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홀릭 - Nice Dream



2003년 봄, 데뷔 앨범 'Florist'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러브홀릭(Loveholic)'의 세번째 앨범 'Nice Dream'이 발매되었습니다. 발라드와 댄스가 양분하던 가요계에 정말 '혜성처럼' 나타난 러브홀릭은 대중에게 인기와 비평가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Rock'의 가능성을 조금이나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러브홀릭도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두번째 앨범 'Invisible things'에서 '자아도취' 혹은 '지리멸렬'한 내용물들로 크나큰 절망을 안겨주었던 터라, 3집을 예약구매하는 마우스 클릭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공개된 미리듣기 5곡(일요일 맑음, 차라의 숲, 화분, One Love, 그대만 있다면)을 듣고 난 느낌은 제목 그대로 'Nice Dream'이었습니다. 그리고 Full-Length의 앨범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에도 충분했구요. 오직 남은 바람은 '미공개 곡들도 이정도만 되었으면...'이었습니다.

적당히 경쾌하고 밝으면서 첫곡으로 무난한 '일요일 맑음'과 1집 수록곡 '러브홀릭'이 떠오르면서도 더 세련된 '차라의 숲'은 앨범의 상쾌한 시작을 알리며 좋은 예감이 들게 합니다.

차분하게 시작되는 도입부가 인상적인 '화분'은 클라이막스 부분은 2집의 'Sky'의 느낌이 조금은 나지만 'Sky'와는 다른 절제의 미덕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나의 태양은 지고'는 아마도 이 앨범에서 '락'의 느낌이 가장 강한 곡입니다. 지선의 보컬에서도 기타 연주에서도 여름의 '태양'처럼 강렬함이 느껴집니다.

'One Love'는 드라마 '봄의 왈츠' OST에도 수록된 곡으로, 절제된 연주가 애틋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사실 예약판매가 시작할 때 부터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 보너스 트랙도 아닌 정식 수록곡에 올라와 있어 앨범 전체의 구성을 흐뜨리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는데, 나름대로 괜찮네요.

'TV'는 1집의 '기분이 좋아'와 '놀러와'의 중간 즈음인 분위기의 곡입니다. 상당히 좋았던 미리듣기 5곡들 보다 오히려 '러브홀릭'다우면서도 알콩달콩한, 밴드의 홍일점 '지선'의 보컬이 빛난다고 해야겠는데, '지금 달려가 네게로 가~'로 시작되는 후렴구 부분이나 적절하고 깔끔하게 들어간 코러스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바로 '러브홀릭'다운 센스가 느껴지는 곡이고 '러브홀릭'에게 바라던 음악이 들려지는 곡이라고 극찬하고 싶네요.

이어지는 'Leave Me'는 1집에서 보여줬던 '러브홀릭식 발라드'라고 할만 했던 '슬픈 영화'나 'Sad Story'와는 다르면서도, 곡 구석구석에 배치된 요소들에서 애절함이 절절히 느껴지는 곡입니다. 도입주의 피아노 연주에 이어지는 어쿠스틱 기타와 합류하는 일렉트릭 기타의 이펙트,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피아노 연주, 2절에서 잠시 들리는 스트링까지... 정말 맛깔스럽게 곡을 만들어낸 편곡과 프로듀싱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렴구에서 안개처럼 흩어지는 여운을 만들어내는 애절한 지선의 보컬과 일렉트릭 기타의 이펙트에서 '오리엔탈리즘'이 느껴지는데 저만 그런가요?

'달의 축제'의 도입부 기타 리프는 귀에 익은 기분이 드는 곡으로 상당히 '트렌디'한 느낌입니다. 영어 후렴구나 관악기가 참여한 연주 부분에서 그 느낌이 상당히 강한데, 역시나 상당히 귀를 즐겁게 할 만한 곡입니다.

'신기루'는 'Leave Me'와 짝을 이루는 분위기의 곡으로 후렴구는 1집의 'Sad Story'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Leave Me'이 눈물까지도 참아내는 절제의 곡이라면, '신기루'는 그 눈물이 승화하는 곡이라고 하고 싶네요.

'그대만 있다면'은 밴드 음악에 클라이막스에서 스트링을 사용한, 요즘 가요계의 횡행하는 뻔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은 그다지 뻔하지 만은 않은 곡으로 '차라의 숲'에 이어 후속곡이 되지 않을까하는 곡입니다. 사실 미리듣기 5곡만 들었을 때는 '대단히 좋다'는 느낌이었는데, Full-Length가 공개된 상황에서는 '좋다. 중간이 이상이구나'라는 느낌이 드네요.

