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I am Legend) - 2007.12.19

보는 내내 서늘한 마음이 들었던 영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주인공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을 포함한 일부의 인류 외에 대부분의 사람이 사라진 뉴욕의 모습은, 조용한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과 같은 모습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용한 삶이 완전한 인간관계의 차단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쓸쓸하고 적막한 영상을 보면서 고독을 간접적으로 체험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점이 바로 이 영화의 제작진이 노리던 점이 아니었을까 한다.

사실 '나는 전설이다'라는 엄청난 제목을 생각한다면, 그에 어울리는 볼거리는 없는 영화다. 전형적인 미국식 영웅물들과는 차별을 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텅빈 도시에서 약 1000일 동안 한 인간이 살아나가는 방식을 관찰할 수 있는 점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혼자 살아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한 번은 생각해 볼만도 하겠다. 원작 소설과는 달리 '로버트 네빌'은 군인이자 생물학자로 등장하는데 그의 생존 방식과 연구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설정인가보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장면이 아닌, 네빌의 남은 유일한 가족인 '샘'의 죽임이다. 인간으로서 혼자 살아남은 상황에서 그나마 가족같이 지내던 애견 '샘'의 죽음은 애견생활이 보편화되어 정신적 유대관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인들에게 어필하는 점이 클 것이다.

우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결말은 조금 아쉽다. 우연에 가까운 샘의 죽음에 이어지는 우연들은 1000일 동안 꾸준히 유지되던 네빌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그리고 그 우연과 마지막 용기로 원작 소설과는 다른 의미의 '전설'이 된 결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아마도 영화적 감동을 위한 타협이 아니었을지.

 윌 스미스의 괜찮은 연기와 CG 작업보다 어려워 보이는 텅빈 도시를 잘 촬영한 제작진에 노고에 별점은 3.5개다.

2007/12/24 15:37 2007/12/24 15:37

베오울프 (Beowulf) - 2007.12.2

액션과 판타지에 목이 말랐던 내가 정말 오랜만에 상영관을 찾게한 영화, '베오울프'. 자정이 넘어선 시간에 부천CGV를 찾아가, 처음으로 '디지털 3D'로 본 영화였다. 예고편을 보고 기대는 했지만 소감은 실망.

컴퓨터의 작은 화면으로 예고편을 볼 때는 몰랐는데, 큰 화면으로 보니 완전한 3D CG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이미 너무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들에 눈이 길들여진 후라 그런지, 스케일도 불만이었다. 영화 내내 볼만한 전투씬은 두 번이고, 또 다른 볼거리는 CG로 다시 태어난 '안젤리나 졸리'의 등장 장면 정도였다.

조금은 과장을 좋아하고, 호탕한 젊은 시절의 '베오울프'와 '그렌델'은 고난이도의 격투장면은 등장인물의 동선이나 카메라의 시점은 정말 CG가 아니면 표현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볼거리'라기 보다는 '맛보기'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후 '그렌델의 어머니'를 만나면 진정한 볼거리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헀지만...

자신의 업보와 싸우는 '늙은 베오울프'의 싸움은 힘겨워 보이기만 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부족했다. 그냥 3D 게임의 '중간보스'라고 느껴질 정도랄까? 늙은 베오울프는 이 영화처럼 서글프기만 했다.

'그렌델의 어머니'와 '황금뿔잔'이 욕망과 저주를 상징하는 두 소재와는 결말이 나지 않는다. 끝까지 죽지 않고 새로운 왕을 유혹하는 '그렌델의 어머니'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의 상징일까? 화려하지만 돌려받으면 불행이 찾아오는 '황금뿔잔'은 '과오의 대가'일까?

몇몇 장면에서 움직임이 어색하긴 하지만 멋진 그래픽, 아쉬운 볼거리, 빈약한 내용...별점은 2.5개.

2007/12/15 01:09 2007/12/15 01:09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 2007. 7. 8.

'스티븐 스필버그'의 동심과 휴머니즘, 그리고 '마이클 베이'의 영상과 액션이 합체한 영화 '트랜스포머'.

재밌습니다. 정말 재밌습니다.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 이후 제가 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 가장 재밌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 전개나 시각효과에서 방심할 틈이 없을 정도 입니다. 특히 차량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순간에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변신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차량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일이 '당연'하게 느껴지더군요.

