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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 - 2014. 3. 29.
하지만 정의와 애국심은 아직도 유효한 가치들이자 인류를 위헙하는 위기 상황들에서 더욱 빛나는 가치들이기에, '공통의 위험'에 대항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어벤져스를 묶는 구심점으로서 '캡틴'인 그의 묵직함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현실적인 능력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원작 마블 코믹스의 온 우주를 넘어 평행 우주까지 확장되는 '마블 유니버스'와는 다르게, 기술적인 측면에서 영상으로 적절히 표현가능하고 원작 코믹스를 모르는 일반 영화 관객들도 이해가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안전장치'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전작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는 부제처럼 '어벤져스'의 예고편 정도로 보일 만큼 아쉬움이 컸습니다. '토르 : 천둥의 신(Thor)'도 마찬가지여서, 두 영화는 '어벤져스' 결성을 위해 급조된 느낌이 다분했습니다. 그래서 두 영웅의 후속편들은 '어벤저스'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가면서도, 각자의 스토리 라인을 이끌어가는 점이 중요했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군인 출신인 '캡틴 아메리카'는 '쉴드(S.H.I.E.L.D)'의 요원으로 그 연결끈을 놓을 수 없는 존재이고, '어벤져스' 이후에도 개별적인 영화로 소개되지 않는 '쉴드'의 '국장 닉 퓨리'와 '블랙 위도우' 등의 요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영화 속에서 '쉴드'라는 조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고려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조 루소'와 '안토니 루소' 형제가 감독한 '캡틴 아메리카'의 두 번 째 극장판 영화는 '어벤져스의 예고편으로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단독 영화로서는 실망스러웠던' 전작의 그림자를 지워내는 멋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돌아왔습니다. 부제 '윈터 솔져'처럼 캡틴 아메리카가 북극에서 냉동 상태가 되기전 잃어버린 동료 '버키 반즈'가 '윈터 솔져'로 돌아오는 내용이지만, 두 옛 동료의 대결이 전부인 영화는 아닙니다. '쉴드' 안에 숨어든 적의 비밀 조직 '히드라'의 음모와 맞서 고군분투하는 쉴드의 멤버들을 보여주면서, 지금까지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마블 히어로 무비 가운데는 가장 치밀한 스토리 라인을 보여줍니다.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의 대결과 쉴드와 히드라의 대결이 동시에 그려지면서, 130분 정도로 짧지 않은 상영 시간동안 느슨해지는 부분 없이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스크린을 화려한 볼거리로 채우는 어벤져스 동료들(아이언맨, 헐크, 토르)과는 다르게, 방패 하나와 육체만으로 승부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은 '마블판 본 아이덴티티(Bourne Identity)'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맨손 격투의 화려함이나 영화의 짜임새는 '본 시리즈'를 따라가려면 아직은 부족하지만,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디즈니(Disney)'의 계열사로서 관람 등급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마블 스튜디오'로서는 발전된 모습입니다.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는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정의'와 '애국심', 그리고 '우정'을 상징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묵직함을 연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이제는 '닉 퓨리'가 아닌 다른 역할을 생각할 수도 없는 '사무엘 L. 잭슨'은 '안대'가 아닌 '선글라스'를 쓰고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해 집니다. '어벤져스'에서 '호크 아이'와 러브라인이 있을 듯했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는, 호크 아이가 없는 이번 영화에서는 캡틴과 러브라인의 기류를 형성합니다. 블랙 위도우의 '바람기'가 '어벤져스2'까지 이어져 스토리 라인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어벤져스' 속 본부로 등장하면서 수난을 겪었던 '헬리캐리어'가 이번에는 3대나 등장하지만, 제대로 활약을 하기도 전에 모두 격침되는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다음 페이즈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본명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언급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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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Gravity) -201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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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움 (Elysium) - 2013. 9. 3.
'디스트릭트 9(District 9)' 한 편으로 SF 영화 매니아들을 사로잡은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 '엘리시움(Elysium)'.