'Run'과 '녹색 소파'는 모두 2분 40초 대의 곡들입니다. 비트박스와 시작되는 'Run'은 제목처럼 경쾌함이 느껴지는 곡이고 '녹색 소파'는 갑자기 아이리쉬 휘슬과 함께 초록 벌판으로 날아간 러브홀릭이 들려주는, 남성 보컬의 곡입니다. 러브홀릭의 아주 오래 음악을 하거나 두 남성 멤버가 따로 앨범을 낸다면 했을 법한 느낌입니다.

마지막 곡 '인어, 세상을 걷다'는 상당히 가볍고도 경쾌한 곡입니다. 그 경쾌함이 어떤 행복으로 충만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특히 흥겨운 관악기 연주에서 최고조에 달하고, 아쉬움의 눈물이 기쁨이 되게 합니다. 적절한 코러스와 효과음은 육지의 끝이면서도, 또 다른 시작인 바다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3집은 이렇게 아쉽게 또 마지막 곡까지 지나가 버렸지만 앞으로 찾아올 앨범들은 더욱 기대됩니다.

이제 지난 앨범의 절망적인 악몽은 잊어도 되겠습니다. '러브홀릭'표 '팝-락'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면서도, 데뷔 앨범 'Florist'에서 느꼈던 센세이션을 뛰어넘을 만한 완성도와 어느 한 구석, 빠지는 곳 없는 완숙한 다양함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러브홀릭'의 '역작'이 될 앨범이 아닌가합니다. 별은 4.5개입니다.
2006/04/15 19:39 2006/04/15 19:39

미스티 블루 -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2005년 6월에 정규 1집을 발표했던 '미스티 블루(Misty Blue)'가 약 6개월만에 내놓은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원래는 2005년 12월 말에 발매 예정이었으나 미루어지면서 2006년 1월 초에 발매되었습니다.

처음에 주목했던 점은 EP치고는 상당히 많은, 11곡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신곡 6곡에 1집의 리메이크 곡 5곡을 포함하고 있다지만 11곡에 EP 가격이라면 놀랄 만한 일이었으니까요. 또 1집이 국내 앨범 중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일러스트로 장식된 디지팩에 담겨있었는데, 이번 EP에서 더 뛰어난 일러스트의 디지팩이라는 점도 관심사였습니다.

트랙들은 A와 B로 나누어져 있는데 A는 EP에 처음 수록되는 신곡들이고 B는 1집에 수록되었던 곡들의 '리믹스'가 아닌 '리메이크' 곡입니다. 수록곡들의 분위기는 봄을 기다리는 겨울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화창한 겨울날에 어룰리는 곡들이라고 해야겠어요.

첫 곡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 Part 1'은 이 EP의 intro 성격의 곡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메아리 같은 목소리와 몽롱한 연주가 화창한, 나른한 날의 느낌을 줍니다.
'날씨 맑음'은 이 EP에서 가장 발랄한 곡으로 보컬 정은수씨가 상당히 오래전에 만들어 놓았는데 이번 EP에 '미스티 블루 버전'으로 수록되었답니다. 팝적 느낌에 충실한, 신나는 곡입니다.
'Lullaby for Christmas'는 조용한 기도같은 곡입니다. 가사에 나오는 '엄마'는 '성모 마리아'라고 생각되구요.
'Snowberry'도 흥겨운 곡으로 예쁜 가사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 Part 2'이 본 곡으로 '미스티 블루'다운 차분함과 우울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사랑과 이별을 봄과 겨울에 비유한 멋진 곡입니다.
'The Little Drummer Boy'는 유명한 캐롤송으로 많은 들어본 칙칙한(?) 남성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데, 바로 올해 1월 1일부터 파스텔뮤직에 합류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씨의 음성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프로젝트 'MINHONG'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김민홍씨의 미스티 블루와의 조인트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메이크 곡이 수록된 B의 첫번째는 'Daisy'입니다. 이곡은 제가 예약 판매 당시 수록곡 리스트만 봤을 때, '파스텔뮤직 샘플러'에 들었던 'acoustic version'과 착각했던 곡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acoustic version'이 'album version'과 믹스를 다르게 한 곡이지만 EP 수록곡은 완전히 새롭게 녹음한 것입니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구요.
리메이크된 'Daisy'는 연주가 캐롤 분위기가 납니다. '미스티 블루'의 노래 제목이나 가사에는 요일, 월, 계절 등이 많이 쓰이는데, 10월의 가을 노래하하는 'Daisy'에 캐롤 분위기의 연주도 잘 어울립니다. 김민홍씨는 이 곡의 기타로도 참여했답니다.
다음곡 'Tuesday in Silhouette'은 제가 이 앨범의 백미라고 생각하는 곡입니다. 1집에는 '화요일의 실루엣'으로 실렸었고 크게 주목하지 않았었는데, 리메이크 되면서 200% 좋아진 곡입니다. 특히 담담해서 더 슬픈 보컬에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가 더해지면서 그 애절함이 가슴을 후빕니다.
'Blue Shadow'는 1집에 '푸른 그림자'로 실렸던 곡으로 리메이크되면서 더 acoustic해진 느낌입니다.
'Spring Fever'는 샘플링으로 사용된 두 남녀의 대화(프랑스어? 독어?)가 역설적으로 가사의 의미를 더 강화 시켜줍니다.
'Bubble Trip'은 1집에 '거품'으로 실렸던 곡으로 너무나 맑은 피아노의 음색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수록곡 리스트에는 나와있지 않은 12번째 트랙이 있는데 이 트랙이 바로 제가 위에서 혼동했던 곡입니다.

