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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Story of Cat)
'강아지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앨범 '고양이 이야기'.
한정판의 경우 '강아지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파우치에 담겨있고 크기도 같습니다. 다른 점은 파우치의 털 색깔정도구요. '강아지 이야기'가 회갈색이라면 '고양이 이야기'는 흰색이죠. 참여 뮤지션들 또한 '강아지 이야기'에 뒤지지 않게 화려합니다.
고양이는 '흔히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 '영물(靈物)',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 등으로 묘사되며 강아지와는 매우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동물입니다. '고양이 이야기'의 수록곡들도 그런 고양이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살펴보도록 하죠.
앨범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장세용'의 '나의 고양이'는 경쾌한 분위기의 팝입니다. 어찌 들으면 '좋은사람'같은 '토이' 분위기의 노래같습니다. '장세용'이라는 뮤지션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그의 보컬에서는 '토이'의 객원보컬 '김형중'의 느낌도 있구요. 너무나 밝은 분위기는 '강아지'에게 더 잘 어울릴 법도 합니다.
두 번째, 두 번째 앨범이 기대되는 '소히'의 '미안해'는 이 여성 뮤지션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합니다. 남미 음악을 들려주는 '소히'다운 멜로디 위로 흐르는 담담하면서도 정이 담긴 목소리가 매력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고양이를 가두어 기르는 미안한 고뇌가 절실히 느껴집니다. '고양이를 기르는 일'은 '사람을 사귀는 일'과 비슷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소히'의 물음에 대답하는 고양이는 왠지 상당히 담담하고 도도할 것만 같습니다.
세 번째, '캐스커'의 '고양이와 나 pt.2'는 '캐스커'의 2집에 수록되었던 '고양이와 나'의 후속곡입니다. '캐스커'의 앨범과 다른 뮤지션들의 피쳐링으로 매혹적인 목소리 들려주던 '융진'의 보컬은 도입부를 지나면 귀를 의심할 만한 '청순함'으로 변합니다. '캐스커'다운 무게감있는 비트는 여전합니다. 가사 속의 고양이와의 교감은 일본 영화 'All about my dog'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하네요.
네 번째, 오랜만에 찾아오는 '스웨터'의 '날아라 멀리 뛰어라, 그게 내 이름'은 고양이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보컬 이아립의 목소리는 역시 매력적이고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르는 호기심 많은 어린 고양이의 순수함을 노래합니다.
다섯 번째, '델리 스파이스'의 리더로 더 유명한 '스위트피'의 '한 여름밤의 꿈'은 경쾌한 락입니다. 경쾌한 느낌은 '스위트피'보다는 '델리 스파이스'에 가깝게 들리네요.
여섯 번째, '나루'의 '연극'은 빠르고 힘차게 흘러가는 곡입니다. 도도한 외모와는 달리 슬픔을 간직한 고양이를 노래하는 것일까요?
일곱 번째,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Hello stranger'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지린'과 '시나에'의 주고받는 가사는 길 잃은 혹은 집 나온, 일명 '도둑 고양이'들의 사랑이야기네요. 나긋나긋 고양이를 표현하기에는 두 사람의 가창력이 좀 아쉽습니다.
여덟 번째, '아워멜츠'의 '지혜의 주말' 은 째즈풍의 곡입니다. 이국의 도시에서 고양이와 함께한 한가로운 주말의 느낌입니다.
아홉 번째, 'espionne'의 'chatte nattie'는 조금이라도 쉴 틈없이 너무나 분주한 고양이같은 느낌의 연주곡입니다. 듣고 있다보면 어쩐지, 쫓고 쫓기는 톰과 제리의 추격전이 연상됩니다.
열 번째, '강아지 이야기'에 참여한 '페퍼톤스'의 곡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뎁'의 'Cat's Advice'는 '페퍼톤스'에서 들려줬던 그녀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곡입니다. 어느 화려한 뮤지컬의 한 장면에 나올 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한 번째, '쟈보 아일랜드'의 'It's a trick'은 왠지 익숙한 느낌의 흥겨운 곡입니다. 익숙한 느낌은 바로 보컬의 목소리나 곡에서 왠지 '마이 앤트 메리'의 느낌이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가사가 참 재미있는데, 다른 곡에서 언급했던, 바로 유명한 숙적 '톰과 제리'에서 톰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톰은 제리를 맛있게 요리(?)할 수 있을까요?
열두 번째, '네스티요나'의 '묘아'는 의외의 곡이라고 하겠습니다. '네스티요나'가 이런 분위기의 컴필레이션에 참여한 점은 의외이고, 이런 어두운 분위기의 곡을 담기로 한 음반 제작사의 결정도 의외입니다. 다른 어떤 곡들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마치 태양계에서 추방당한 '명왕성'같은 곡입니다. 하지만 곡 자체는 좋아서 '네스티요나'다운 어둡고 처절한 느낌으로 올해 발매된 '네스티요나'의 1집에 실리지 못한 곡이라고 해도 믿길 정돕니다.
열세 번째, '세렝게티'의 'Sabina'는 나른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주인의 무릎 위에서 몽롱한 낮잠을 자는 고양이는 좋은 꿈을 꾸나봅니다.
마지막은 너무나 반가운 '토이'의 '즐거운 하루'입니다. 오랜만에 듣는 '유희열'의 목소리는 반갑지만, 사실 이 곡이 왜 '고양이 이야기'에 수록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희열의 수필집 '익숙한 그집앞'에 수록된 '옆모습'의 후속곡 같은 느낌입니다. '옆모습'때보다는 조금 밝아진, 시간으로 치유된 모습입니다.
'강아지 이야기'가 남성 뮤지션들의 압도적인 강세였다면, '고양이 이야기'에서는 여성 뮤지션들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소히', '스웨터', '뎁'은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캐스커'와 '네스티요나'는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무색하지 않게합니다. 개인적으로 여성 보컬을 상당히 좋아하긴 하지만 남성 보컬 곡들이 존재감이 강하지 않은 점도 이런 성향에 한 몫하고 있습니다.
'강아지 이야기'가 컴필레이션답게 다양하면서도 한 앨범으로서의 응집력이 강하다면, '고양이 이야기'에서는 한 컨셉을 갖는 컴필레이션이라고 하기에는 응집력이 약합니다. 이런 대조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성향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들개들은 큰 규모의 집단 생활을 모여주지만 도둑 고양이들은 큰 무리를 이루지 않는 성향처럼요.
약한 응집력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구입하게 할 만한 강력 추천 트랙은 '강아지 이야기'보다 확실하고 많습니다. 물론 여성 뮤지션들의 활약이고, 이 점은 이 앨범이 대중에게 어필하기에 '강아지 이야기'비해 강점이 되겠습니다. 약한 응집력을 강한 인상으로 상쇄한 '고양이 이야기' 별점은 3.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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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이야기 (Story of Dog)
'Grand Mint Festa(이하 GMF)'라는 거창한 제목의 뮤직 페스티벌과 함께 기획되어 발매되는 두 장의 앨범. '강아지 이야기'와 '고양이 이야기'.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통털어 가장 사랑 받는 두 애완동물인 '강아지'와 '고양이'를 소재로 각각 14팀이 참여한 용감무쌍한 프로젝트.
