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지난달부터 이 책 저 책 조금씩 들쳐보았는데 드디어 한 권을 읽었네요. 이번에 읽은 책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2001년에 발매, 우리나라에는 번역본으로 2004년 12월에 출간) '웨하스 의자'입니다.
지난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를 읽고 에쿠니 가오리씨의 다음 작품은 언제쯤 만날 수 있지는 출판사에 문의했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봄을 목표로 열심히 번역중이라더니 상당히 빠르게 12월에 나왔네요.
역시 에쿠니 가오리씨의 작품답게도,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성격, 취향 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읽어본 작품들 대부분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도 작가 자신의 투영이라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스토리 전개는 몇 페이지 되지않는, 약 50개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내용은 주인공의 어린시절과 가족에 대한 회상, 그리고 그녀의 일과 애인 그리고 동생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이번 작품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끈기있는 끈'같은 것이 보이지 않아서 읽는데 상당히 오래 걸린 듯합니다. 그만큼 주인공의 시시콜콜한 생활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거든요.
더구나 어린 시절의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찌보면 '건전하지 못한' 사고를 지닌 주인공의 모습을 읽어나가는 것은 힘들더군요. 홍차잔 옆의 각설탕처럼, 자신을 덤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답답하더군요. 정신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말이죠.
제목 '웨하스 의자'는 이름 그대로 과자 '웨하스'로 만든 작은 의자입니다. 앉아보고 싶지만 앉을 수 없는 의자이지요. 주인공에게는 '웨하스 의자'가 행복과 같은 의미입니다. 행복도 웨하스 의자처럼 동경하지만 갖을 수 없는 것이지요.
이전까지 한국어판으로 나온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좋게 읽었던 저에게는 좀 아쉬운 소설이 되고 말았네요. 모든 작품의 주인공이 너무 비슷하여 이제 제가 질렸을 지도 모르겠네요.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이 있으니 그것들이나 기대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