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그들이 돌아왔다!'
2004년 3월에 발매된 EP 'A Preview'로 자아도취에 빠져가던 홍대 앞 Rock Scene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페퍼톤스(Peppertones)'의 1집이 발매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이르면 봄, 늦어도 가을로 넘어가기 전에는 발매될 거라던 앨범이 약속보다 상당히 늦게 발매된 것이죠. 그만큼 팬들은 갈증에 시달렸답니다. 사실 EP 'A Preview'가 너무나 좋았기에 정식 앨범은 어느 정도일 지, 기대만큼 걱정도 컸습니다. EP만큼 해야 본전이고 부족하면 비난의 화살이 날라올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Colorful Express'
앨범 발매에 앞서 MV로 공개된 'Ready, Get Set Go!'는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밝고 힘차고 경쾌합니다. 운동회라고 생각되는 소음과 시작을 알리는 총성으로 시작되는, 이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이인조'라는 밴드의 모토에 딱 들어맞는 곡입니다. EP의 '21st Century Magic'에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방방거림'은 EP를 능가하네요. 앨범의 타이틀 곡은 intro를 제외한 2번째나 그 이후에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첫 곡으로 배치한 점도 독특합니다.
이어지는 'Superfantastic' 역시 매우 흥겹고 희망찬 곡입니다. 첫 곡이 객원 보컬 'deb'에게 맞는 곡이라면 이번곡은 또 다른 개원 보컬 'WestWind'에게 딱 맞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되어있는 가사도 '대단히' 희망적인 메시지이구요.
'세계정복', '스타크레프트'에 들어본 효과음과 함께 시작하는 역시 경쾌하지만, 앞선 두 곡에 비하면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세계정복'이라는 제목에서 왠지 자신들의 음악으로 세계정복하겠다는 밴드의 기상을 느끼는 사람은 저 뿐일까요?
'April Funk'는 올 봄에 공개되었던 Digital Single에 수록되었던 곡의 june mix입니다. 앞의 3곡에 비하면 상당히 소박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몇몇 효과음이 앞뒤로 들어간 점을 빼면 전체적으로 원곡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당히 신선한 느낌의 'Bike'는 'Ready, Get Set Go!' 다음으로 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곡입니다. MV로 만든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좋겠네요. 5,6월의 따뜻한 햇살과 한 적한 이차선 도로, 두 대의 자전거, 그리고 그들만의 레이스가 떠오르네요.
이어지는 세 곡 '잠든 도시의 미로', Heavy Sun Heavy Moon', 'Colorful'은 연주곡입니다. 페퍼톤스다운 곡들로 괜찮은 크로스오버라고 해야겠습니다. 10년 후에는 '크로스오버 밴드 페퍼톤스'를 보게 될 지도 모르죠.
'High Romance'는 꿍짝거리는 소위 '뽕끼' 리듬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쿵짝쿵짝쿵짜자쿵짝... '어름같은 태양, 차갑게 식어버린 도시' 가사와는 반대로 연주에서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무더운 여름날이 생각하는 곡이고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차분한 곡이기도 합니다.
기타 'Sayo'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Fake Traveler'는 6분이 넘는 이 앨범에서 가장 긴 곡입니다. 그다지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보컬에서 묘한 중독성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팬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목소리죠.
'남반구'는 '함박웃음'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쉽고 밝은 곡입니다. 맑은 'WestWind'의 목소리는 '동요'의 느낌이 들게 하네요. 올 여름에 다녀온 푸켓이 떠오르네요.
마지막 2곡이 이미 소개되었던 곡들의 다른 version이기에 실질적으로 마지막 곡이라고 할 수 있는 'Everything is OK'는 밴드의 두 멤버와 객원보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제목처럼 모든 것이 괜찮습니다. 너무 오랜 기다림이 었지만 이제 그들이 돌아왔어요.
이번 정규 1집은 전체적으로 두 개의 EP를 붙여놓은 느낌입니다. 중간에 들어간 3곡의 연주곡을 기준으로 앞뒤로 2개의 EP로 나누어 진다고 할까요? 연주곡까지 따로 나눈다면 3개로 나눌 수도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98%만족하는 곡입니다. EP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그 안에서 만족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남은 2%는 앨범에서 찾을 수 없었지만 꾸준한 공연으로 채워주었으면 좋겠네요.
한번 쭉 들으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앨범 수록곡들이 전부 '여름'에 딱 어울리는 곡입니다. 여름에 나왔어도 참 좋았겠지만 차가운 겨울, 방안에서 듣는 여름 노래도 나쁘지 않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