개인적으로 외형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상당히 흥미로운 앨범이 틀림없습니다. 한정판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강아지의 털을 연상시키는 '파우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기느 CD케이스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여서 CD플레이어의 보호주머니로 쓰기 에 충분할 정도입니다. 내용적으로는 신곡이 고작 한, 두 곡 정도 들어가는 보통 컴필레이션 앨범들과 다르게 14곡 모두가 미발표 신곡으로 꾸며져있습니다. 더구나 '강아지 이야기'의 경우 가요계의 실력파 가수 '이승환' 뿐만 아니라 '이 지형', '루시드 폴', '라이너스 담요', '페퍼톤스', '윈디시티'같이 인디씬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의 신곡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저를 포함한 인디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럼 100%의 기대감과 함께 수록곡을 살펴봅시다.
첫 곡, '이승환'의 '비겁한 애견생활'은 제목만으로 왠지 미소를 짓게됩니다. 평소 말도 안듣고 날뛰다가도 음식 앞에서 한없이 비굴해지는, 비겁한(?) 강아지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승환 곡다운 리듬과 함께하는 가사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강아지들을 기르던 어린시절과 강아지로봇과 함께하는 현재의 대비가 기발하면서도 씁쓸하네요.
두 번째, 최근 각광받는 '이지형'의 '백구'는 잔잔한 기타연주와 함께하는 전형적인 포크팝입니다. 감미로운 보컬, 편안한 연주와 함께하기에 어린시절 '백구'와의 이야기는 더욱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온 가족의 사랑을 받던 백구의 이야기는 강아지를 길러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합니다.
세 번째, '라이너스의 담요'의 'Don't call it Puppy Love'는 앨범 소식에 목 마른 이들에게 단비같은 곡입니다. 귀여운 연진의 보컬과 함께하는 이곡은 역시나 '라이너스의 담요' 의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영어가사입니다. 'puppy love'는 우리말로 '풋사랑'이라고 합니다. 이 'Puppy love'를 강아지와 고양이의 만남에 비유한 가사가 독특하네요.
네 번째, '에레나'의 'Dingdong'은 '에레나 1집'의 수록곡들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 에레나의 1집 수록곡들이 서정적인 파스텔톤의 그림이라면, 보사노바풍의 Dingdong은 백지위에 무차별적으로 그려지는 천방지축 강아지의 발자국같은 곡입니다.
다섯 번째, 이미 자신의 애견을 위한 곡을 썼던 경력이 있는 '이한철'의 '오! 나의 주인님'은 제목만으로는 찬송가같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즐거운 연주와 함께 하는 밝은 가사는 강아지의 주인에 대한 사랑 노래입니다. 너무 흥겨워서 강아지를 안고 뒹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백구'의 슬픈 추억과는 다른 즐거운 추억같은 곡이죠.
여섯 번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자라고 알 고 있는 'No reply'의 '강아지의 꿈'은 제목만큼이나 꿈결같은 느낌의 곡입니다. 어린 시절 함께 울고 웃던 강아지와 아이의 아른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기타 연주와 청명한 키보드는 건조한 보컬과 어우러져 아른한 느낌을 진하게 합니다.
일곱 번째, 음유시인 '루시드 폴'의 '길 위'는 애견을 위한 노래이기 보다는 사랑 노래의 느낌이 나는 곡입니다. 단아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읊조리는 보컬은 정겨운 길 위에서 펼쳐지는 흑백 영상 속으로 이끕니다.
여덟 번째, '지누'의 'Fascinating'은 가장 독특한 곡입니다. 가사가 없기에 이 곡이 정말 강아지를 위한 곡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긴박하게 흘러가는 멜로디가 강아지의 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이 없겠네요.
아홉 번째, 신예 '애플스'의 'winkiss'는 수록곡 중 가장 발랄한 곡입니다. 예쁜 보컬과 즐거운 멜로디는 동요나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애플스'의 매력이 잘 느껴지기에 얼마전에 발매된 데뷔앨범도 궁금해지네요.
열 번째, 재기발랄한 '페퍼톤스'의 'Hotdog!'는 제목부터 발칙합니다. 이 밴드의 신선한 느낌을 그대로 들려주는 곡으로 이른 새벽 강아지와 함께하는 산책을 가장한, 신나는 추격전을 노래합니다. 지난 음반들의 타이틀 곡과 다르게 여성 객원 보컬만을 내세우지 않은, 멤버들과 객원 보컬이 어우러진 제창은 힘차게 질주하는 느낌을 더 강화합니다. 차오르는 숨이 느껴질 정도죠. '애플스'의 앞선 곡과 함께 이 앨범을 먹여살릴 곡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열한 번째, '윈디 시티'의 '와다다 친구'는 강아지 예찬곡입니다. '와다다(wadada)'는 '사랑'을 의미하고 노래는 그루비한 연주와 함께 인생의 동반자로서 강아지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습니다.
열두 번째, '더 캔버스'의 '기다림'은 강아지의 기다림을 노래합니다. 강이지를 너무 오래 혼자 두지 마세요.
열세 번째, '정지찬'의 '별은 내 가슴에'는 뜬금 없이 드라마 제목이지만 사실은 '별'이라는 강아지의 야이기를 담고 있습니다. 노래는 강아지와 주인의 정신적 끈, 그것을 '함께 뛰는 가슴'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이석원'의 '거북이'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거북이'이란 이름의 강아지를 그리워하는 곡입니다. 이름이 눈에 익고 보컬도 마찬가지인데 바로 '언니네 이발관'의 프런트맨이었네요.
14곡 모두 신곡이라는 기존 컴필레이션과의 차별점 외에도, 참여 뮤지션의 라인업이나 수록곡 한 곡 한 곡에서 뮤지션의 정성이 느껴지는 최근의 트렌드인 'well-made' 음반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앨범에서는 '남성 뮤지션의 반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남성 뮤지션들의 선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수록곡 대부분이 남성 뮤지션들의 곡이지만, 최근 인디씬에서 주목받는 뮤지션의 경우, 여성 솔로나 여성 보컬의 밴드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 앨범은 그런 경향을 향한 '반격'이라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컴필레이션을 선호하지 않고 거의 구입도 하지 않습니다. 기존 앨범들과 겹치는 곡이 많거나 오직 '장사'를 위한 디자인으로 소장하고픈 욕구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아지 이야기'는 사전 공개된 수록곡 리스트만으로 예약구매를 했습니다. '라이너스의 담요', '페퍼톤스', '에레나' 등 예전부터 좋아하던 인디 뮤지션들의 신곡을 들을 수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했죠, 더불어 뚜껑을 열어보니 '이지형', 'No reply' 등 완전히 관심 밖이었던 뮤지션들의 음악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려주는 '샘플러'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합니다. 강아지와 함께한 아름다운 기억들, 이 앨범을 들으며 추억해 봅시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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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 지은
올 1월 조용히 발매된 '지은'의 데뷔앨범.