알찬 내용물 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 수준의(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일러스트 디지팩에 EP의 가격까지, CD를 사는 입장에서 정말, 앨범의 내면적이나 외면적으로 '대단한 앨범'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인디씬의 '악의 축'이라고 부르는 파스텔뮤직이지만, 그 '악의 축'이 아니면 만들기 힘든 역시 '악의 축'다운 앨범이기도 합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 되어버렸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2006/01/21 03:27 2006/01/21 03:27

Mondialito - Mondialito


Mondialito의 sommeil des vrilles(클릭^^)


올해 7월에 소개했던 미니 앨범 합본 'Avant la pluie + note of dawn'의 'Mondialito'의 셀프타이틀 앨범인 'Mondialito'가 지난 10월 24일에 발매되었습니다. 저는 국내 라이센스를 맏고 있는 '파스텔뮤직'에 특별하게 부탁해서 음반 매장에 배포되는 날보다 3일 정도 빨리 구매했었습니다.

두 장의 미니 앨범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뒤라, 소위 '돈 바른'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고 할까요? 앨범 'Mondialito'에서는 'Avant la pluie + note of dawn'보다 따뜻해지고 세련미가 강화된 French Pop을 느낄 수 있답니다.

제목 톡톡 튀는 상큼한 느낌의 첫 곡 'soda'를 시작으로 보컬 junko와 string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on se perd'가 이어집니다.

'sommeil des vrilles'는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Mondialito의 곡들 가운데 가장 따뜻한 느낌의 곡으로, 듣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해질 무렵, 작은 성당이 있는 한적한 교외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작은 성당'은 아무래도 중간중간 들리는 종소리 때문인 것같네요.

포근한 느낌의 'sommeil des vrilles'에 이어지는 'l'ennui sans fin'은 cool하고 세련된 느낌의 곡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 작가의 문체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됩니다.

빵집이름으로 잘 알려진 제목 'tous les jours'는 junko의 목소리가 코러스와 어우러지면서 '사이좋은 모녀가 부르는 노래'라는 느낌이 들게합니다. 빵집에서 먹음직스러운 빵들을 보면서 느끼는 푸근함과도 조금 닮아있구요.

아쉽게도 앨범 수록곡은 8곡이 전부입니다. 총 12트랙이지만 나머지 4곡은 한국 팬들을 위한 미발표곡과 지난 미니 앨범의 live version입니다. 국내 미발표곡 'ephemeral'과 비교해 보면 이번 앨범에서 보컬 junko의 발전을 느낄 수 있답니다. 'l'azur'와 'notre échec'의 acoustic live version은 album version과는 또 다른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련된 파리의 거리부터 낭만적인 교외의 풍경까지 일본산 프렌치팝 'Mondialito'에서 느낄 수 있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프랑스어를 몰라 가사의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5/12/31 15:23 2005/12/31 15:23

페퍼톤스 - Colorful Express



'12월 16일, 그들이 돌아왔다!'
2004년 3월에 발매된 EP 'A Preview'로 자아도취에 빠져가던 홍대 앞 Rock Scene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페퍼톤스(Peppertones)'의 1집이 발매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이르면 봄, 늦어도 가을로 넘어가기 전에는 발매될 거라던 앨범이 약속보다 상당히 늦게 발매된 것이죠. 그만큼 팬들은 갈증에 시달렸답니다. 사실 EP 'A Preview'가 너무나 좋았기에 정식 앨범은 어느 정도일 지, 기대만큼 걱정도 컸습니다. EP만큼 해야 본전이고 부족하면 비난의 화살이 날라올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Colorful Express'
앨범 발매에 앞서 MV로 공개된 'Ready, Get Set Go!'는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밝고 힘차고 경쾌합니다. 운동회라고 생각되는 소음과 시작을 알리는 총성으로 시작되는, 이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이인조'라는 밴드의 모토에 딱 들어맞는 곡입니다. EP의 '21st Century Magic'에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방방거림'은 EP를 능가하네요. 앨범의 타이틀 곡은 intro를 제외한 2번째나 그 이후에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첫 곡으로 배치한 점도 독특합니다.