닐 블롬캠프 감독의 헐리우드 데뷔작 '디스트릭스 9'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SF 영화로서, 근미래를 배경으로 꽤 잘 짜여진 사실성과 개연성으로 전세계 SF 매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새로운 SF 거장의 탄생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더구나 결말에서는 후속편을 강하게 암시하였기에, '디스트릭트 10'을 기다리는 SF 매니아들은 상당히 많았을 듯합니다. 하지만 닐 블롬캠프는 '디스트릭트 9의 후속편은 없다'고 선언했고, 그의 차기작으로 밝힌 '엘리시움'이 국내에서도 개봉했습니다.
이번 엘리시움의 배경이 되는 가까운 미래의 미국 'LA'의 모습은 전작의 배경이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외된 계층이 살아가는 빈민가, 슬럼가의 모습은 매우 닮아있어서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리기에도 충분합니다. 이런 열악환 환경을 그려내면서 역시 전작처럼 계층간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 또한 비슷합니다. 다만 전작이 '가난한 난민 외계인과 부유한 지구인'사이에서의 갈등은 한 지구인이 겪는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인류 계층사이의 갈등을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그려가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배경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hand-held camera의 시각으로 움직임을 쫓는 장면들이나, SF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첨단 무기와 장비들 역시 엘리시움이 디스트릭트 9과 땔 수 없는 연관성을 느끼게 합니다.
디스트릭트 9에서 지구인과 외계인의 갈등을 통해 인류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다면, 엘리시움에서는 그런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더 나아가 그 격차에 따른 '건강와 의료'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주인공 맥스(맷 데이먼)을 포함해서 영화 속 LA의 빈민들이 엘리시움에 가고 싶은 이유도 바로 생명과 관련된 '의료 서비스' 문제 때문입니다. 이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화된 몇몇 나라들에서 빈부 격차에 따라, 생명 유지의 기본이 되는 '의료 서비스'에서도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영화가 던지는 생명과 희생의 메시지는 그럴싸 하지만, 개연성에서는 부족합니다. 영화 속 복선들로 결말은 예상이 가능하지만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점도 아쉽습니다. 100여분이라는 조금 부족했는지, 막판에는 성급하게 결말로 달려가는 기분입니다. 엘리시움 내에서의 알력 싸움이나 등장 인물들의 갈등에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은 점은 뭔가 빠진 느낌이 들게 합니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샬토 코플리'가 악역으로 등장하면서 변신을 꽤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는 악당 두목보다는 두목의 끈질긴 수하('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타스크림'정도)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액션 스타가 된 '맷 데이먼'은 무난했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는 '조디 포스터'의 비중이나 분량은 '용두사미'가 되어 아쉬웠습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맥스(Max)와 프레이(Frey)가 어린시절, 프레이가 맥스의 손에 그려준 그림(?)에서 두 사람의 이니셜 F+M은 결국 Female과 male, '모든 인간' 의미한다고 생각되네요. 어린 맥스에게 뿌리를 잊지 말라고 말한 늙은 수녀의 모습은, 그들의 근원인 지구를 천대하며 살아가는 엘리시움의 거주자들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과학기술을 지배의 수단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해 사용하라는 충고와도 같이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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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 블롬캠프
더 테러 라이브 - 2013. 8. 4.
방송국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진행되는 독특한 '테러' 영화 '더 테러 라이브(the Terror Live)'.