그녀의 목소리는 달랑 기타만 들고 노래하는 솔로 뮤지션에게는 너무 화려합니다. 또 그녀의 가사는 온통 사랑 이야기뿐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당신이 필요해요', 첫곡부터 지은의 보컬리스트로서의 기교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뒤에 heart-beat mix라는 꼬리가 붙어있는데, 배경음으로 심장 박동음을 들을 수 있죠. 이 심장 박동수가 빨랐다면 노래에 긴장감을 부여했겠지만, 거의 정상적인 심장 박동수는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그 편안함때문인지 완급이 뚜렸한 그녀의 노래에서도 편안함이 느껴지네요.
'華', '빛날 화'라는 한문 제목의 곡으로 제목처럼 그녀의 보컬뿐만아니라 작사, 작곡 능력도 빛나는 곡입니다. 그녀를 주목하게한 곡이기도 하구요. 앨범 작업을 통해 밴드가 아닌 피아노 반주와 함께 하면서 데모의 거친(?) 매력은 줄었지만, 그녀의 보컬은 더 격정적인 빛을 발하네요. '널 갈아먹고 싶어'같은 충격적인 가사는 사랑과 증오(저주)는 그 '광기(狂氣)'에서 닮은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하네요. 어떤 말로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전하기 힘든가 봅니다. 역시 사랑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 하는 일인 걸까요?
'Love song', 지은의 노래가 대부분 사랑 노래기는 하지만 참으로 '노골적'이면서도 단순명쾌한 제목입니다. 하지만 또 마땅히 다른 제목이 어울릴 법하지도 않네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시(詩), '가난한 사랑의 노래'의 느낌도 납니다. 조용히 읋조리는 지은의 노래는 바람마저 숨을 죽인 고요한 겨울밤, 소리없이 내리는 눈 속을 홀로 걷는 이의 오롯한 뒷모습같네요. 조금 처량하고 슬픈 그 뒷 모습에는 체념과 초탈이 공존할 것만 같습니다.
'부끄러워', 사랑을 단계 중 첫단계에 해당할 법한 곡입니다. (소설의 네 단계에 빗댄다면, 앞선 세곡은 각각 '전개-당신이 필요해', '절정-花', '결말-Love song'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슴을 떨리게 하는 건, 먼 발치에서 훔쳐보는 뒷모습이 아닌 모니터를 통해 훔쳐보는 미니홈피가 된 요즘 세대의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후렴구의 가사와 오르골을 연상시키는 소리는 그 떨림도 지난 추억이 되어 한 방울의 눈물과 그보다 더 큰 위로가 되었음을 느끼게합니다.
'24', 아마도 앨범 수록곡 중 가장 강한 곡입니다. 도입부의 강렬한 느낌때문에 이 곡이 앨범의 첫곡이 되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 지인의 부탁으로 배경음악으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연이 있습니다. 보컬의 기교도 절제되었고 곡의 완곡도 적은 '평온한 길'같은 곡이지만, 그런 점에서 또 다른 지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곡을 시작으로 후반부의 트랙들을 표현하는 단어는 '편안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냥 그런 거예요',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곡이랍니다. 퍼커션 연주가 재밌고 온통 직설적 가사가 난무하는 요즘 가요들로 오염된 귀를 정화시킬 만큼 가사도 파릇파릇 신선합니다.
'사계', 째즈풍의 곡으로 어느 째즈바에서 피아노 연주와 함께 멋드러지게 노래하는 지은을 연상하게 합니다.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소소한 일기같은 노래지만 소소함을 넘어선 감동을 줍니다. 듣다보면 점점 더워지는 요즘같은 밤, 그리운 이와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젊음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또 이 곡에서 젊음과 함께 느껴지는 '완숙함'이 놀랍습니다.
'the end of love affair', '사랑의 끝', 그 끝의 이야기이지만 단지 슬프기만하지는 않습니다. 햇살처럼 쏟아지는 지난 기억들... 밝은 날의 우수랄까요? 아름다운 4월의 봄날과 이별은 어울리지 않을 듯하지만 잘 어울립니다. 이어지는 'wind blows'와 한 짝같은 곡입니다.
'wind blows', 제목처럼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같은 곡입니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시간, 바람처럼 스치는 이야기들, 그 가운데 있었던 두 사람, 그리고 가끔 비틀거리게 만드는 기억... 시나브로 밝아오는 새벽같은 이별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네요. 여성 보컬과 피아노 연주의 조합은 역시 사기스럽습니다. 물론 그 이상으로 곡도 좋지만요.
'작은 방', 앨범의 'outro'같은 곡으로 2분대의 짧은 곡이기에 '이야기의 마지막 한 줄과 마침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녀의 일기장은 여기서 끝입니다.
그럴듯한 레이블도 없이 탄생된 그녀의 첫번째 앨범은 평균 이상의 곡들로 채워진, 기대 이상의 앨범이 되었습니다. '레이블도 없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앨범이 탄생하기까지 레이블보다 더 큰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있었지요. 그렇게 앨범 제작전 선주문의 형식으로 시작된 모금과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기연(?)으로 탄생하게된 앨범을 통해 지은은 '크게 한 걸음' 내딛었을 뿐입니다. 더욱 성장할 그녀의 행보를 지켜봅시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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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궁전 - 그림자 궁전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사인조 '그림자궁전'의 데뷔 앨범.
원래 녹음은 올해 초에 완료되었지만 5월이 되어서야 앨범이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믹싱, 마스터링 등 음악내적 요소부터 자켓 디자인, 배급 등 음악외적 요소까지 여러 부분에서 지체가 되는 바람에 상당히 지연이 되었다네요. 고르고 고른 11곡이 수록된 데뷔앨범은 단순히 1집의 의미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밴드 '그림자궁전'의 짧지만은 않은 '음악적 행보'를 정리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한 곡, 한 곡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Magic Tree', 초기 그림자궁전의 스타일을 들려주는 곡들 중 하나입니다. 기교가 많지 않은 'stellar'의 보컬과 밴드의 연주가 몽환적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제가 그림자궁전을 좋아하게 되었던 곡이도 하네요.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대한, 짧지만 계몽적(?)이고 철학적인 가사도 재밌습니다. magic tree는 어쩌면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그토록 찾아던 '파랑새'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Sister is a Rock'n Roll Star',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만한 트랙입니다. 올드팝에서 들어보았을 법한 '9'와 'stellar', 두 남녀 보컬의 하모니는 그림자궁전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그림자궁전 연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긴장(주로 전주와 간주 부분)과 이완(주로 보컬 부분)이 교차하는 완급조절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연주와 보컬이 함께 최고조에 달하는 절정 부분에서는 장렬함마저 느껴집니다.