이어지는 'Superfantastic' 역시 매우 흥겹고 희망찬 곡입니다. 첫 곡이 객원 보컬 'deb'에게 맞는 곡이라면 이번곡은 또 다른 개원 보컬 'WestWind'에게 딱 맞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되어있는 가사도 '대단히' 희망적인 메시지이구요.

'세계정복', '스타크레프트'에 들어본 효과음과 함께 시작하는 역시 경쾌하지만, 앞선 두 곡에 비하면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세계정복'이라는 제목에서 왠지 자신들의 음악으로 세계정복하겠다는 밴드의 기상을 느끼는 사람은 저 뿐일까요?

'April Funk'는 올 봄에 공개되었던 Digital Single에 수록되었던 곡의 june mix입니다. 앞의 3곡에 비하면 상당히 소박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몇몇 효과음이 앞뒤로 들어간 점을 빼면 전체적으로 원곡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당히 신선한 느낌의 'Bike'는 'Ready, Get Set Go!' 다음으로 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곡입니다. MV로 만든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좋겠네요. 5,6월의 따뜻한 햇살과 한 적한 이차선 도로, 두 대의 자전거, 그리고 그들만의 레이스가 떠오르네요.

이어지는 세 곡 '잠든 도시의 미로', Heavy Sun Heavy Moon', 'Colorful'은 연주곡입니다. 페퍼톤스다운 곡들로 괜찮은 크로스오버라고 해야겠습니다. 10년 후에는 '크로스오버 밴드 페퍼톤스'를 보게 될 지도 모르죠.

'High Romance'는 꿍짝거리는 소위 '뽕끼' 리듬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쿵짝쿵짝쿵짜자쿵짝... '어름같은 태양, 차갑게 식어버린 도시' 가사와는 반대로 연주에서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무더운 여름날이 생각하는 곡이고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차분한 곡이기도 합니다.

기타 'Sayo'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Fake Traveler'는 6분이 넘는 이 앨범에서 가장 긴 곡입니다. 그다지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보컬에서 묘한 중독성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팬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목소리죠.

'남반구'는 '함박웃음'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쉽고 밝은 곡입니다. 맑은 'WestWind'의 목소리는 '동요'의 느낌이 들게 하네요. 올 여름에 다녀온 푸켓이 떠오르네요.

마지막 2곡이 이미 소개되었던 곡들의 다른 version이기에 실질적으로 마지막 곡이라고 할 수 있는 'Everything is OK'는 밴드의 두 멤버와 객원보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제목처럼 모든 것이 괜찮습니다. 너무 오랜 기다림이 었지만 이제 그들이 돌아왔어요.

이번 정규 1집은 전체적으로 두 개의 EP를 붙여놓은 느낌입니다. 중간에 들어간 3곡의 연주곡을 기준으로 앞뒤로 2개의 EP로 나누어 진다고 할까요? 연주곡까지 따로 나눈다면 3개로 나눌 수도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98%만족하는 곡입니다. EP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그 안에서 만족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남은 2%는 앨범에서 찾을 수 없었지만 꾸준한 공연으로 채워주었으면 좋겠네요.

한번 쭉 들으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앨범 수록곡들이 전부 '여름'에 딱 어울리는 곡입니다. 여름에 나왔어도 참 좋았겠지만 차가운 겨울, 방안에서 듣는 여름 노래도 나쁘지 않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2005/12/27 15:39 2005/12/27 15:39

휘성 - Love.. Love..? Love..!