각각 제작자와 감독으로 참여한 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의 특기(?)들이 잘 녹아있습니다. 외계에서 온 로봇과 지구 소년의 우정, 그것은 'E.T'를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범블비'가 정부 비밀기관에 잡히는 애처로운 장면에서 특히 그렇더군요. 인간에 가까운 모습과 성격을 보여주는 로봇들의 모습은  'A.I.'의 로봇들과 비슷하구요. 캐릭터의 성격에서 스필버그 감독의 입김이 컸다면, 영화의 영상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차지였습니다.

영화 후반부의 도심에서 벌어지는 추격씬과 액션씬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전작 '아일랜드'을 긴박했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강렬한 태양과 붉은 불길 등 붉은 빛이 두드러지는 화면역시, 가깝게는 '아일랜드'에서 멀게는 '아마겟돈'이나 '더 락'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구 수호'라는 진부한 주제와 '변신 로봇'이라는 유치할 수 있는 소재를, 전혀 진부하지 않고 전혀 유치하지 않게 그려낸 영화 '트랜스포머'. 이 영화는 단순히 '오락'을 넘어서 대부분의 남성들이 어린 시절 꿈꾸었던 '변신 로봇에 대한 로망'에 향수을 불러일으키고 그 '로망'을 다시 한번 불사르게 합니다. 동심과 로망을 위한 찬가 '트랜스포머', 별점은 4.5개입니다.

어떤 스포일러들

2007/07/14 19:58 2007/07/14 19:58

황진이 - 2007.6.10.

TV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 찾아온 '황진이'.

드라마는 약간 보았지만 확실히 영화 속 '황진이'는 드라마의 그 황진이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드라마의 황진이는 재색과 가무를 겸비한 '화려함'으로 승부했다면 영화 '황진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으니까요. 한복부터 노랑이나 빨강이 아닌, 푸른색과 검은색 등 '중후함'을 느끼게 할 만한 색상들로 '송혜교'의 미모를 더 빛나게 했습니다. 시각적 효과들 뿐만 아니라 내용의 전개나 황진이의 활약(?)도 화려함보다는 왠지 비장함에 가까웠구요.

황진이가 '기생'이 되는 과정은 황진이의 기구한 운명을 묘사하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에 잠시 홀렸는지 갑자기 돌변하는 인물들은 좀 아쉬웠습니다. 벽계수나 서경덕과의 인연은 너무나 짧게 지나가서 '세상을 발 밑에 두겠다'던 황진이의 비장한 독백을 무색하게 했구요.

드라마 '황진이'와 비교하여 혹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원작이 다른 만큼, 영화 속 황진이의 모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마져 '화려함'을 강조했다면 드라마의 다이제스트 판이 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황진이를 지금까지 기억하게 하는, 여러 지체높은 양반들과의 이야기는 비중이 너무 작아 '황진이'라는 조선시대 '풍류 여걸'의 무용담을 느낄 수 없는 점은 이 영화가 대성공을 거둘 수 없는 이유이자 혹평의 꼬투리가 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합니다.

북한 출신 작가의 원작을 기본으로 하여,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화려함이나 무용담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하는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 각색을 통해 '풍류'를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영화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놈이'의 계급투장을 상징하는 말 '사람 사는데 못갈 곳이 어디 있겠느냐'입니다.

한국 영화의 부흥과 함께 극장가에도 사극이 끊이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덧칠한 일명 '퓨전사극'들이 괜찮은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영화 '황진이'가 '퓨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고풍스러운 시각적 멋의 전달을 넘어서진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2007/06/21 22:00 2007/06/21 22:00

밴드 오브 브라더스 (Band of Brothers)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부터 '구입 희망 목록'에 담아두었지만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때문에 계속 미루고 있다가, 지난달에 3만원 대 중반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기에 구입한 DVD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제작한 참여한 엄청난 전쟁 드라마는 점과 매우 재밌다는 입소문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라던가? 직접보고 나니, 그 위력을 알겠다.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어떤 전쟁영화보다도 뛰어났다.

스타급 캐스팅이 없고, 확실한 주인공이 없지만 오히려 그 점이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최대 장점이자 몰입도를 높이는 주무기가 되고 있다. 어느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조연급 정도로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배우들이 'Easy Company'의 대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여느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그들은 서툴고 성장하고 부상당하고 죽기까지 한다.