하지만 보컬이나 연주뿐만 아니라 제목과 가사도 충분히 음미해 볼 만합니다. 제목의 주어인 'Sister'가 'my sister'나 'your sister'가 아닌 그냥 'sister'인 점은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첫번째, 카톨릭 같은 종교에서 여성 신자를 지칭하는 말이 '자매', 즉 sister라는 점입니다. 자매가 락큰롤 스타라는 점, 요즈음에는 그렇지 않지만 한 때 Rock은 악마의 음악이라던 일부 개신교의 잘못된 주장이 있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재밌는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번째, sister가 Rock을 좋아하는 사람일면 마음 속에 갖고 있을 법한 '이상적 여성 락커'를 의미할 수도 있겠습니다. 밴드에서 작사, 작곡을 주로 담당하는 리더 '9'의 마음 속에도 가사와 같은, '술과 담배를 하고 반항적이지만 소년에게 꿈이 된 락커 누나의 모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 그려지는 sister의 모습은 인기 만화 'NANA'의 주인공 '나나'와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화 속 '나나'는 고아라서 부모님이나 동생이 없지만, 만약 남동생이 있었고 그 동생이 락커가 되었다면 자신의 누이를 회상하며 이런 노래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새빨간 얼굴', 우리말 가사가 재미있고 라이브에서는 stellar 새침한 보컬을 들을 수 있는 트랙입니다. 하지만 앨범으로 오면서 그 새침함은 반감한 느낌입니다. 라이브에서는 보통 이 곡을 시작으로, 대체로 한글 가사로 된 곡에서 stellar의 보컬은 새침한 느낌입니다. 우리말과 영어, 어감 혹은 뉘앙스의 차이에서 그런 보컬의 느낌 차이가 오는 것일까요? 이 곡에서도 역시 완급조절은 이어집니다.
'Viva', 더 긴 제목이었지만 앨범으로 나오면서 제목이 줄어든 곡입니다. 라이브와는 달리 점잖을 떠는 듯한 '9'의 보컬은 좀 아쉽니다. 앞선 두 곡과는 달리, 보컬 부분과 연주 부분이 확연히 구분되는 완급조절이 아닌, 강도가 유지되는 연주는 이 곡이 그림자궁전의 초기와 현재의 가교가 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우주공주', 제목만으로는 만화영화 주제곡일 법한 트랙입니다. 드넓은 우주를 향해 떠나는 우주공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사도 역시 그런 느낌이구요. 장엄한 느낌이 드는 전주는 우주의 광활함과 고요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새빨간 얼굴'과 마찬가지로 역시 새침한 stellar의 보컬을 들을 수 있습니다.
'Unknown Mountain',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9'의 보컬이 빛나는 트랙입니다.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 뿐만 아니라, 가사 또한 왠지 심오합니다. 가사의 일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We just picked up a mountain which we don't even know the name of.
(우리는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산으로 들어갔지.)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산, '산'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그것을 이루는 돌과 바위와 나무, 그리고 그 속의 크고 작은 동식물들을 모두 아우르는 의미이듯 사랑도 그런게 아닌가 합니다. '사랑'이라는 너무나 추상적인 아름다움에 끌려, 그 속에 숨어있는 크고 작은 가시와 함정과 불화를 모르고 뛰어든 어린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I shouted on the top. Water was always flowing down.
(정상에서 나는 소리질렀어. 물은 언제나 아래로만 흘렀고.)
산에 오르는 이유 혹은 끝은 바로 '정상'의 존재라고 합니다. '사랑'의 끝은 '헤어짐'이구요. 그 사랑의 '정상'에서의 외침, 그리고 언제나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역시 그 끝에서 아래로 흐르던 눈물과 그 끝에서 아스라이 사그라지던 청춘의 시간들이 담겨있습니다.
앨범에 수록되면서 Demo와 간주 부분이 많이 달라졌는데, Demo에서의 격정적인 감정이 절제된 점은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후속곡으로 충분한 트랙입니다.
'She's got the Hot Sauce', 제목만큼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신나게 질주하는 트랙입니다. 시원시원하게 진행하다가 특정 부분에서 실수가 두려워 약간 움츠려든 듯한 보컬은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탄탄한 연주 덕분에 그런 결점은 크게 들리지 않습니다.
'중화반응', 중학교 과학 시간에 들어보았을 제목의 트랙입니다. 수록곡들 중에서도 전주의 꽉찬 긴장과 노래에서의 느슨한 이완, 두 부분의 대비는 최고 수준입니다. 청춘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는 중의적인 가사의 내용은 심의에 걸릴 빌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Universal Farewell', 올드팝의 향기가 느껴지는, 역시 초기 스타일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을 우리말로 하면 '보편적 작별', '모든 사람의 작별', '우주적인 작별' 혹은 '완전한 작별' 등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가사의 내용으로는 마지막 '완전한 작별'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합니다. Demo때보다 좀 빨라진 템포는 서글픔과 흥겨움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광물성 여자', 상당이 독특한 곡으로 '중화반응'과 함께 일명 '과학탐구 시리즈'에 속하는 트랙입니다. 앨범 수록곡들 중 거의 유일하게 또 충분히 따라부를 맛이 나는 가사가 인상적인데, 가사에서 느껴지는 '광물성 여자'의 모습은 '소머즈' 같은 '슈퍼히로인'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고 보면, 그림자궁전의 노래들에는 여성형의 제목이 많습니다. 'sister~'를 시작으로 'Viva', '우주공주', 'she's got~' 그리고 '광물성 여자'까지, '새빨간 얼굴'을 포함한다면 절반 가까이 그렇습니다. 강함(Rock) 속의 부드러움(제목과 가사)인 걸까요?
'4D reaction', 이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과는 조금 동떨어져있다고 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stellar에게는 밴드에서 단순히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가 아닌 Rocker로서의 위용이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여성 보컬을 상당히 편애하는 제 취향을 90%이상 만족시키는 곡이구요.
또 그림자궁전의 상당히 초기 스타일이자 앞으로 이 밴드가 나아갈 방향을 담고있는 곡으로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그림자궁전의 모습을 엿보게 할 수있습니다. 실제로 앨범 제작기간 중에 탄생하여 앨범에 수록될 수 없었던 신곡들에서 이 곡과 상통하는 지향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입의 요란함과 전체적인 거친 질감, 리더 9의 말을 빌리자면 '인디록으로의 회귀'라고 합니다.
2005년 '쌈지 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고수'로 선정되어 이름을 알린 후, 앨범을 내기까지 너무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쉬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만의 고집으로 짧지 않았던 인고의 시간을 지켜왔고 드디어 결과물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밴드 '그림자궁전'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좀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격발매가 된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이들의 라이브를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앨범에 담으면서 훼손된 질감이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그 간격을 좁힌 앨범의 사운드는 몇 트랙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그런 약간의 불만은 이제 언제 어디서나 이 밴드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구요.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빠른 시일내에 다시 찾아올 '그림자궁전'을 기대하며 별점은 4.5개입니다.
*이 앨범은 아직 발매되지 않았고, 5월 2일 발매 예정으로 예약판매 중입니다. 이 리뷰는 온라인으로 선공개된 음원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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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reckers - Stand Still, Look Pretty
'Michelle Branch'의 깜짝 놀랄 만한 귀환 country duo 'the Wreckers'.
Pop-Rock 뮤지션으로 괜찮은 행보를 보여주던 Michelle Branch가 'Country'로 전향(?)하여 돌아왔다는 사실은 반신반의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혼자가 아닌 2006년 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 발매 당시 6년지기 친구라는 'Jessica Harp'와 함께 여성 Country Duo라는, 미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거의 찬밥 신세인 Country를 두 명이서 들려준다니,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일까?'하는 생각까지 들었구요.