앨범 발매 전, 불의의 MP3 유포로 한 차례 소동을 겪었던 '휘성'의 4집 'Love.. Love..? Love..!'가 발매되었네요. 솔직히 이번 4집 발매 전 홍보를 통해 '이제는 사랑을 노래할 때'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뭔 봉창두드리는 소리인가?'했습니다. 그리고 뚜껑이 열렸습니다. 사실 앨범 유포 사건 때, 어둠의 경로를 통해 들어보았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발라드 음악에 필수 양념인, 화려한 string의 intro '가을에 내리는 눈'을 애절한 발라드 '일년이면'이 흐릅니다. 곡이나 휘성의 보컬이나 좋습니다. 이 곡이 타이틀 곡인가 착각했을 정도였지요. 이어 흐르는 '울보'는 '일년이면'보다 더욱 애절한 휘성의 보컬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string으로 시작되는 '하늘을 걸어서'는 김도훈, 최갑원 콤비의 곡치고는 아쉬운 곡입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Good-bye luv..'는 그래도 휘성다운 느낌이 나는 곡입니다. 모든게 적당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곡이라고 할까요? 'Good-bye luv..'에 이은 '하나 둘 셋 넷', '왜 나만'....무난합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키보드 반주에 휘성 보컬의 '날아가다'. 이어 흐르는 'Luv Shine'은 휘성 자작곡으로 역시 string이 화려하게 사용되었고 역시 애절함니다. '내가 너를 잊는다', 제목은 상당히 건방지지만 더욱 늘어지는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가', 이 앨범에서 제가 인상적으로 들은 곡들 중 하나입니다. 갑자기 밝은 분위기의 'Morning', 갑자기 Hip-Hop/R&B로 돌아간, 여성 보컬의 featruing이 인상적인 'Too Hot', 이전 앨범에서 들어본 분위기가 나는 '사랑 한 장',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내 사랑' , '커다란.. 너무 커다란'이 이어지며 앨범은 끝납니다.

'휘성'의 네임밸류답게 좋은 곡들을 수록하고 있지만, 'Love.. Love..? Love..!' 상당히 아쉬운 앨범이 되어버렸습니다. 1집으로 가창력을 확인시켰고, 2집으로 '휘성'의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려 하다가, 3집으로 후일을 모색했으면 4집에서는 어떤 확고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휘성은 '암중모색(暗中摸索)'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휘성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각인시킬 만한 곡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흘러가는 모습이 '혹시 휘성의 성대에 큰 문제가 생겼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의문마저 들게하네요. 마지막에 뜬금없이 'With Me(MR)'은 왜 넣었을까요?

한국 최고 수준의 가수다운 '블록버스터'급의 앨범을 들고 나왔지만, 휘성의 새앨범을 기다리게 했던 기다림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네요. 별점은 3개입니다.
2005/09/25 18:31 2005/09/25 18:31

Casker - Skylab



'Stylish Lounge'를 표방하며 지난 5월에 나온 Casker의 두번째 정규 앨범 'Skylab'.

전작 '철갑혹성'의 사운드가 거의 전자음에 의존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두번째 앨범에서는 여성 보컬 '융진'의 참여로 대중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여객기 안내방송을 연상시키는 intro 'airtrip'을 지나 '고양이와 나'가 시작됩니다. 흥겨우면서도 아기자기한 사운드로 가장 대중적인 곡입니다. 잡담이지만 'Clazziquai'의 'Cat Bossa'부터 'W'의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두번째 달'의 '고양이 효과'까지 '고양이'를 다른 음악들이 상당히 많네요. 뮤지션들에게 고양이란 동물이 상당히 인기가 좋은가봅니다. '미스티 블루'의 '그녀의 고양이'라는 곡들도 있구요.

이국 해안의 작고 조용한 마을을 연상시키는 '7월의 이마네파 소녀'. 여름 해변의 아련한 기억을 노래합니다. 검색해 보니 '이마네파'는 브라질에 있는 멋진 해변이더군요.

잠 못 이루는 밤, 'midnight moment'과 이별을 앞둔, 마지막 열정적 춤의 향연 'tango toy'를 지나, 'fragile days'가 흐릅니다. 햇살이 따사롭고 맑아 걷기 좋지만, 그럴수록 어쩐지 더욱 울먹이게 되는 날이 떠오릅니다. 제목처럼 덧없는, 망쳐지기 쉬운 날이랄까요.

'어느날 pt.1'과 더 뒤어 등장하는 '어느날 pt.2', 멜랑콜리하고 모든 것이 느러지는 날들을 들려줍니다. 분위기 있는 남성의 대사(?) 샘플링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구요. '선인장'은 보컬과 어우러진 흥겹고 강렬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구요. 'ela (bajo de la luna)' 역시 빠르면서도 흥겨운 곡입니다. 가볍고 단순한 댄스도 매우 잘 어울릴 듯합니다.

