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때문에 중간에 읽다가 멈춤었던 '조경란의 악어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의 합작으로 작가 '조경란'의 글과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준코 야마쿠사'의 글을 함께 담고있다.
글은 주로 과거, 작가의 거센 바람불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을 주로 담고있는 수필이다. 그림은 우리 일상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악어 '제이크'를 보여주고 있다.
글은 작가의 힘들었던 젊은 날과 체험과 자신의 성격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경란씨는 조금은 우울하고 또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에 태어나 염소자리이고 사주에 네 그루의 나무가 있다는 작가 조경란... 방황의로 가득했던 젊은 시절이 왠지 낯설지 않다. 어쩌면 나의 지금의 모습, 나의 방황을 조경란의 글을 통해 다시 보고있다는 생각도 든다.
매우 공감이 갔던 한 구절을 소개하겠다.
'여럿이서 밥을 시켜먹을 때 동행이 내 접시의 음식을 덜어가고 나 또한 덜어줘야 하는 것, 특히 네 명이서 식당에 갔는데 3인분만 시키고 나눠먹자고 할 때 나는 슬퍼진다. 남의 음식은 탐 안 내는 대신 내 접시의 음식은 나만 먹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 맛 좀 보자며 내 접시에 포크를 갖다댈 때면 그 포크가 내 손등을 찍으러 오는 것러첨 서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이리도 내 마음과 같은지 나도 여럿이서 식당에 가서는 저런 상황에 여러번 빠지곤 했다. 물론 무표정하게 참아내 왔지만...어쩌면 지독하다고 할 수도 있는 개인주의, 그것이 조경란씨나 나같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 쓸 수가 없겠다 다양한 소제들의 글이 20여편이 담겨져있고 일러스트도 글의 수와 비등하게 담겨져 있다.
이 수필을 잘 읽기 위해서는 '코끼리를 찾아서'를 비롯한 조경란의 이전 작품들을 읽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코끼리를 찾아서' 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그 이전 작품도 읽어보고 이 책을 볼 걸...하는 아쉬움이 든다. 중단편집 '코끼리를 찾아서'의 동명 소설 '코끼리를 찾아서'가 조경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초자연적인 나무의 이야기가 담긴 '동시에'와 미술학원 사람들 이야기 '우리 모두 천사'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다.
글은 어쩌면 '제이크'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악어 '제이크'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찾아서 '삶의 희망'같은 것들을 우리에게 심어준다고 한다.
조경란씨는 제이크를 만났을까?
나는 언제쯤 제이크를 만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