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음

결국 어떤 것도 한 순간에 변화할 수는 없다.


빗 속에 녹아들고 싶은 때가 있었다.

바람에 흩어지고 싶은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난 아직도 여기에 있다.


인간의 그 어쩔 수 없음에,

그래서 난 그대로 여기에 있다.
2006/09/13 12:01 2006/09/13 12:01

멈춰서서 바라볼 수 없다면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랴

…….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들로 가득 찬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에서 시작된 미소가

입가로 번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가련한 인생이 아니랴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지금 읽고 있는 '공지영'의 '빗방울처럼 나느 혼자였다'에 인용된 시.

시를 읽지 않은지 오래되었는데, 이 책에서 멋진 시들을 발견했다.
2006/09/03 02:46 2006/09/03 02:46

어둠속에서

길고 깊은 잠에서 깨어서 눈을 떴을 때,

눈 앞은 온통 어둠 뿐이었다.

사람들이 있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하였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비명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리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누군가 하나 둘 쓰러지는 소리,

방향을 알 수 없는 바쁜 걸음 소리들.

무엇인가 배를 가격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들.

둔탁한 그것을 잡아 어림짐작으로 사정없이 가격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따뜻하고 끈끈한 액체의 느낌.

나의 피인지 혹은 그것의 피인지.

이제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산발적으로 들리는 소리들.

걸음을 내딪을 때마다 발치에 걸리는 뜨뜨미지근한 것들.

...

갑자기 빛이 몰려왔다.

수 분간의 눈부심...

눈을 떴을 때 눈 앞에 있었던 것들은...
2006/08/28 18:07 2006/08/28 18:07

그래서 그렇게...

텅빈 노트에 그리운 이름을 적어보고...
...
...
...

텅빈 거리에 그리운 모습을 그려보고...
...
...
...

텅빈 마음에 그리운 목소리를 떠올려보고...
...
...
...

그래서 그대는 또 그렇게...

그래서 그대는 또 그렇게...
2006/08/25 16:34 2006/08/25 16:34

Last days...

갑자기 생각났다.

'마지막 방학이구나.'

마지막 방학, 3주의 마지막 주


밀려오는 우울.

자꾸만 떠오르는 슬픈 노래들.

'롤러코스터'의 '습관', '정여진'의 'Too far away' 이런 노래들.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슬픔들.


나의 마지막 방학도 이렇게 흘러가니...

마지막 학창 시절도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구나.
2006/08/18 01:02 2006/08/18 01:02

길을 묻다



길을 걷다가

한 사람이 길을 묻습니다.

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이 길을 묻습니다.

길을 걷다가

낯선 사람이 길을 묻습니다.



길을 걸어도

그대는 길을 묻지 않으십니다.

길을 물어도

그대라는 길은 알 수 없습니다.

언제쯤이면

그대, 제 길이 되어 오십니까.


'그대, 제 길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2006/08/07 02:35 2006/08/07 02:35

반어(反語) 2

"나는 예수를 좋아한다.

하지만 난 크리스챤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하트마 간디-

이번 아프카니스탄 문제에 일침이 될 만한 간디의 명언.
2006/08/05 10:27 2006/08/05 10:27

사람, 삶, 사랑

사람의 '몸(人 = ㅏ)'이 사라져도 남는 이야기들, 바로 '삶'

사람의 '모난 마음(미음 = ㅁ)'을 둥글게 만드는 무엇, 바로 '사랑'
2006/07/25 10:48 2006/07/25 10:48

반어(反語) 1

쏟아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전에 다 마셔버리고 말지.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고 있느니 그러고 말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해가 뜨는 것이 아니고 지구가 도는 것이지.

자느라 뜨는 것을 볼 수 없지만 등을 돌리면 볼 수 있는 걸.
2006/07/22 23:39 2006/07/22 23:39

사이의 강

1.

처음부터 정해졌을 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어긋나기만 했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사이의 미세한 균열이
결국 우리 사이에 유유한 강을 이루고 말았다.
작은 균열에 결국 빙산이 무너지는 것 처럼...


2.

그렇게 돌아오는 나의 길은
언제나 가슴이 무너지는 공허뿐이었다.
다음은 기약 없는 단어일 뿐.
돌아선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결국 그 끝을 알수 없는 낙하뿐이었다.


3.

그 간격을 넘을 수도 없기에
간격의 저편에서 발만 구르다,
가만히 눈을 감고 기다려본다.
텅빈 미소의 그림자로 남을 그 날을,
대답 없는 메아리로 울려질 그 날을.
2006/07/22 01:11 2006/07/22 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