현재 '대한민국 대표 배우'라고 할 만큼 성장한 '하정우'가 단독 주연으로 등장하고, 스튜디오 안에서 거의 모든 것이 진행되는 영화이기에 상영시간의 절반 이상에서 그가 연기한 앵커 '윤영화' 모습만을 비춰줍니다. 하지만 영화는 지루하거나 느슨하기는 켜녕, 매우 긴박하고 박진감 넘칩니다. 앵커로서의 올바론 이미지와 적당히 불량하면서도 퇴폐적인 이미지가 섞여있는 '하정우'가 아니면 할 수 없을 연기들로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앵커 윤영화가 상대하는 폭파 테러범의 목소리 연기도 좋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일상에 지친 우리 가운데 누군가의 목소리이자, 국가에게 정당한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폭파 테러범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다분히 정치적입니다. 영화는 국가를 위해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테러범이 바라는 고작 '한 마디 사과'이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음에도 '권위'를 내세워 거부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더 많은 희생이 발생하는 모습은, 선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른 현실의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대한 정부와 정치인들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기는 커녕, 오히려 국민 개개인의 사소한 과오를 이용한 언론 플레이로 무마시키려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고, 관객들을 '스톨홀름 신드롬'에 빠저들게 할 만한 충분합니다. 귄위적이고 부폐한 권력자들에 의해 국민 누구라도 (가해자처럼 보이지만 결국 피해자인)'폭파 테러범 박노규'가 될 수도 있고 '앵커 박노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윤영화는 재결합하려던 전부인을 잃고 목숨까지 위험하게 되면서, 폭파 테러범대신하여 결말을 내는 '새드 엔딩'이지만, 방송국 건물이 무너지면서 덮치는 건물의 모습을 확인하면 상당히 통쾌합니다. 평소 우리나라의 부폐한 정치판의 물갈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사당에 모여있는 국회의원들을 몰살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원작자 혹은 각본가도 같은 생각이었나 봅니다. 하정우의 뛰어난 영기와 더불어, 한정된 공간에서 긴박하고 팽팽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감독의 역량은 최근 국내 영화계에서 최고로 뽑을 만한 완성도의 영화를 만들었고, 장르적으로도 국내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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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Snowpiercer) - 2013. 7. 31.
한국을 대표할 만한 두 감독이 각각 제작자와 감독으로 뭉쳤고, 영화 '괴물'에서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영화속 부녀 '송강호', '고아성'과 이제는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어떤 영화에선가 보았을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에드 해리스' 등 준수한 캐스팅이 공개될 수록 영화 '설국열차'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장르인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영화이기에 봉준호 감독이 그려내는 미래는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오랜만에 개봉 당일 심야 상영으로 보는 영화가 되었네요.
영화를 본 사람들이면서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이어지며 상승하는 신분 구조는 '설국열차'가 '국가' 혹은 '인류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점 정도는 인지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머리칸에 도착했을 때, 설국열차를 만든 '설국열차'의 '지도자'이자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윌포드'가 주인공 '커티스'를 회유하여 설국열차의 새로운 지도자로 만드려는 장면은, 혁명이 성공하더라도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지배구조를 비꼬고 있습니다. 더불어 윌포드가 말하는 꼬리칸의 폭동에 대한 진실과 반전은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역시 많이 아쉽습니다.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가면서 점점 볼거리를 늘려갈 법했지만, 머리칸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고, 드디어 만난 윌포드는 이미 복선으로 예상이 가능했을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결말은 공허합니다. 열차가 폭파하고, 설원에 홀로 남겨진 두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99.9% 죽음 밖에 답이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북극곰을 '희망'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제 관점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오만에 대한 비웃음으로 보입니다. CW-7에 의해 찾아온 멸망인 인간 세계과 인류 대부분의 멸망일 뿐이지, 모든 생명체의 멸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도 북극곰처럼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동물들이 존재하니까요. 더불어 지구를 파괴하는 인류가 이렇게라도 사라짐으로서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에게는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에서 인간은 무분별하고 무자비하게 지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바이러스'일 뿐이니까요.
400억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하는데, 제작비 대부분을 배우들의 출연료 등의 인건비로 사용했는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상영시간을 늘려서라도 설국열차에 대해 더 상세하게 묘사하고 볼거리를 늘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3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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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 2013. 6. 22.
'워너(Warner bros.)'와 'DC' 연합은, 이미 '마블(Marvel)'의 '엑스맨(X-men)'을 멋지게 스크린으로 옮겼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영입하여, 히어로 무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슈퍼맨(Superman)'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리부트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1년 앞선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로 성공적으로 리부트된 배트맨 시리즈와는 달리, 2006년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가 기대 이하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암흑기를 벗어나나 싶었던 슈퍼맨 시리즈는 또 다시 후속편에 대한 소문만 수년동안 이어지는 암흑기를 이어가게 됩니다. (엑스맨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를 포기하고 '슈퍼맨 리턴즈'를 선택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선택은, 결국 '엑스맨 : 최후의 전쟁(X-Men : The Last stand)'가 여러 면에서 시리즈가 쌓은 명성에 먹칠하는 영화로 탄생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양대 코믹스의 영화를 말아먹는 결과를 초래했죠.)