드라마 주제에 왠만한 영화의 스케일을 훌쩍 뛰어넘는 드라마.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대원들이 노르망디의 상륙하던 날, 유럽의 다른 한 곳에서 시작되는 모험담.

엄청난 중독성으로 처음 6편을 연속으로 보고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원터스'는 왠지 배우 '김갑수'와 닮았다. 잔혹한 소문의 '스피어스'의 간지는 정말 최고였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10회를 다 보아도, 몇몇을 제외하곤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2007/06/20 22:30 2007/06/20 22:30

스파이더맨 3 -2007.5.2.

얼마만에 찾는 영화관인지... 날이 참 좋았던 5월 2일에 본 '스파이더맨 3'.

정식 개봉전에 각종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영화평이 안 좋아서 사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보았습니다, 보고난 느낌도 딱 그 정도랄까요? 볼거리는 풍부하고 내용과 반전도 괜찮았지만, 전편만한 후속편이 없다고 정신을 쏙 빼놓기에는 역시 아쉽더군요. '마블 코믹스'의 영화답게 독특하고, 게다가 지난 1편과 2편의 내용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오프닝은 참 좋았습니다.

3편의 새로운 적들인 '뉴 그린 고블린', '샌드맨', '베놈' 3종 세트에 -자기 자신이 제일 큰 적이라고 '심비오트'에 의해 변하는- '블랙 스파이더맨'까지 2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시간 동안 다 어떻게 처리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적의 적은 무조건 친구가 아닌 것인지 다행히 3종 세트가 한꺼번에 등장하지는 않았고, '감동의 반전'으로 스파이더맨은 '역시 주인공'이었죠.

현란한 볼거리 외에 기억나는 점은 '심비오트'에 의해 변한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의 모습입니다. 심비오트에 의해 기분이 뜰뜬 그의 모습은 마치 '뮤지컬 영화의 주인공'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점 때문인지, 여러 만화들처럼 앞머리 모양만으로 상태가 구별되는 점은 좀 우스웠습니다. 이제부터 갑자기 앞머리가 변한 친구를 조심해야겠네요.

'피터'와 '메리제인(커스틴 던스트)'사이에 오해를 만드는 인물인 '그웬 스테이시', 금발의 미녀인 그녀의 모습이나 영화 속 이름은 밴드 'No Doubt'의 보컬이자 이제는 잘 나가는 솔로 뮤지션이기도 한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를 떠오르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원작 코믹스에서도 그런 이름인지 궁금하네요. 원작의 작가는 아니면 시나리오 작가가 '그웬 스테파니'의 팬인가요?

4편에 대한 루머가 벌써부터 있는데 과연 나올지 모르겠네요. 1편이 2001년, 2편이 2003년이었고 3편이 2007년이니 또 3년 간격으로 나온다면 2010년이나 될 텐데 주요 배우들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1편부터 생겨난 갈등들이 거의 해소되는 3편을 보면 아마 마지막이 될 듯도한데 '샘 레이미' 감독이나 제작진의 확답이 없는 점으로 봐서는 3편이 세계적인 성공을 다시 일궈낸다면 4편의 유혹은 뿌리칠 수 없겠죠.

하지만 '반지의 제왕' 삼부작나 '매트릭스' 시리즈의 2편, 3편처럼  한꺼번에 제작하거나 연속으로 제작하지 않는 한, 역시 속편이 전편을 뛰어넘을 수 없을 듯합니다. 더구나 스파이더맨 3는 다양해진 적들로 볼거리는 풍성해졌지만 그만큼 혼란스러워져 지난 두 편처럼 몰입이 되지는 않더군요. 상당히 긴 내용을 압축해서 2시간 정도에 집어넣으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요. 그나마 -이런 류의 만화처럼 예측은 할 수도 있겠지만- 감동적인 반전' 덕에 별점은 4개입니다.
2007/05/05 19:32 2007/05/05 19:32

묵공 - 2007. 1. 15.

12월 24일에 '중천'을 보았었지만 리뷰를 미루다미루다 결국 못썼군요.. '김태희'도 나오고'중천'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는데 망해서 좀 아쉽네요.

정말 오랜만에 조조영화를 보았습니다. '안성기'가 등장하는 중국영화 '묵공'.

사실 한국 배우 '안성기'와 '최시원'이 중국어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안성기'는 직접했네요. '최시원'은 목소리를 모르니 알 수 없지만 왠지 성우 더빙 같기도 했어요.