Casker의 2집 Skylab, 보컬을 내세운 시도는 이미 휩쓸고 지나간 'Clazziquai'를 벤치마킹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Clazziquai가 멜로디와 보컬의 역량에 상당히 의존하는 쪽에 가깝다면 Casker는 보컬을 악기나 효과음처럼 사용하는 쪽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어느쪽이 더 좋다할 수는 없겠지요. 두 팀다 두 팀만의 방식으로 멋진 곡들을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1집 '철갑혹성'에 비해 저같은 초보자들도 상당히 즐길 만한 2집 'Skylab', 별점은 4개입니다.
2005/09/17 23:06 2005/09/17 23:06

두번째 달 - 두번째 달



올해 상반기에 등장한 독특한 앨범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두번째 달', 이름부터 어떤 분위기가 풍겨오는 밴드입니다.

'두번째 달'이 들려주는 낯선 이름의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이라는 장르는 여러 민족(ethnic)의 민속 음악들의 혼합(fusion)으로 탄생된 음악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그 장르 이름 만큼이나 '두번째 달'의 음악에서는 민속 음악의 향취가 느껴집니다.

'여행의 시작'...역동적인 아프리카 민속 음악을 연상시키는, 에스닉 퓨전 세계로의 여행을 알리는 곡입니다.

'서쪽 하늘에'...붉게 타오르는 노을의 낭만적인 서쪽 하늘, 그리고 그 하늘과 맞닿은, 끝없이 펼쳐진 붉은 지평선을 떠올리게 합니다.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 없이 좋을 편안함과 나른함도 느끼게 하구요. 드라마 '아일랜드'에도 사용되었던 곡이라는군요.

'바람구두'...전설에 등장할 법한 '바람구두', 곡의 느낌과 너무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되네요. 곡은 바람구두의 가벼운 춤과 함께 시작됩니다. 하지만 발이 점차 빠라지면서 그 춤은 점차 열정적으로 변해가면서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다양한 광경이 바람구두 아래 펼쳐집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초원을 지나 구름을 뚫고 홀로 솟아있는 하얀 봉우리까지...

'Eclipse Of The Red Moon'...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붉은 달'과 그에 못지 않게 불길함을 나타낼 수 있는 '식(蝕)'. 하지만 곡은 단순히 불길함을 넘어 뱀파이어, 늑대인간 같은 전설 속 존재가 등장할 법한 신비로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길을 잃은, 안개가 자욱한 숲과 그 숲 속에서 행해지는 비밀스런 의식이랄까요.

'바다를 꿈꾸다'...제목만큼 바다를 느끼기에 충분한 곡이 아닌가 합니다. 푸른 바도가 넘실거리는 수평선끝을 향한 항해, 그리고 바다의 끝없는 역동성과 그 가운데 찾아온 평온 그리고 낭만까지 바다의 끝없는 매력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 수록곡글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의 곡입니다.

'The Boy From Wonderland'...앨범을 구입한지 꽤 되어가는데 얼마전부터는 CF 배경음악에서 들리기 시작한 곡입니다. 곤히 잠든 이상한 나라의 작은 소년와 평온한 잠자리 그리고 아기자기한 꿈을 담고 있습니다.

'Anti-Rain Dance'...아일랜드 출신의 멤버 '린다 컬린'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비가 올 것만 같은 흐린 날씨, 시끄럽지만 모두 무관심한 군중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

'고양이 효과'...열정적인 춤사위에 어울리는 곡입니다. 매력적인 붉은 드레스와 검은 턱시도를 차려입은 한 쌍의 열정적인 탱고를 떠올리는 것도 좋겠네요.

'얼음연못'...한 없이 펼쳐진 설원 그 한 가운데 있다는 전설의 '얼음연못', 그리고 그 연못에 얽힌 슬픈 전설... 뉴에이지 풍의 곡입니다.

'Communication'...'얼음연못'과 더불어 '과연 어떤 민속 음악을 바탕으로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하는 곡입니다. 하나의 촛불이 타고있는 낭만적인 둘 만의 식탁이 가사에서 느껴집니다.

'Falling Star'...여름에서 가을로, 밤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같은 밤에 딱 어울리는 곡입니다. 계절의 변화, 별이 지는 밤 그리고 자연의 섭리. 지는 별이 사라지기 전에 눈을 감고 소원을 빌어보세요.

점점 척박해지는 우리나라 음악 시장에서 이 정도 수준의 앨범이 나오다니, 정말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할까요? 또 다양한 분위기의 멋진 곡들은 이 앨범 하나 만으로 세계 민속 문화 체험을 하고 난 기분입니다. 뭐, 지나친 다양성은 어떤 면에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의 부족과 난잡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5/09/04 15:35 2005/09/04 15:35

A Trapeze - MINHONG


민홍(MINHONG) - A Trapeze (M/V)


민홍, He returns...!!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 후 뒤풀이 자리에서 민홍형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겠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공개되었다.