첫 single인 'Leave The Pieces'를 듣고나서 의문과 우려는 명쾌해졌습니다. Michelle의 선택은 우리의 귀를 충분히 즐겁게 해줄 만큼 옳았습니다. 또 한 명의 매력적인 보이스, Jessica Harp의 발견은 또 다른 수확이었구요. Jessica의 음색은 얼핏 들으면, Michelle과 혼동될 정도입니다. Michelle이 indie 시절 Jessica를 알게 된 동기도 바로 비슷한 음색 덕분이었구요. 하지만 Michelle 쪽이 앳된 느낌이라면 Jessica 쪽은 더 허스키한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귀가 앨범에 충분히 익숙해지면 구분할 수 있습니다.
‘Leave The Pieces’, ‘너의 확실하지 않은 자세가 싫으니 떠나!’라는 당찬 외침의 곡입니다. 리드보컬은 Jessica가 담당하고 있는 Country로 포장한 흥겨운 Pop입니다.
‘Way Back Home’, 연주도 그렇지만 가사에서부터 Country 느낌(?)이 나는 곡입니다. 한적한 시골길, 오랫동안 고향을 떠났던 화자가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The Good Kind’, ‘One Tree Hill’이라는 TV 시리즈의 OST에 수록되기도 했던 곡입니다. ‘Do you know I cry? Do you know I dye?’의 후렴구가 특히 매력적인 곡입니다. 가사뿐 아니라, 두 사람의 하모니도 멋집니다.
‘Tennessee’, Jessica 스타일의 곡이라고 할까요? Jessica가 작곡한 곡으로, 지명을 이용한 가사는 그녀의 공식 홈페이지(http://jessicaharp.net)에서 들을 수 있는 곡 ‘Over Me’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렴구의 가사에서 옛 애인과 ‘Tennessee’에서 재회하길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설령 재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낙심하지 않겠다는 감정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마지막 ‘And I'd wish on every star in the southern sky for that man and our life If I did not think that’에서는 설명하기 힘든, 이율배반의 또 다른 간절함이 느껴지네요.
‘My, Oh My’, Country가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는 아마도 ‘전형적인 Country 느낌’이라고 생각되는 흥겨운 곡입니다.
‘Stand Still, Look Pretty’, 주로 코러스로만 들을 수 있는 Michelle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들리는 곡입니다. 역시 Michelle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잔잔하게 흘러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즐겨 들을 만한 Rock 넘버들인 ‘Hard To Love You’, ‘Lay Me Down’, ‘Rain’ 같은 트랙이 즐비한 상당히 탄탄한 내용물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난하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의 편안한 멜로디와 연주 그리고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두 사람의 하모니가 이런 탄탄함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각각 83년과 82년 생인 Michelle과 Jessica, 두 사람의 우정도 이 앨범처럼 앞으로도 탄탄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탄탄한 우정만큼 좋은 앨범들도 계속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 사람의 ‘the Wreckers’뿐만 아니라, Michelle Branch와 Jessica Harp라는 각자의 이름을 내걸고도 역시 마찬가지면 좋겠구요.
‘Country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을 확 날려버린 앨범’, 이 앨범을 그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이런 멋진 Country라는 정말 매일 듣고 싶을 뿐입니다. 들어도 귀에 물리지 않는 매력에 듬뿍 빠진 저에게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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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바람의 노래들, 'Maximilian Hecker의 Lady Sleep'
'Maximilian Hecker'의 2005년 작(作) 세번째 정규앨범 'Lady Sleep'.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어색하지만 '수면의 숙녀' 정도가 될까요? 영어 사전을 보면 'Lady'는 귀족의 부인이나 딸의 성명에 붙여쓰는 경칭이라고도 하니, 잠(sleep)을 여성화하기 위한 제목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목부터 '잠'이니, 그래서 제목만큼이나 몽환적인 느낌의 곡들이 많인 수록되어 있는 앨범입니다. 제가 이 앨범과 같이 구입한 4집은 뒷전으로 할 정도로 좋은 앨범이구요. 이 앨범을 들으면서, 특히 제가 배경음악으로 구입할 정도로 마음에 들던 곡들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앨범 수록곡들 모두, 같은 바람이 아닌 각기 다른 '세기'와 '습도'와 '온도'의 바람들이었습니다. 이제 그 바람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Birch', 우리말로 '자작나무'라는 뜻을 갖는 제목의 '찬가'입니다. 도입부의 바람조차 숨을 죽인 고요는 우리를 눈이 쌓인 울창한 숲 한 가운데 이끌고, 그 발걸음은 홀로 달빛을 받으며 서있는 은빛의 자작나무에서 끝납니다. 갑자기 격정적으로 흐르는 노래처럼, 순간 자작나무를 감싸는 회오리바람이 불어 시야를 가립니다. 노래가 끝나면서 바람이 멈추면 자작나무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달빛만 밝습니다. '찬가'라고 소개한 이유는 가사때문입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Anaesthesia', '마취' 혹은 '무감각'이라는 제목을 가진 곡입니다. 겨울을 녹이는 초봄의 미풍같은 느낌이고, 가사를 살펴보아도 제목처럼 상당히 세상의 모든 일을 잊을 법한 '황홀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황홀함 속에서 안타까움도 느껴집니다. 특히 마지막 가사 'Oh my lord, I will be'에서 그렇습니다. 간주에서 아득히 들리는 '라라라'에서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듯 합니다. 혹시 이런 황홀함이 '바람 앞의 촛불'같은 상황일까요? 아니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소망인지도 모릅니다.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말이죠.
'Summer days in bloom',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화창한 이른 여름의 오후, 숲이 울창한 공원의 나무가지 사이로 눈을 간지럽히는 햇살, 사랑하는 이와의 데이트. 이보다 아름다운 장면이 또 있을까요?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 속 사랑하는 이와의 산책, 세상은 멈추고 이 순간이 영원히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행복에 눈물겨울 뿐입니다.
'Everything inside me is ill', 제목만큼이나 흐린 가을날의 바람같은 곡입니다. 하늘은 흐린 잿빛, 낙엽이 진 길을 거니는 청년의 우수가 느껴집니다. 바람에 거리의 낙엽도 청년의 머리카락과 옷깃도 흩날립니다. 슬픈 청춘은 어느 곳을 향하는 걸까요?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요?
'Help me', 자연에 의한 바람보다는 사람의 움직임에 의한 바람이 떠오릅니다. 짙은 어둠 속 눈분신 은반 위로 잔잔히 내리는 눈과 그 속에서 홀로 춤추는 이의 몸짓에 따라 바뀌는 바람이 그려집니다.
'Dying', 제목에서부터 쓸쓸함이 절실히 느껴집니다. 굵은 눈발이 내리고 인적이 없는 황량한 벌판을 걷는 한 사람을 떠오르게 합니다. 눈물마저도 얼어붙게 하는 눈보라에서도 'I'm dying'이는 처절한 외침은 묻히지 않고 메아리가 되어 퍼집니다. 아니, 이미 입끝을 떠나자마자 거센 바람 속에 묻혔지만, 가슴 속에서는 울려퍼지고 있지도 모릅니다.
