가 오지 않으면 그땐 어떡하지?"

"난 놓쳐버린 건 아닐까 생각해 왔어. 놓쳤거나 오지 않거나, 그것도 운명이 아닐까?"

내 운명, 그 끝에 당신이 있기를 바랍니다.
2006/12/26 10:54 2006/12/26 10:54

타뷸라 라사

두 사람이 있었다.


"난 말야, 가끔 내가 기억 속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해."

"기억?"

"응, 사실 난 언젠가 죽었지만 내 기억은 남아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그럼 다른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그렇겠지? 아마도."

"그럼 나도 누군가의 기억이 만들어낸 허상일 수도 있겠는데?"

"설마. 그런가? 나만 허상일 수도 있어. 네 기억 속에서."

"그럼, 그 반대도 가능한데?"

"그럴지도. 아니면 둘 다 허상이거나."

"난, 나를 둘러싼 세상이 사실은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일이 있어."

"매트릭스처럼?"

"응, 꿈을 깨면 전혀 다른 세상일지도. 그 현실에서 사실 우린 지구인이 아닐지도 몰라."

"지구인이 아니면?"

"외계인인데 가상현실 속에서 지구인 놀이를 하고 있는 걸지도."

"이 놀이는 그럼 언제 끝나려나?"

"놀이 속에서 죽어야 끝나지 않을까? Game over처럼."

"아, 기억이란 참 우스운 거같아. 기억이 희미해지면 우리 중 허상인 사람도 사라지겠네."

"그렇겠지. 혹시, Tabula Rasa라고 들어봤어?"

"타뷸라 라사?"

"응, 어떤 경험도 하지 않은 인간의 정신 상태래. 아마 막 태어난 아기의 상태겠지."

"그런데, 갑자기 왜?"

"지금 정신이 그렇게 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경험이 없다면 기억도 없을테니."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도 있는거야?"

"아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 혹시 있어?"

"글쎄. 별로 소중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그냥 평범한 없는 기억인 걸."

"그래도."

"뭐, 설원의 기억이라고 해야하나. 가끔씩 눈보라가 치는."

"설원의 기억?

"조금은 시린 기억 뿐이라고."

"괜히 물었네."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바보같은 기억 뿐인데 뭐."

"저기. 기억해줄래?."

"응?"

"날 기억해줘."

"응, 그럴게. 조심해서 들어가.'

"응. 잘 가."





"...있잖아."

"...응?"

"...나도, 그 말 하고 싶었어. 기억해 달라고. Merry Christmas."

"Merry Christmas."

제 기억이 모두 지워진다면, 그때는 당신을 가장 먼저 만나고 싶습니다.
2006/12/23 10:51 2006/12/23 10:51

제로섬

두 사람이 있었다.


"이상한 말 같지만,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는 누구도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거야."

"모두 행복하다면? 글쎄."

"행복도 상대적인 개념이 아닐까?

"상대적?"

"응, 누군가 불행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행복하다는 걸 알 수 있듯이."

"아, 상대적으로 자신은 불행하지 않으니 행복한 거다?"

"응, 비슷해."

"정말. 그런 거 같기도 해."

"행복과 불행이 불가분의 관계라면 합은 0이 되야하니,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겠지."

"그런거 왠지 들어본 듯한데?"

"아, 어떤 경제학자가 말한 '제로섬(Zero-Sum)'과 비슷한 얘기지."

"제로섬?"

"응, 한 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봐서 그 합은 0이 된다고."

"그런 걸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다른 감정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감정들도 마찬가지라니?"

"누군가는 기쁘고 누군가는 슬프고 누군가는 절망하고... 어떤 순간에도 모든 인간이 모두 같은 기분은 아니잖아. 축구에서 한 팀이 골을 넣으면 그 팀이나 팬은 기쁘겠지만, 다른 팀이나 팬은 실망하는 것처럼."

"듣고보니 그럴 듯 하네."

"결국 어떤 사람이 행복하려면, 다른 누군가는 불행해야할 거야. '누군가'는."

"누군가?"

"응, 우리가 될 수도 있겠지. 그 '누군가'가."

"그렇다면 정말 억울한 일이겠는데."

"고독이란 것도 그런 걸지도 몰라."

"그래서 고독한 거라고?"