'유덕화'는 나이가 들어도 아니, 나이가 들 수록 매력이 더 해가네요. 광고에서는 '항엄중'으로 등장하는 '안성기'와 함께 그가 연기한 '혁리'가 주연인 듯했지만, 사실 '유덕화' 혼자 주연이네요. 그의 여자가 될 뻔했던 '일열'을 연기한 '범빙빙'은 영화에 하도 미인이 등장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쁘네요.

전쟁 장면은 그럭저럭입니다. '반지의 제왕', '알렉산더' 등의 헐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빠지는 점은 없기에 좀 더 사실적이라고도 할까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작년에 보았던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이 좀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묵가'의 사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킹덤 오브 헤븐'의 주인공들이 세우려했던 '이상주의'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물론 다른 점도 있어보입니다만.

전쟁에서 누가 이기든 결국 약한 백성들은 희생될 뿐입니다. 백성을 위하는 길이란 전쟁을 하는 것도, 전쟁을 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위정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아무도 통치하는 않는 것이 백성을 괴롭히지 않는 길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묵가'는 왜곡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가'와 닮아있는 느낌이네요.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랍니다. 모두를 구하려했던 '혁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조차도 구하지 못했죠. 이상주의는 목표가 될수 있을 뿐, 방법은 될 수가 없나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크레딧을 보니 원작이 일본의 만화인가보네요. 한중일 합작 영화였나요?

2007/01/15 13:56 2007/01/15 13:56

라디오스타 - 2006. 10. 15.

2주전에 보았던 '라디오스타'. 영화 리뷰를 이렇게 미루었다가 쓰는 것은 처음이네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정말 오랜만에 종로에 있는 '서울극장'에서 보았습니다. '서울극장'은 '매트릭스 : 리로디드' 이후로 안갔으니 정말 오랜만에 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준익 감독의 전작 '왕의 남자'보다 '라디오스타'가 더 좋더군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왕의 남자'가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웠다는 점이 의심될 정도로 대단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에게 '왕의 남자'는 그냥 '잘 만든' 영화일 뿐이었죠.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으로 이미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의 콤비'라고 할 수 있는 '박중훈(최곤 역)'과 '안성기(박민수 역)'의 캐스팅이나 연기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왕년의 인기를 못있고 까칠한 모습을 보여주는 '최곤'의 모습은 아무리 연기라지만 상대역(박민수) 입장에서는 받아내기 힘들 법도 한데 그 상대역의 배우가 '안성기'라면, '박중훈'과 '안성기'의 콤비였다면 왠지 '눈빛만으로도 대화하며 촬영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요.

어찌 생각해보면 '이준익 감독'은 소위 말하는 '마초 감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작 '왕의 남자'나 '라디오스타'나 주연은 모두 남자입니다. '왕의 남자'는 주연이 '감우성', '이준기', '정진영'으로 모두 남자였고 '라디오스타'는 '박중훈'과 '안성기'로 왕의 남자'에 비해 한 명이 줄었을 뿐 역시 모두 남자입니다. 물론 두 영화나 여자 조연('왕의 남자'의 강성연, '라디오스타'의 '최정윤')이 있지만 이 여성들은 영화의 '감초' 정도의 역할일 뿐 처음부터 끝까지 남성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주변에 머물 뿐입니다.

'라디오스타'에서 더 노골적인데, 안성기와 박중훈의 주연 콤비 외에도 두 남성 조연 콤비인 '박기사(정석용)'과 '김국장(윤주상)'도 티격태켝하는 남자들의 우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강PD(최정윤)' 외에도 비중있는 여자 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다방 김양(한여운)'도 존재하지만 두 케릭터 사이에는 어떤 관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준익 감독이 그려내는, 이성(異性) 관계와는 또 다른 '남자들의 관계', 여성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남자 세계'의 의리(義理)와 우정(友情)은 수 많은 학원물이나 스포츠물의 만화가 그려내는 그것과 닮아있습니다. '의리'나 '우정'이라는 단어는'친구'라는 단어를 연상시키고 이 '친구'라는 단어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거의 남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매우 가까운 친구사이'를 의미하는 '불알 친구'도 다분히(혹은 당연히) 남성적이구요.  '친구'라는 영화도 그런 내용의 영화였구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를 잘 포장해서 다루는 이준익 감독이야 말로 진정한 '마초 감독'이 아닐런지요.