'Lady Sleep', 자장가같은 곡입니다. 그래서 열린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꿈나라로 가는 길을 배웅하는 잔잔하고 포근한 바람입니다. 몇 십초의 정적이 끝나면 히든 트랙이 이어집니다. 꿈나라의 모습일까요? 앨범에 전반으로 흐르는 쓸쓸함과는 다르게 밝고 희망찬 느낌입니다. 행복한 꿈을 꾸는 밤인가봅니다.
'The days are long and filled with pain', 보너스 트랙으로 Maximilian Hecker'의 동료가 부른 버전이 실려있습니다. 조금은 서늘하고 조금은 건조한, 긴 여름을 지나 가을의 문턱의 바람같은 곡입니다. 길고 지루한 여름같은 사랑이 끝나고 이별의 문턱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할까요? 그래서 노래는 절망적인 만큼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There's still a lot for us to see in this life.'이라는 마지막 가사처럼요.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요즘 제가 듣는 외국 앨범들은 정말 한 손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지만, 하나같이 주옥같은 앨범들이고 이 앨범 역시 그렇습니다. 아직 Maximilian Hecker의 모든 앨범을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우수로 가득찬 감수성은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곡 하나 하나가 너무나 좋고, 그냥 CD를 CDP에 넣고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도 건너뛸 트랙이 없을 정도 앨범의 흐름도 완성도가 뛰어납니다. 오래 많이 들었지만, 이 앨범에 질리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법 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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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 Vanilla Shake
2006년 3년에 발표된 '허민'의 데뷔 앨범 'Vanilla Shake'.
'허민'이라고 하면 낫선 이름이겠지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라면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이름일 겁니다. 바로 '허민'이 2003년 15회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타이틀이 있는 그녀을 알기에 앞서 2004년 홍대 '사운드홀릭'에서 '바닐라 쉐이크'라는 밴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밴드의 이름과 동일한 그녀의 데뷔 앨범,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깝다는 기분에 짧게 소개해 봅니다.
'어처구니가 없네',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송 느낌의 키보드 연주로 시작하는 경쾌한 곡입니다. 따뜻한 느낌의 키보드 연주와 발랄한 노래의 교차가, '슬픔'을 주로 노래하는 요즘 노래들 치고는 좀 언밸런스한 느낌도 있지만, '풋풋한 젊음'이 느껴져 좋습니다.
'Shake Song', 흥거운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곡으로 그루비(groovy)한 느낌은 2004년에 보았던 그녀의 밴드, '바닐라 쉐이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강남역 6번 출구 앞', 역시 영롱한 키보드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느린 템포의 곡입니다. 강남역에서 만남의 장소로 많이 이용되는 '강남역 6번 출구'를 제목으로 하고 있기에 반응이 좋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허민 스타일'을 들려주는 곡이기 때문인지, 아무튼 타이틀 곡이기도 합니다. 흐른 날, 분위기 있는 찻집의 창 밖으로 슬로우모션 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거리를 떠오르게 합니다.
'아침이 좋아', 보컬과 피아노의 간결한 진행으로 싱그러운 아침의 느낌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Complex', 요즘은 좀처럼 듣기 힘든 전자음과 시작되는 흥겨운 곡입니다. 조금 촌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 그 전자음에서 어쩐지 90년대 가요의 느낌이 나네요. 가창력에 비중이 상당이 높은 요즘 가요보다는, 좋은 곡과 연주나 코러스에서 느껴지는 재치가 90년대 가요의 느낌으로, 특히 '윤상'의 곡에서나 들을 법한 것들입니다. 맑은 보컬과 키보드(혹은 피아노) 연주로 승부하는 '허민'의 노래들이 대부분 90년대 가요의 느낌인데, 이곡은 특히 그렇네요. '윤상'의 Best album을 통해 다시 듣게된 그의 노래는 시간이 갈 수록 빛이 나더군요. '나이듦'에 대한 조금은 진지하면서도 발랄한 고찰이 담겨있는 가사에도 공감이 갑니다.
'보석같은', 키보드 혹은 피아노가 중심이 된 '어처구니가 없네', '강남역 6번 출구'나 '아침이 좋아'가 '허민 스타일'의 곡이라면 이 곡도 그런 부류라고 하겠습니다. 그녀의 앨범을 이루고 있는 '스타일의 두 축' 중 한 축이 '허민 스타일'이라면 다른 한 축은 '밴드 바닐라 쉐이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구요. 후자에 속하는 곡은 앞서 이야기 했던 'Shake Song'이나 마지막 곡 '알면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 트랙 리스트만 봐도 두 버전으로 들어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어떤 곡인지 알려주는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록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구요. 보컬과 피아노의 콤비와 잔잔히 바탕에 깔리는 오케스트라, 최소 투입의 최대 효과를 보여주는 '대중음악의 3대 사기'의 멋진 조합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간간히 들어간 코러스는 가사의 간절함을 더 해줍니다.
'I'm Lost', 낮게 깔리면서 '군중 속의 고독'을 노래하는 '허민'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뒤에 나올 '알면서도'보다도 마지막 곡으로 더 어울릴 법한 느낌입니다.
'알면서도',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분위기와 연주에서 밴드 '바닐라 쉐이크' 느낌의 곡입니다. 사실 '허민'과 '바닐라 쉐이크', 같은 주체들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구분하고 싶네요. 보컬의 비중이 줄어둘고 그 비중을 연주가 차지했다는 점이 '바닐라 쉐이크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허민'과 밴드 '바닐라 쉐이크'의 공연을 각각 보지 않은 청자들에게 이해가 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앨범은 발매했지만 활발한 활동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그녀. 이 점은 비단 그녀의 고민만이 아닌 언더그라운드씬에서 태어나 메인스트림의 문을 두드리는 수 많은 밴드들의 고민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하여 꺼지지 않은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곡들도 있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 혹은 느낌에서는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즐겨들을 만한 매력이 있는 앨범이고,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에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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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 - 상사몽(相思夢)
가요계에 '퓨전 국악'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정민아', 그녀의 뜨거운 데뷔 앨범 '상사몽'.
가요계에 몇년전부터 간간히 불고 있는 '대안 열풍'. 작년 '두번째 달'의 성공 이후 '퓨전' 혹은 '크로스오버'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올해는 '정민아'라는 가야금 연주자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퓨전 국악'을 들려주는 앨범 '상사몽'을 살펴봅니다.
국악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 '무엇이 되어'을 첫곡으로 시작하여, 해금(아마도 그녀의 단짝 공경진의 연주)와 베이스와 함께 하는 경쾌한 퓨전 국악 연주곡이라고 할 수 있는 '바람 부는 창가에서'로 이어집니다. 제 기억에 '바람 부는 창가에서'는 공연에서 정민아가 말하 길, '공경진을 위한 곡'이로고 한 만큼 해금의 선율이 중심이 되는 곡입니다.