"제로섬이 맞다면 누군가는 그래야하겠지.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고."

"정말 그걸 믿는거야?"

"응. 아니, 믿고 싶지 않지만 믿게 되는 걸."

"그런데, 있잖아."

"응?"

"그건 누가 생각한 거야? 고독의 제로섬."

"내가."

"그런데 그 가설엔 큰 오류가 있는 걸?"

"어떤 점?"

"우리 지금은 불행하지도 고독하지도 않잖아."

당신과 함께일 때 난 불행하지도 고독하지도 않았습니다.
2006/12/22 09:37 2006/12/22 09:37

시간의 농도

두 사람이 있었다.


"알고 있어?"

"응?"

"이길을 함께 걷는 사람하고는 이별하게 된데."

"응, 들은 적 있어."

"아아. 그럼, 우리도 언젠가는 못 보게 되겠구나."

"뭐, 그럴지도. 슬프게도 모든 시작은 끝을 향하고 있는 걸."

"그렇다지."

"동전의 양면처럼. 시작과 끝, 떼어놓을 수 없다 잖아."

"그래도 헤어짐은 언제나 아쉬운 걸."

"시작과 끝, 만남과 이별은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럼?"

"그 시간의 길이보다 중요한건, '시간의 농도'라고 생각해."

"시간의 농도?"

"응.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글쎄, '시간이 기억 속에 새겨지는 정도'라고 할까."

"그럼, 시간의 가치!"

"아, '가치'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그렇다면, 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시간은 언제 즈음일까?"

"영혼의 짝과 함께 보낸 시간이라면 그 농도는 어떤 시간에도 비교할 수 없지 않을까?"

"영혼의 짝?"

"응. 영혼의 짝, 영어로는 Soulmate"

"나도 그건 안다고."

"그냥 그렇다고."

"그런데, 그 시간은 어떻게 알 수 있으려나."

"확실히 알 수는 없겠지만, 마지막 눈을 감을 때 스쳐가는 시간은 그 시간이 아닐까?"

"그럼 눈을 감을 때야 알 수 있는거야?"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 영혼의 짝."

"난 보는 순간, 직감으로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 아직 그, 감이 안 온 거야?

"Anam Cara"

"응?"

"아니야. 이제 이 길의 끝이네. 그럼 이별인 건가?"

"아니 아직은. 뭣 좀 마시자."

이 길의 끝에 이별이 있다해도 당신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2006/12/21 11:06 2006/12/21 11:06

우루과이

두 사람이 있었다.


"난 어렸을 때, 내 반쪽은 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중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어린 왕자라도 지구로 찾아와야하나."

"어린 왕자라... 그럴지도."

"그런데 태양처럼 빛을 내는 별에는 너무 뜨거워서 생명체가 살 수 없어."

"아, 그렇겠네. 미안해요 내 반쪽, 당신은 타 죽었군요."

"아마 그 별에 딸린 어떤 행성에 살고 있을지도. 태양에 딸린 지구에 우리가 살고 있듯."

"아니면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어."

"음, 지구 반대편?"

"응, '해피 투게더'처럼."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

"응, '홍콩'의 반대편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날아간 주인공처럼."

"아, 홍콩의 '대척점'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였지."

"대척점?"

"응, 대척점. 지구의 정반대 지점을 대척점이라고 한데."

"그럼, 한국의 대척점?"

"한국의 대척점은 '우루과이'쯤이라나."

"우루과이?"

"응."

"그럼, 언젠가 가보아야겠는걸."

"있잖아."

"응?"

"나도 예전에 그런 생각한 적이 있었어. 지구 반대편."

"정말?"

"응, 정말."

"그럼 언젠가 같이 우루과이 가는거야?"

"그래야하나. 그런데 그럼, 거기가서 동성연애라도 해야하는건가?"

"뭐?"

"'해피 투게더'라며."

그곳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2006/12/20 10:34 2006/12/20 10:34

얼음땡

두 사람이 있었다.


"이봐요!"

"...응?"

"혼자 가는거야? 난 여기 서있는데."

"아, 미안."

"무슨 생각하는데?"

"지난번에 이야기했었던 '열병'에 대해서."

"죽을까봐?"

"아니."

"그럼?"