소문만 무성하던 후속작은 영화 '300'과 '왓치맨(Watchmen)'으로 감각적인 액션과 영상을 보여주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을 영입하면서 또 다시 '리부트'를 선택했습니다. 제목은 슈퍼맨 시리즈 처음으로 제목에 '슈퍼맨'이 들어가지 않는 '맨 오브 스틸'이 되었고, '다크 나이트(Dark Knight)' 삼부작으로 배트맨 시리즈를 완벽하게 리부트하는 동시에 '히어로 무비는 오락 영화'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걸작 반열에 올려놓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개봉 전부터 여러모로 우려보다는 기대가 큰 영화가 되었죠. 사실 잭 스나이더 감독도 '300' 이후로는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한 '왓치맨'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기에, 그가 만드는 새로운 슈퍼맨은 기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뚜껑을 연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배트맨 비긴즈'처럼 새로운 시리즈로 리부트하면서 세계관을 탄탄하게 구축하기 위함일텐데, 제작자로 참여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 히어로 무비에서도 영웅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보편적인 내용이 되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지구인과 외계인, 클락 켄트와 칼-엘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이와 관련하여 영화 내내 청년 클락 켄트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은 드라마에도 꽤 신경썼음을 알 수 있게합니다. 슈퍼맨의 두 아버지, 각각 클락 켄트의 양아버지 '조나단 켄트'와 칼-엘의 친아버지 '조-엘'로 등장하는 '케빈 코스트너'와 '러셀 크로'의 연기도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특히 조나단 켄트의 마지막 모습은 짧은 분량이지만, 뜨거운 부성애가 느껴질 만큼 케빈 코스트너의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액션도 상당히 볼 만합니다. 영화 '300'처럼 정지화면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적의 타격에 벽을 뚫고 날라가는 등, 다소 과정된 액션은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삼부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어벤져스'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도시 전투 장면들처럼 3인칭 시점에서 다수의 아군과 적들이 충돌하는 액션 자체의 화려함을 보여준다면, '맨 오브 스틸'의 액션들은 근접 격투 위주로 흘러가면서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보여준 과장된 액션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주연 '헨리 카빌'은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슈퍼맨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강인한 액션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캐스팅이라고 생각되네요.
전반적으로 무난한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몇몇 가지는 좀 아쉽습니다. 시리즈의 시작부터 슈퍼맨과 같은 크립톤 행성 출신의 강력한 적 '조드 장군'을 등장시켜서 앞으로 어떤 어떤 적을 등장시킬지 우려가 됩니다. 슈퍼맨 역시 너무나 강력함을 보여주었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슈퍼맨의 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렉스 루터'같은 '지구인'은 적수나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더불어 조드 장군의 오른팔로 등장하는 '피오라(안체 트라우)'가 주연급 조연으로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 배우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미모와 동시에 너무나 강렬한 액션을 보여주어서,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되어야하지만 약간 허무하게 끝나는 조드 장군과의 마지막 전투가 더욱 시시하게 보이는 점입니다.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도 지적인 미녀이지만 '슈퍼맨의 그녀'로서는 아쉽습니다.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가장 비현실적인 히어로들 가운데 하나인 '슈퍼맨'을 비교적 현실적이고 완성도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속편은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디 잭 스나이더 감독을 비롯한 교체 없는 캐스팅으로 후속편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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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스나이더
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 2013. 6. 6.
약 4년만에 찾아온 '스타트렉 더 비기닝(Star trek)'의 후속편 '스타트렉 다크니스(Star trek into Darkness)'.