퍼커션, 콘트라베이스, 해금과 함께한 '새야 새야'는 어린 시절 동요를 다시 떠올리며 감상에 빠져들게 할 만합니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곡 '상사몽(Radio Edit)'은 '작사 황진이'라고 써있는 것을 보아 황진이의 시조를 가사로 했나봅니다. 연정이 지나쳐 생기는 병인 '상사병'에서 차용한 제목처럼,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지만 꿈에서라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심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사에서 절절히 뭍어나는 그리움은 심금을 울리는 첼로의 선율로 배가 됩니다. 두 사람이 만나길 바라는 '중도'는 아마도 모든 차별을 뛰어넘은 그런 이상세계가 아닐까합니다.
이어지는 '노란 샤스의 사나이'는 상당히 오래전에 발표된 가요(1961년)를 그녀의 감각으로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보사노바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녀의 음악이 왜 퓨전 국악이라고 불리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합니다. 그녀의 꺾어지는 창법과 세련된 리듬이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미나 탱고' 역시 퓨전 국악을 이어가는 곡으로 '보사노바'에 이어 '탱고'와 국악이 만난 연주곡입니다. 아코디언과 가야금의 너무나도 멋진 어울림은 고풍스러운 유럽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다는 느낌마져 들게합니다. '미나 탱고'의 '미나'는 그녀의 이름 '민아'를 발음대로 쓴 듯하네요.
독특한 제목의 '로봇 일기'는 제목에서주는 예상과는 달리 '퓨전'보다는 '국악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하지만 가사가 재밌습니다. 로봇이 녹슬어가는 모습을 가사에 담아 무너지는 마음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Lullaby of Birdland'는 '째즈'와의 만남을 들려주는 곡으로, 여러 뮤지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던 '스탠다드 째즈 넘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곡 '뱃노래', 역시 '새야 새야'와 같이 우리 민요를 그녀의 감각으로 되살려낸 곡입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물과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보너스 트랙'이라고 할 수 있는 '상사몽'의 'Original Version'입니다. 'Radio Edit'이 4분에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Original Version은 6분이 넘습니다. 시간이 넉넉한 만큼 구슬픈 연주를 더 즐길 수 있죠.
홍대 클럽 공연에서 털털한 모습의 그녀만 보다가, 언론에 소개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낯설기까지 하네요. 일부 언론에서 그녀의 음악을 '퓨전 국악'과 더불어 '월드 뮤직'이라고 소개하는데, '월드 뮤직'이라는 소개는 다시 한번 재고해야하지 않을까요? 저에게는 '월드 뮤직'이라고 함은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이되는 미국과 영국, 미국에 이어 세계 제 2위의 음반 시장을 갖고 있는 일본, 그리고 서유럽, 한국 정도를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제 3세계의 토속적 혹은 민속적 음악'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국악이 민속적 음악의 성격이지만, 우리가 우리의 음악을 '월드 뮤직'이라고 부르는 것은 좀 웃기다는 생각입니다. 다분히 서구적인 시각이라는 거죠. 우리까지 그런 시각을 고수할 이유가 있을까요?
'퓨전 국악'을 표방하는 '정민아'의 음악이 한국 음악계에서 '국악'이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요계'의 위기가 찾아온지 몇년 째이지만, 가요계 자체의 체질 개선보다는 외부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해왔고 그런 시도들은 거의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후발 주자들의 성공으로 음악 주류의 변방에 있었던 '국악'이라는 장르가 한국 대중 음악의 단순한 '대안'이 아닌 '주요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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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핑크(Fanny Fink) - Mr. Romance
2007년의 시작을 알리는,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로 2007년 첫 앨범 'Mr. Romance'를 발표하는 '파니핑크(Fanny Fink)'.
'Pink'가 아닌 'Fink'가 들어간 밴드 이름은 영화에서 차용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fanny'는 '속어'이고 'fink'도 좋은 의미는 아니네요. 어쨌든, 공연이 괜찮다고 입소문으로 알게 되었고, 미리 들어본 '24'가 상당히 좋은 느낌이었기에 앨범을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리뷰를 쓰는 동안 같은 레이블 소속의 '올드피쉬'가 앨범을 발매하였고, 역시 같은 레이블의 최고 인기 밴드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최고 기대주 '더 멜로디'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기에, 다른 앨범들에 가려지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좀 있네요. 하지만 정말 좋은 앨범이라면 그 와중에도 자신을 빛을 묵묵히 발하겠죠.
'24',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의 첫곡입니다. 시원한 느낌때문에 요즘같은 겨울보다는 날은 점점 더워지고 밤바람은 시원한 초여름에 들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잡한 도시를 벗어나 도시 외각의 조용한 밤 길을 달리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가사까지 고려한다면 '행방을 알 수 없는 24세, 초여름의 밤'이랄까요? 참 좋은 인상을 주는 첫곡이라고 하겠습니다.
'향을 담은 비 for Haru', 바로 앞선 '24'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의 곡입니다. '24'가 '팝'과 '락'의 사이 어디 즈음에 있는 곡이라면 '향을 담은 비'는 'Casker'나 'W'같은 '일렉트로니카'에 가깝다고 할까요? 'Casker'와 비교하자면, 'Casker'의 보컬 '융진'과 '파니핑크'의 '묘이'의 음색의 차이로 인해, 강렬함은 떨어지지만 '파니핑크' 쪽이 더 가냘픈 느낌입니다. '비'가 들어간 제목 뿐만아니라, 낮게 깔리다가 절정에서 찌르는 듯한 보컬과 질주하는 듯한 연주가 '비'처럼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하네요.
'Sweet', '팝-락'과 '일렉트로니카'를 지나 이번에는 '보사노바'입니다. 이런 다양한 장르를 차용하는 모습은 '클래지콰이'나 '캐스커'같은 '일렉트로니카'와 결합한 밴드들이 보여주는 모습이기, 이 밴드의 정체성을 참 궁금하게 합니다. 앞선 두 곡이 '쓸쓸함'을 노래하고 있다면 'Sweet'는 제목처럼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 앞선 세곡이 기복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잔잔히 흘러가는 곡입니다. 일명 '착한 남자(혹은 여자) 증후군'이 있는 사람의 비애를 노래하거나, 그들에게 비애를 안겨주는 가사입니다.
'Signal Lamp', 밴드 '파니핑크'의 '지향점'이 되었으면 하는, 90년대 가요 분위기가 나는 경쾌한 연가입니다. 가사 뿐만 아니라 보컬과 코러스의 느낌이나 믹싱, 기타 반주, 간주의 일렉기타 솔로까지 여러 면에서 그런 느낌을 갖게 합니다. 요즈음 가요에서 기본 공식 중 하나처럼 되어버린 화려한 오케스트라 세션이 없다는 점도 그렇구요.
'11월', 가사는 오직 '나'와 '라' 밖에 없고 재생시간도 2분이 되지 않는 interlude 형식의 곡입니다. 앞선 곡들의 팝적인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겨울의 입문이자 연말을 알리는, '시작과 끝의 기로'에 서있는 제목 '11월'의 의미가 궁금해집니다.
'Railroad', '11월'과 마찬가지인 연주곡 형식의 곡으로 2분이 조금 넘습니다. '11월'이 앨범의 전반을 마무리하는 곡이라면 'Railroad'는 앨범의 후반을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옳겠습니다. '앞선 곡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곡들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앞선 곡들이 보컬과 연주에 여러 이펙트를 통해 화려한 팝적 느낌이 강했다면, 이 곡에서 느껴지는 조금 건조한 어쿠스틱 연주들이 그런 기대를 강하게 합니다. 기차소리와 코러스는 아른한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널 만나러 가는 날', 'Sweet'와 비슷한 보사노바 느낌입니다. 하지만 'Sweet'와 비교했을 때 보컬은 좀 담백해졌고 연주도 그렇습니다.