"봄이 가까워지고 눈이 녹다가 그 봄이 다시 멀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얼어버리겠지."

"응. 눈이 녹다 얼어버리면 얼음이 되겠지. 눈보다 단단한 얼음."

"응. 얼음."

"그 얼음은 말야 쉽게 녹지도 않을거야."

"그렇겠지."

"눈보다 얼음에게 봄은 더 멀겠지?"

"아마 그렇겠지."

"이젠 봄이 온다는 건 정말 두려운 일이야."

"더 심한 열병이 되려나."

"아니. 열병보다도 다시 돌아가야한다는 게."

"무슨일 있어? 의기소침해진 거야?"

"그런건 아니야. 아무튼 봄이란 내겐 너무 먼 이야기인지도 몰라. 이젠,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당연? 어째서?"

"그건 비밀."

"뭐야, 궁금하게해놓고."

"춥고 배도 고픈데 요기나 하러가자."

"그래."

"어? 거기서 뭐해 안갈거야?"

"아까 '얼음'했으니 와서 '땡'해주고가."

"그래 '땡'이다."

그대가 내 마음의 봄이 되길 바랍니다.
2006/12/19 18:55 2006/12/19 18:55

나보다 큰

그림자


나보다 큰 그림자...

나보다 큰 내 삶...

나보다 큰 세상...

나보다 큰 내 운명...

결국 나는 너무나 작아서,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네요.
2006/12/18 17:08 2006/12/18 17:08

돌이킬 수 없는 것들

두 사람이 있었다.


"어떤 원소는 동물이 먹고 소화하고 배설물되서 바다로 흘러간 후 침전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지금까지 계속 육지에 있는 그 원소를 이용한 거지."

"그럼 육지에서 그 원소가 고갈되면 동물은 모두 멸종되는 건가?"

"아마 그렇겠지."

"슬픈 이야긴 걸. 하긴 그런 일이 있기전에 우린 없어지겠지만."

"뭐, 그렇지. 돌이킬수 없는 건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니."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거야?"

"뭘?"

"그 원소."

"모르지. 지각변동이 일어나서 바다가 육지가 된다면 되돌아가는 게 아닐까?"

"그럼 다행이네."

"삶이란 것도 전혀 되돌릴 수 없지는 않을거야. 물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윤회(輪廻)를 믿는다면."

"불교에서 죽고난 다음에 다시 태어나는 거?"

"응. 그거."

"좀 다른 거 아냐?"

"되돌린다는 표현이 잘못되으면,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해야하나?"

"그럼, 그때도 우리 만나서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까?"

"모르지. 아마 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건 좀 아쉬운데."

"뭐, 인연(因緣)이라면 다음 삶에서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인연이 아니라면?"

"인연이 아니라는 건 없을거야. 다만 그 인연이 약하다면 그땐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겠지."

"그것도 슬픈이야기다."

"걱정마. 내가 널 꼭 알아볼테니."

"정말?"

"응. 하지만 혹시 모르니 너도 꼭 알아봐줘."

"응. 그럴게. 꼭."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2006/12/18 10:38 2006/12/18 10:38

눈이 녹으면

두 사람이 있었다.


"눈이 녹으면 몸이 온다고 그랬나?"

"응, 그렇지."

"한 가지 더 있어."

"음. 뭐?"

"눈이 녹으면 더 추워진다는 거."

"그런가?"

"눈이 녹으면서 대기중의 열을 빼앗으니까..."

"그렇겠네. 그렇다면 봄이 되기까지의 산통인 건가."

"뭐, '열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열병?"

"응, 열병. 고독을 벗어나기까지의 열병."

"음..."

"고독에 머무를 때는 쓸쓸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잖아."

"아! 그 고독이라는 겨울이 녹는 봄이 아까워지면 비로소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응, 그때가 되어야 그 쓸쓸함이 한꺼번에 찾아오겠지. 계절이 바뀌면서 감기에 잘 걸리듯."

"겁나는데!"

"응?"

"아마, 너무 고독 속에 오래 있던 사람은 그 열병이 찾아오면 죽을지도 몰라."

"그런건가."

"어, 눈이다."

"올해도 느지막하게 오는구나."

"한번 고독 속을 걸어볼까?"

"그래."
2006/12/17 23:08 2006/12/17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