꽤나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였지만, 최근 수 년사이에 헐리우드에 부는 '히어로 무비' 열풍으로 잠시 잊혀졌던 시리즈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후속편이 거의 4년 만에 개봉했습니다. '탄탄한 내용 구성'과 'SF 영화다운 볼거리'를 잘 버무려서, '트레키(스타트렉 시리즈의 팬)'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선사했던 전작처럼 후속작 '스타트렉 다크니스'도 과거 스타트렉 시리즈는 물론 스타트렉 리부트의 시작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만 합니다. '평행우주'를 이용하여 스타트렉 시리즈의 '시퀄'이자 '프리퀄'이었던 전작처럼 이번 '다크니스'도 리부트와 리메이크사이를 교묘하게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바로 다크니스의 줄거리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닌, 과거 스타트렉 영화 시리즈의 한 작품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적이라고 할 만한 '칸(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커크(크리스 파인)'와 '스팍(재커리 퀸토)'의 성격을 섞어놓은 느낌의 캐릭터입니다. 초인답게 스팍의 냉철함과 강인함, 커크의 무모함과 열정이 조합된 칸의 모습은 두 주인공이 만들어낼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긴 TV 시리즈를 압축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면서도 짜임새는 놓치지 않는 진행은 여전합니다. 더불어 감독과 배우들이 자주 바뀌는 블록버스터 시리즈들과는 다르게, 감독인 'J. J. Abrams'를 비롯하여 전작의 주연과 친숙한 조연이 대부분 재등장하여 시리즈의 일관성을 주지하는 점은 감독과 배우들이 얼마나 스타트렉을 사랑하는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 및 배우들의 역량이 합쳐저서 좋은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이전 영화 시리즈는 어떠했는지 알수 없지만, 전작이 SF로 꾸며진 액션 어드벤쳐였다면, 이번 다크니스도 SF로 포장하고 있지만 액션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물론 SF답게 볼거리도 넉넉하지만, 볼거리보다는 인물사이의 관계와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내용을 놓치지 않는 '스타트렉'의 리부트 시리즈는,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이야기가 아닌 볼거리에만 의존하여 실망시키는 SF 블록버스터 시리즈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인간 대 인간(외계종족이기는 하지만 인간과 동등한 지성체)으로 교감을 이루게된 커크와 스팍이 앞으로 어떤 모험을 보여줄지, 두 사람의 우정이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후속작도 꼭 나왔으면 하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전작부터 스타트렉 시리즈 특유의 '빛번짐 효과(?)'는 전매특허인가요? 그 독특한 효과덕분에 전작의 영상에 대한 기억을 건드리면서 '스타트렉 시리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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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 J. Abrams, 스타트렉
오블리비언 (Oblivion) - 2013. 4. 28.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진실이 아니다'라는 주제는 SF영화에서 흔하게 쓰이는 주제였습니다. 이런 주제로 성공한 SF영화를 꼽자면 '매트릭스(the Matrix) 삼부작'이 되겠고, 이 주제는 많은 영화들에서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사용되어왔죠. 역시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 '오블리비언'의 내용은 보는 내내 데자뷰(deja vu, 기시감)을 일으킵니다. '매트릭스'를 비롯해, '다크시티(Dark City)' 등 오블리비언의 선배뻘 되는 영화들을 떨쳐버리기는 어렵습니다.
뻔한 주제라면, 볼거리가 중요한 요소인 SF영화에서 그 주제를 어떤 배경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할 수 밖에 없겠죠. 스크린에 펼쳐지는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달 파괴로 인한 인력의 변화와 핵무기 사용으로- 황량한 지구의 광경과 홀로 남아 발전시설을 지키는 '잭 하퍼 49요원(톰 크루즈)'의 모습은 (홀로 남겨진) 적막함과 (인간 본연의) 고독함을 전하기에 충분합니다.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토성(Saturn)의 위성 타이탄(Titan)으로 떠났다는 인류, 그리고 조만간 타이탄으로 떠다는 49의 요원들을 보면서 의문점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왜 타이탄에서 무척이나 먼 지구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가? 왜 '49 요원'들의 기억을 지웠으면 '49'의 의미는 무엇인가? 두 요원으로 지구 전체의 발전시설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타이탄으로 이주할 정도의 과학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 요원들의 거주지와 장비는 그 과학기술 수준을 따라가지 못할까? 위험 지역인 방사능 구역에 가까운 곳이 왜 안전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숲'이 존재할까?...누구나 이런 의문들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로 불시착한 우주선과 그 우주선의 조난자 가운데 잭 하퍼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여인이 나타나면서 의문은 하나씩 풀려갑니다. 지구와 인류의 불편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잭 하퍼', 잭 하퍼의 기억 속의 그녀 '줄리아(올가 쿠릴렌코)'. 그리고 살아남은 인류의 지도자 '말콤 비치(모건 프리먼)'의 조합은 여러모로 영화 '매트릭스'를 이끌어가는 '네오(키아누 리브스)',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그리고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가 떠오르게 합니다. 조작된 인류의 기억 그리고 희생을 통하여 얻어지는 인류의 구원도 역시 닮아있습니다.