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라디오스타', 화려하지는 않은 영화였지만 나이가 들 수록 점점 각박해져가는 우리들의 마음에 '정(情)'이라는 단어를 던지는 멋진 영화였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6/10/29 00:28 2006/10/29 00:28

타짜 - 2006.9.30.

정말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 '프리머스시네마'에서 '타짜'를 심야상영으로 보았습니다. 꽤 좋았던 '범죄의 재구성'의 감독 '최동훈'의 작품이고, 꽤 재밌다는 만화가 '허영만'의 '타짜'를 원작으로 했다기에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뭐, 원작 만화는 아직 못 보았지만요.

역시나 참 좋았습니다. 엔딩 크레딧을 빼고도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 정도로 짧지 않은 편이었지만 딴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짧은 컷을 사용한 빠른 전개는 내용을 적절히 전달하면서도 관객을 놓아주지 않더군요.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주었던 진행방식을 더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범죄의 재구성'이 짜임새있는 진행을 보여주었지만 흐름이에서 조금은 거친 느낌이 있었는데, '타짜'에서는 정말 '물 흐르듯' 흐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고니'역의 '조승우'는 평범한 축에 속하는 외모의 덕이 참 크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의 연기력은 좋은 편이지만 그의 '평범'에 가까운 얼굴은, '왕자'같이 특이한 역이 아닌 이상은, 무난하게 소화시키는 얼굴같습니다.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등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평경장'역의 '백윤식'은 이제 '숨은고수' 혹은 '기인'의 이미지로 굳어져가는 듯합니다. '범죄의 재구성', '싸움의 기술'에 이어 '타짜'에서까지 멋진 연기를 보여주지만 이미지가 굳어가는 느낌이네요.

'정 마담'역의 '김혜수' 온 몸으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나이 대비 사기 몸매를 과시하는 프랑스의 '모니카 벨루치'가 부럽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김혜수' 누님이 있으니까요. 아, 물론 연기도 좋았습니다. 뒤늦게 물오른 연기로 최근 몇년 사이 '제 2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화란'역의 '이수경'은 역시 신선한 매력을 보여주었지만 비중이 크지 않아 좀 아쉬웠습니다. '아귀'역의 '김윤석'도 그전까지 보여준 이미지와는 다르게 멋졌고, '너구리'역의 '조상건'은 뭔가 충직한 역할이 역시나 잘 어울렸습니다. 이제 한국영화 기대작들에서 떨어지는 연기력 찾기한 쉽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주연이나 조연, 가릴 것 없이 '연기력'은 '기본장착'이네요.

너무 빠른 진행 덕분에 짧게 지나가 아쉬운 장면들(고니가 평경장의 제자가 되는 과정과 타짜수업 과정, 화란과의 연애)이 있었지만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의 제약안에 표현하려다보니 많이 축소될 수 밖에 없었겠지요. 길어졌다면 정작 중요한 '고니'의 무용담에 비중이 줄어들어 아쉬움은 더 커졌을 수도 있구요.

오랜만에 대단한 볼거리보다는 물 샐 틈 없는 짜임새와 그에 걸맞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를 본 듯하네요. '궁' 등의 성공적인 드라마화에 이어 한국만화의 영화화에서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2006년 한국만화가 좀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6/10/01 22:56 2006/10/01 22:56

다세포소녀 - 2006.8.10.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이재용' 감독의 신작 '다세포소녀'. 그러고보니 '이재용'이라는 이름이 참 눈에 익습니다. 증여 문제라 말 많았던 모 그룹의 회장 아들이 '이재용'이고 본 영화에 출연한 조연 배우의 이름도 '이재용'이네요.

'맙소사!!', 이 영화를 보고난 제 한마디입니다. 김옥빈, 박진우, 이켠, 유건 등등 많은 청춘 스타들을 모아 만든 영화가 이렇다니!

너무 많은 케릭터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려 하다보니 각 장면들의 응집력은 부족했고,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예고편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각종 사회현상과 인터넷문화를 재기발랄하게 표현한 영화의 도입부는 무척 좋았지만, 본 이야기는 언제쯤하려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리멸렬한 중반부터 너무 아쉽더군요.

그래도 가난을등에업은소녀(김옥빈), 반장소녀(박혜원), 두눈박이(이은성) 등의 매력 덕분에 보는 재밌는 좀 있었습니다. 별점은 3개.
2006/08/10 12:36 2006/08/10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