사실 이런 음악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단순함이 느껴지는 electronica로 찾아올 줄은...!!


성공 가능성??

글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이 워낙 히트한 앨범이기에 비교가 불가능 하겠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 가능성은 반반?


느낌

바탕에 깔리는 코러스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이런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 편이라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어쩐지 prodigy의 느낌이 조금 난다고 할까?

민홍형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한 프로젝트인 만큼 야심차게 준비했으리라... 난 소규모 클럽에서 이미 두 장(사인CD) 예약해 놓았다.


일정

9월 2일에 홍대앞 이리카페에서 있을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프로젝트 MINHING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활동의 폭격(?)이 있을 예정이다. 시간 잡고 홍대로 뛰어가는 일만 남았다.
2005/08/28 13:06 2005/08/28 13:06

이루마 - First Love [Repackage]



2001년 11월에 발매되었으니, 벌써 나온지 4년째가 되어가는 앨범의 리뷰를 이제야 써봅니다.

지금의 이루마를 한국 최고의 뉴에이지 스타로 만든 앨범이자, 이루마 discography 최고의 앨범 'First Love'의 Repackage가 지난 5월 기존의 15곡에 3곡을 추가하여 발매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2002년 즈음에 First Love를 구입하였기에 이번 repackage는 넘어갈까 했지만, 이미 이루마의 국내 발매 앨범은 모두 소장하고 있고 이루마 앨범의 초판은 디지팩 같은 특별한 케이스로 되어있고 초판 소장에 대한 혜택(?)이 있기에 결국 repackage도 장만했습니다.

명작(名作)이라고 불러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앨범 'First Love'에는 주옥같은 곡들이 실려있습니다. 그만큼 이루마의 앨범들 가운데서도 가장 꾸준히 또 많이 팔리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저는 너무 많이 들어서 첫소절만 들으면 뒤의 흐름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질 정도랍니다.

첫곡 'I'는 기존의 piano solo version과 cello로 함께한 version(I...)에 현악 4중주와 함께한 string version이 repackage로 발매되면서 추가되어 총 3곡이 실려있습니다. piano solo가 계속 잔잔히 진행되는 반면 string version에서는 감정의 격정이 느껴집니다.

'May Be', '5월이 오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나요? 두 단어를 붙여서 읽으면 'maybe', '어쩌면'이 됩니다. 예전부터 중의적 표현을 노린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왔던 곡입니다. 제목처럼 오월의 분위기를 이루마식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Love Me', 모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의 아이스크림 이름이기도 합니다. booklet을 보면 역시 아이스크림에서 착안한 제목이라네요. 제목만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First Love의 이미지를 잘 담고 있는 곡입니다. 제가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구요.

'River Flows In You', 제목처럼 듣고 있으면 마음 한 가운데를 유유히 흘러가는 강이 느껴집니다. 그 강은 맑고 깨끗하네요.

'It's Your Day', 앨범에서 경쾌하게 흘러가는 곡입니다. '오늘의 당신의 날, 즐거운 하루 되기를', 이런 느낌입니다.

'When The Love Falls', 드라마 '겨울연가' 배경음악으로 더 유명한 곡이죠. '사랑이 저물 때'라는 제목만큼 쓸쓸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프랑스 원곡을 피아노 연주에 맞게 편곡한 곡이랍니다. 추가 수록된 string version, 지난해 드라마 콘서트 투어에서 현악 4중주와 함께 했던 연주가 반응이 좋아 레코딩으로 옮겼나 봅니다. 추가 3곡 모두 콘서트에서 현악 4중주와 함께 했었죠. 격정이 더해지면서 쓸쓸함이 더 강하게 느껴지네요.

'Time Forgets...', 잊고 잊혀진다는 것, 바람에 흔들리다 결국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의 궤적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Till I Find You', 제목처럼 만남, 그 전의 기다림의 시간을 표현한 곡이라고 할까요? 햇살 좋은 가을날 고즈넉한 길을 걷는 분위기의 곡입니다.

추가 수록곡 'Kiss the Rain'의 string version, 원래 이루마의 3집 'From The Yellow Room'에 수록된 곡으로 드라마 '여름향기'에서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됐었죠. 곡으로만 따지만 아마 Kiss the Rain이 이루마의 최고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네요. piano solo 곡도 좋지만 지난해 투어에서 여러번 들었던 터라, string version이 더 좋네요. 현악 4중주가 어우러져 애절함이 더 하네요.