'다신', 역시 90년대가 물씬 느껴지는 곡입니다. 앞선 어느 곡보다도 담백한 보컬과 멜랑콜리한(우울하고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가사가 그런 느낌이 들게합니다. 특히 그 멜랑콜리(melancholy)는 분명 슬픔만을 토해내는 요즈음 가요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수성이네요. 첫인상이 너무 좋은 '24'와 함께 이 음반의 베스트 트랙으로 선정하고 싶네요.
'민트 하늘의 꿈', 서늘한 들판에 누워 유유히 흘러가는 가을 하늘을 보는 듯한, 잔잔한 느낌의 곡입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난한 팝-락 트랙입니다. 앞선 '민트 하늘의 꿈'이 유유하고 잔잔한 '느낌'이지만, 이 곡은 '그냥 평범'하다고 할까요? 앞선 트랙과 비슷한 정서이지만 아니, 비슷한 정서를 들려주기에 차별화를 둘 수 있는 '+ α'가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두 곡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역시 뒤에 있는 트랙에게 그런 감상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네요.
'Lucia', 마지막 곡으로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이어도 괜찮을 느낌입니다.. 많은 곡에서 '가성'으로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진성'으로 생각되는 맑고 힘찬 보컬이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강하게 합니다. 그만큼 앨범에서 가장 밝은 느낌의 곡이기도 하구요. 전반의 긴 연주 후에야 들을 수 있는 보컬도, 연주곡으로 시작해서 절반쯤 올라가고 노래가 시작되는 엔딩 크레딧을 생각나게 합니다.
앨범 전체적으로 '강렬한 임팩트'로 승부하기 보다는 한 곡 한 곡이 강하게 튀지 않는 잔잔함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런 잔잔함 속에서도 소소한 감정들, 재미들을 찾을 수 있네요. '쿨'한 아니, '쿨'해보이려는 노력들, 오늘은 조금 슬프고 눈물도 조금 나겠지만 내일은 더 성숙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조금은 시린 20대 초반의 감정들, 노래들...별점은 3.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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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새벽 - 보옴이 오면
2006년 12월 말, 예고도 없이 찾아온 푸른새벽의 두번째 정규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 되어버린 '보옴이 오면'.
공연도 별로 없이 갑자기 발매된 두번째 앨범만으로 이별을 고하니 많은 이들이 아쉬웠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double disc로 발매된 EP 'Submarine Sickness + Waveless'에서 이들의 행보는 예견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눈으로 덮힌 벌판에 한 그루의 나무만 쓸쓸히 서있는 자켓과 그 아래 쓰여진 '보옴이 오면'. 봄을 기다리며 리뷰를 시작합니다.
'intro', 그야말로 인트로입니다. '이별만은 아름답도록'이라지만 마지막을 고하는 앨범의 intro로는 너무나 밝은 느낌입니다. 밝다 못해 희망적이고 진취적입니다. 푸른새벽, 두 멤버의 앞 길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Undo', 도입에서부터 앞선 intro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intro에서 느꼈겠지만 1집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1집에서는 기본적으로 기타가 중심이 되었지만, 1집과 2집을 잇는 EP 'Submarine Sickness + Waveless'에서 보였던 키보드나 신디사이저 중심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사랑', '푸른새벽'의 대표곡 '스무살'에 필적할 만한 아니 뛰어넘을 만한 '임팩트'를 가진 곡입니다. dawny의 '나른한 슬픔'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너무나 매력적인 곡이구요. 나른하게 진행하는 보컬은 후렴에서는 황량한 슬픔으로 바뀝니다. 그 황량함은 앨범 자켓에서 보이는 눈으로 덮인 쓸쓸한 벌판과 싱크로율 100%에 가깝네요. 조용한 방안에서 듣다가 숨이 먿을 듯하고 주체할 수 없는, '텍사스 들판의 소떼처럼 몰려오는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후렴에서는 'Maximillian Hecker'의 'Dying'이 떠오르더군요. "I'm dying"이라는 외치는 모습과 겹쳐지네요.
'하루', 앞선 두 곡이 dawny의 보컬에 상당히 의존하는 곡이었다면 이곡에서 보컬의 비중은 줄어들고 연주가 중심입니다. 앞선 두곡이 더블 EP 중 'Submarine Sickness'의 연장선이라면 이 곡은 'Waveless'의 연장선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더블 EP 중 'Submarine Sickness'는 dawny의 스타일이고, 'Waveless'는 sorrow의 스타일이라고 본다면 대충 맞지 않을까하네요.
'우리의 대화는 섬과 섬사이의 심해처럼 알 수 없는 짧은 단어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너무나 긴 제목의 곡입니다. 아마 제가 지금까지본 우리나라 노래 중 가장 긴 제목이 아닐까하네요. 주도권은 다시 dawny쪽으로 기울었지만 두 사람사이의 균형이 느껴집니다. 다른 좋은 곡들이 있지만, 이 곡이 제가 '푸른새벽'에게 바라던 모습들과 가장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가사처럼 이번 푸른새벽은 앨범이 끝이라도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별', 시작이 왠지 EP에도 수록되었던 '빵'이 떠오르는 곡입니다. 담백함과 기교가 적절히 어우러진 보컬이 매력적으로 곡의 길이가 짧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네요.
'딩', 특이한 제목과 나긋나긋한 보컬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처음 앨범을 들었을 때, 예전에 Demo로 들었을 때의 거친 느낌과는 많이 달라서 처음 들었을 때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Tabula Rasa',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렸던 곡입니다. 보컬과 기타 연주에서 2집보다는 1집과 EP 사이에 있을 법한 분위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오후가 지나는 거리', dawny의 보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곡입니다. 3분이 좀 안되는 짧지 않은 곡이지만 interude같은 느낌이 드네요. 단조롭다고 할까요.
'명원', EP 수록곡 '별의 목소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마지막 곡 '보옴이 오면', 봄이 오면 하고 싶은 바람들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가사의 처음 dawny의 목소리가 '보옴'으로 늘어지는 부분에서는 아른한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봄'이 아닌 '보옴'으로 늘어져 화자에게는 그 그리움만큼이나 바람들도 너무나 멀어보입니다. 우린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아늑한 '빵'에서 공연하는 '푸른새벽'의 모습을.
아쉽습니다. 많은 사랑를 받았던 밴드가 고작 2장의 앨범과 1장의 EP만 내고 사라진다니 아쉽습니다. 아쉽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의 언더그라운드 씬의 현실이기도 하니 착찹하기도 하네요. '보옴이 오면'이라는 제목처럼 봄은 너무나도 멀어 보이지만 언젠가 두 사람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이들에게 남겨진 앨범 '보옴이 오면'. 가만히 듣다보면 우리에게 '보옴'이 오지 않을까요? 그날을 기다립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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