수 많은 비슷한 주제의 SF영화들도 그렇지만, '오블리비언'에서는 뚜렷한 무신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밝혀지는 49의 의미와 기억을 공유하는 52요원에서 모습에서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확인 불가능한) '영혼'이 아니라 생명체 내에 기록되고 저장되는 (확인 가능한) '기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는 주연배우 톰 크루즈의 개인적인 신앙과도 어느 정도의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내용보다는 영화가 던지는 숨겨진 메시지와 영상과 어우러지는 음악에 더 관심이 가는 영화가 바로 '오블리비언'이 아닐까 합니다. 황폐한 지구를 보면서 떠오르는 적막함과 고독함에 잘 어우러져 그 감정들을 증폭시키고 전달하는 음악들은, 이 영화를 어느 멋진 뮤직비디오처럼 보이게도 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 '조셉 코신스키'의 전작 '트론:새로운 시작(Tron:Legacy)'에서도 음악감독을 담당했던 '조셉 트라파네스(Joseph Trapanese)'와 프랑스 밴드 'M83'의 멤버 '안토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함께 만든 음악은 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마침표'라고 할 만큼 뺴어납니다. 영화음악계의 두 거장,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심장을 울리는 웅장함과 박진감 그리고 '반젤리스(Vangelis)의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음향을 적절하게 배합한 배경음악들은 엔딩크레딧까지 짙은 여운을 전합니다.
무난한 볼거리와 평범한 내용의 SF영화라고 할 수있지만, 해피 엔딩이라고 하기에는 꽤 무거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엔딩은 인간이 멸종하기 전까지도 고민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블루레이로 감독의 코멘터리 등을 수록하여 발매가 된다면 꼭 소장하고 싶은 타이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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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3 (Iron Man 3) - 2013. 4. 27.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아이언맨3(Iron Man 3)'.
'어벤져스(the Avengers)'가 우려와 달리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마블(Marvel)'사의 어깨는 꽤나 무거워졌을 법합니다. 지난 개별 영화에서 어벤저스를 위한 떡밥에 가까웠던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와 '토르(Thor)'나 주연 배우의 교체 등 문제로 후속편에 난항을 겪고 있는 '헐크(Hulk)'와는 달리, 자체적인 스토리라인도 가장 탄탄했던 흥행 성적도 마블 영사화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언맨'이기에 '어벤져스' 이후의 개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꽤나 고민이었겠죠. 그리고 어벤저스에서 보여준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여놓았기에, 내용 뿐만 아니라 볼거리에서도 그랬겠죠.
첨단 기술로 무장한 화려한 장비(슈트, 대저택, 그리고 자동차까지 포함하여)로 키덜트(kidult)들의 선망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자신만만했던 지난 모습들과는 달리, 어벤져스에서 외계인들과 전투를 치룬 이후 불안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어벤저스 세계관과 녹아들면서 한층 더 성숙해지는 치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새로운 슈트만큼이나 기대하게 되는 점이 바로 새로운 악당이었는데, 이번에는 '엘드리치 킬리언'과 '만다린'이었습니다. 특히 원작 코믹스에서 10개의 반지가 각각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는 '만다린'이었기에 과연 영화속에서는 어떤 영상 효과로 능력이 표현될 지 궁금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는데 '악당은 결국 한 명'이라는 점입니다.
