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으면 몸이 온다고 그랬나?"
"응, 그렇지."
"한 가지 더 있어."
"음. 뭐?"
"눈이 녹으면 더 추워진다는 거."
"그런가?"
"눈이 녹으면서 대기중의 열을 빼앗으니까..."
"그렇겠네. 그렇다면 봄이 되기까지의 산통인 건가."
"뭐, '열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열병?"
"응, 열병. 고독을 벗어나기까지의 열병."
"음..."
"고독에 머무를 때는 쓸쓸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잖아."
"아! 그 고독이라는 겨울이 녹는 봄이 아까워지면 비로소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응, 그때가 되어야 그 쓸쓸함이 한꺼번에 찾아오겠지. 계절이 바뀌면서 감기에 잘 걸리듯."
"겁나는데!"
"응?"
"아마, 너무 고독 속에 오래 있던 사람은 그 열병이 찾아오면 죽을지도 몰라."
"그런건가."
"어, 눈이다."
"올해도 느지막하게 오는구나."
"한번 고독 속을 걸어볼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