모든 곡을 소개하지 못했지만, 소개에 빠진 곡들도 상당히 들을 만한, 대단한 짜임새를 갖춘 앨범입니다. 뒤에 나온 앨범들보다 화려함을 떨어지지만 아기자기 하고 소박한, 이루마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구요. 제가 들어본 뉴에이지 앨범 중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추가로, 이번 repackage는 디지팩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전판이 일반 CD 케이스에 담겨있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깔끔하고 괜찮네요. 전판을 소장하지 않은 분들은 물론이고 소장하고 있더라도 string version으로 수록된 추가 3곡만으로도 소장가치는 충분해 보이네요. 물론 기획사 Stomp Music도 그 점을 노렸겠죠.
2005/08/13 14:54 2005/08/13 14:54

Alanis Morissette - jagged little pill acoustic



'Alanis Morissette'과 그녀의 Big Hit 데뷰앨범 'jagged little pill'은 1996년 2월에 발매된 '1996 Grammy Nominees' 앨범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그 때 즈음 처음 서구의 음악, 속칭 Pop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는 'Grammy Nominees'나 'Now'같은 컴필레이션 앨범을 구입해서 듣기 시작했죠. (물론, 지금은 대부분 소장가치 '0'에 가까운 컴필레이션 앨범은 구입하지 않습니다.)

'1996 Grammy Nominees'에는 빌보드 싱글 차트 16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던 'Mariah Carey'와 'Boyz 2 Men'의 'One Sweet Day'도 실려있었습니다. 그 때 'One Sweet Day'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연속 13주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워간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찾아보니 연속 16주로 역대 기록 1위군요.

후에 'One Sweet Day'가 수록된 Mariah의 앨범 'Daydream'도 구입했지만, 제 음악감상 인생에 한 획을 긋는 곡이 있었으니 바로 Alanis의 'You Oughta Know'입니다. 또 제가 그당시 즐겨보던 channel [V]을 통해 'Ironic'의 MV까지 접하고, 앨범 'jagged little pill'을 장만하게 됩니다.

앨범 'jagged little pill'은 그 후 몇년 동안 'No Doubt'의 앨범 'Tragic Kingdom'과 더불어 제 음악청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두 앨범은 정말 CD 가격을 다 뽑아낼 정도로 4~5년간 엄청 들었으니까요.

제 기억 속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남아있는 앨범 'jagged little pill', 당시 10대의 중반을 보내고 있던 저에게는 센세이션과도 같았습니다. Pop 청취의 시작부터 대단한 앨범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지요. 음악의 완성도와 더불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바로 제가 '시간적 공감'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말하자면 뮤지션과 청취자가 동시간대를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공감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와는 전혀 다른 시간대를 살아간 'Beatles'의 음악에서는 어떤 감동이나 감흥을 느낄 수 없더군요. 참고로 미국내 판매량이 1600만 장 정도였다는군요. 대단한 판매량이죠. 그 뒤로 나온 앨범들의 판매량을 다 합해도 반에도 미치지 못하니까요.

격양된 외침으로 가득했던 Alanis, 그녀가 'jagged little pill'이 발매된지 10년 만에 'jagged little pill acoustic'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앨범 표지부터 원작의 분위기에 세월의 흐름이 덧칠해져 보입니다. 세월에 빛바랜 종이처럼 색조와 모델의 얼굴에 10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점을 빼면 두 얼굴의 배치나 촬영각도가 거의 같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따라 그녀의 분노도 성숙의 길에 이르렀나 봅니다. 역시나 변함없이 좋은 곡들이지만 격양과 분노 대신, 여유와 원숙미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12번 트랙 마지막에 숨겨진 곡을 포함해, 총 13곡 모두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편안한 보컬과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booklet에서의 Alanis의 글처럼, 그녀는 다시는 'jagged little pill'만큼 굉장한 앨범을 만들 수 없을지 모릅니다. 또 그런 앨범을 바라는 건 팬으로서 제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자체 만으로도 대단했던 'jagged little pill', 이번 acoustic version으로 제가 30대가 되고 또 40대가 되어도 즐길만한, 제 음악청취 역사의 고전이 될만한 앨범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하고 싶네요.

또 다른 'jagged little pill'을 바라며 기다린 10년, 또 다른 10년을 기다릴 이유가 생겼네요. 10년 후에 나올 'jagged little pill'의 또 다른 버전을 기대해봅니다. 이번 앨범 자체의 별점은 4개입니다만, 10년 전 'jagged little pill'에 열광했던 분들에게는 5개가 되지 않을까요?
2005/08/12 20:46 2005/08/12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