어벤저스로 지구에(특히 미국에) 여러 영웅이 존재한다는 설정 때문인지, 영화 속의 배경은 토니 스타크의 거주지인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와 내용 전개에 중요 역할을 하는 시골 마을이 위치한 테네시로 정확하게 국한되면서, '아이언맨'은 지구의 영웅도, 미국의 영웅도 아닌 한 지역(미국 마이애미)의 지역 영웅으로 입지가 줄어든 느낌입니다. (각 영웅들이 미국 드라미 'CSI'의 지부라면 영화 '어벤저스'는 CSI 속 지부들이 협조하는 조인트 이벤트라고 할까요?) 영화 속 미국에 여러 영웅이 존재한다고 확인된 상황에서, 각 영웅들의 '구역 정리'가 확실히 필요했나 봅니다. 그리고 어벤져스의 외계인과의 전투를 '뉴욕에서 있었던 일'로 국한시키는 영화 속 대사도 그런 느낌을 확고하게 만듭니다.
볼거리 면에서는 '어벤저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원격 조정 슈트와 수많은 슈트들이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을 이용하여 전편들보다 화려하고 스케일이 커진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특히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은 토니 스타크가 '어벤저스'에서 수 많은 적들과의 전투를 경험한 후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개발한 원격 조정 슈트의 '확장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하고 강력한 슈트들이 아이언맨의 전투 능력을 상승시키고, 2015년 공개될 '어벤져스2'에서 아이언맨의 활약에 기대감을 갖게 하네요. 별점은 3.5개입니다.
* 이하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네요.
가슴에 박혀있던 파편을 제거하고 팔라듐 원자로까지 사라진 토니 스타크의 마지막 모습은 그의 인격적 성숙과 더불어 아이언맨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을 보면 '아이언맨은 돌아온다'고 하니, 후속편을 기다려도 되겠습니다.
익스트리미스를 주입하여 영웅급 능력을 보여주는 '페퍼'의 모습은 '만다린'의 정체와 더불어 반전이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색하게도 그녀의 사망(?) 씬을 긴 호흡으로 잡지 않는 장면에서, 그녀의 활약은 이미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본 상영관에서는 마블 영화사의 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상하게도 엔딩 크레딧 이후의 영상을 확인하지 않고 나가는 관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엔딩 크레딧 이후의 영상이 짧게 나왔고, 토니 스타크에게 상담을 하면서 곤란해하는 '브루스 배너'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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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 2012. 7. 19.
2012년 히어로 무비 라인업 가운데 기대 이상의 영상을 보여준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의 영화 두 편 '어벤져스(the Avangers)'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이 휩쓸고간 극장가에 마지막 일격을 날릴 영화가 'DC 코믹스(DC Comics)'로 부터 날아왔습니다.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내리막길을 가던 배트맨 시리즈의 구원 투수로 '배트맨 비긴즈(the Batman Begins)'의 메가폰을 잡아서 리부트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배트맨 비긴즈'가 영상이나 스토리텔링에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을 잊게 할 만큼 좋은 상업영화였지만, '충격'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드디어 2008년, 배트맨 영화이지만 처음으로 제목에 '배트맨(Batman)'이 들어가지 않는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가 공개되었고, 비평가들과 대중들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히어로 무비도 걸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다크나이트를 본 모든 사람들은 그 후속편이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크나이트의 성공과 함께 후속편에 대한 수 많은 루머들이 퍼지기 시작했고, 기대감은 점점 커졌습니다. 2011년부터는 캐스팅과 촬영 현장의 모습들이 공개되면서 2012년 7월을 기다리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7월 19일, 드디어 배트맨 삼부작의 마지막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공개되었습니다. '레이첼'을 연기하는 배우까지 바뀔 정도로(개인적으로 '케이티 홈즈'에서 '메기 질할렌'으로 바뀐 점은 이 삼부작의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다크나이트'는 전편인 '배트맨 비긴즈'를 보지 않았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완성도를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삼부작을 정리하는 마지막답게 앞선 두 편을 보지 않았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공개되었던 공중납치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블록버스터다운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핵물리학자의 납치, 도둑맞은 웨인의 지문, 크린 에너지 프로젝트, 하수도의 시체 등 떡밥을 뿌리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하는 호기심과 '저 장면은 무슨 의미일까?'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증권거래소의 습격을 시작으로 베인'의 고담시에 대한 공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떡밥들은 퍼즐의 조각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죠.
