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인간이 '불완전하지만 상당히 긴' 기억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이 오늘같을 특별한 이벤트 없는 일상 속에서 이런 생각이 스쳐간다.

'지금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가 모두 누군가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허상이라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기 전, '진짜' 숨쉬고 느끼던 '진짜' 삶의 어느날 아침,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깊은 잠의 세계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를 아끼고 사랑하던 누군가(아마도 내 가족)의 기억 속에서 이렇게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지도...

기억하는 이의 나와 나의 생활에 대한 '상당히 긴' 기억 때문에

나는 또 그렇게 기억되기 전과 다름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내 존재의 불완전함은 그 기억의 '불완점함' 때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