'배트맨 비긴즈'가 '라스 알 굴'의 타락한 '고담시'에 대한 공격이었다면, '다크나이트'는 '조커'의 영웅의 타락을 위한 공격이었습니다. 조커의 공격은 절반은 성공하여 '하비 덴트'는 타락한 악당 '투페이스'가 되어 죽음을 맞이했고, 배트맨은 하비 덴트이 악행을 다신 짊어지고 은둔하였죠. 베인의 공격은 이런 고담시와 배트맨에 대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비 텐트 특별법'으로 범죄자들은 블랙게이트에 수감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고담시는 조금씩 부패하고 있었고 베인은 그런 고담을 응징한다는 명목으로 등장합니다. 공중납치 장면이나 배트맨의 허리를 꺾는 장면, 그리고 경기장 폭파 장면까지 베인은 숨막힐 만큼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줍니다. 배트맨이 숨기고 싶었던 무기 창고까지 털어버리는 장면에서는 혀를 내두르게 만들죠. (배트맨 정체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기 창고는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네요)
강력한 악당 베인과 더불어 배트맨도 시련과 성장의 시간을 갖습니다. 앞선 두 편에서 어떤 악당도 범접할 수 없는 무위를 보여주었던 그이지만 베인을 만나 무참히 패배하고 시련의 시간이 찾아오죠. 절망에 빠졌던 배트맨은 감옥을 탈출하고 다시 날아오르죠. 바로 'Rise'입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Rise'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첫 번째로 하비 덴트의 죄를 뒤집어쓰고 범죄자로 숨어 살았던 배트맨이 베인에 의해 8년만에 다시 고담시에 등장하고, 명예까지 회복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지하감옥을 날아오르듯 탈출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알 수 있죠.
베인 일당에 대한 싸움은 배트맨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믿었던 고담시의 시민들이 함께하는 싸움이되었습니다. 배트맨이 바라던 배트맨이 필요없는 세상을 향한 힘찬한 걸음이었습니다. 다만 후반부에 베인은 등장도 줄어들고 힘이 빠지는데,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물론 영화의 스토리는 '다크나이트'처럼 조커와 배트맨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이 아니라, 악당들과 고담시민으로서의 배트맨을 포함한 시민들의 대결에 맞춰져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압도적인 전반부의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3시간이 조금 안되는 상영시간 안에 모든 내용과 장면을 넣었기 때문일까요? 좀 더 시간을 들여서 베인을 풀어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악당 케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에서 던지려고 했던 메시지들을('배트맨 비긴즈'의 '배트맨이 필요없는 세상'이나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에 믿고 지키려했던 고담의 양심과 정의') 충분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배트맨의 숭고한 희생으로 고담시는 '배트맨이 필요없는 세상'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끝을 맺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아래는 스포일러있습니다.
*웨인가의 충성스러운 집사 알프레드가 눈물겹게 꿈꿔왔던 브루스 웨인의 모습처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셀리나 카일의 옆모습과 그 맞은 편에 앉아서 알프레드에게 인사를 보내는 브루으 쉐인의 모습은 삼부작을 통틀어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 인셉션의 모호한 엔딩을 생각한다면, 그 장면이 '웨인의 장례식을 마치고 알프레드가 꿈 속에서 본 장면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드네요.
*'캣우먼', 셀리나 카일을 연기한 '앤 헤서웨이'의 새로운 발견이네요. 꼭 매력적인 캣우먼으로 다른 영화에서도 보길 바랍니다.
*'라스 알 굴'의 딸 '탈리아 알굴'에 대한 루머는 2008년 '다크나이트' 개봉 후부터 있었는데 진짜였네요. 그리고 조셉 고든-레빗이 연기한 '존 블레이크'의 비밀은 악당이 아니라면 '로빈'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로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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