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이 나오면서 대중적으로도 이용되기 시작한 '3D 프린터'는 그 시작부터 다양한 활용성 덕분에 큰 주목을 받아왔다.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얼마전에는 (신경외과의 영역인) 수술 후 소실된 두개골의 복원에 이 3D 프린터가 이용되면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최신 IT 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자, 의사로서 의료 서비스에서 이 프린트의 활용에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아마 현재 한국 의료 시장의 상황으로 볼 때, 상업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될 분야는 아마도 '성형외과' 쪽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의 다양한 얼굴 윤곽에 비해 선택이 폭이 넓지 않은 기존 제품들에 비해, 개개인에 맞춤으로 제작이 가능한 3D 프린팅 기술은 쌍둥이처럼 얼굴을 찍어내는 현재 성형외과 분야에 '새로운 대세' 될 수 있다. '미용 성형' 뿐만 아니라 '재건 성형'에서는 거의 '혁명'에 가까울 것이다. 인체에 무해하고 거부 반응이 없으면서 3D 프린팅에도 적합한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아마도 급속도로 성형외과 시장을 장악하리라 예상된다. 역시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사고 등으로 손상된 '뼈'의 일부를 보충 등 폭넓게 응용될 수 있겠다. 수술과 관련된 영역에서 폭넓게 응용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수술'은 일반적인 대중과는 거리가 있는 영역이다.
'대중과 가까운 의료 서비스'이라면, '재활의학과' 영역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재활의학과의 전통적이고 보편적의 이미지인 '뇌신경재활 혹은 척수재활' 영역에서도 이 3D 프린팅 기술이 폭넓게 사용될 수 있지만, '의지/보조기' 특히 '보조기'의 대중화에 큰 역할일 하리라 예상된다. '보조기'는 '비수술적 예방 및 치료'의 한 수단이지만, 폭넓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기성품이 아닌 맞춤 제작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처방이 까다롭고, 처방한 다음에도 실제 착용이 가능한 보조기의 제작을 위해서는 '전문 업체'를 거쳐야 하는 등 꽤 번거롭다. 그리고 그 노력와 수고에 비해서 처방에 대한 수가는 너무 인색하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의사나 의료 기관과의 직접 거래가 아니라 가운데 '전문 업체'가 껴있어서 유통 단계가 늘어나고 비용은 올라갈 수 밖에 없으니 경제적 부담이 된다. 게다가 성장이 빠른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성장에 따라서 보조기를 다시 제작해야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또, 제작에도 시간이 꽤 결려서 실제로 의사의 처방 후에 환자가 착용하기까지도 시간이 꽤 소요된다는 단점도 있다.
3D 프린터는 그런 수고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에, 보조기 제작에서 꽤 희망적이다. 이 프린터로 의료 기관에서 의사의 처방과 동시에 바로 제작이 시작된다면, 제작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다. 그리고 유통의 중간 단계가 빠져서 비용적으로도 장점이 생길 것이다. 물론 3D 프린터 기술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등의 대형 3차 의료기관이 아닌 1,2차 병의원급에서도 상용화되려면, 단순히 3D 프린터의 크기나 가격의 문제 말고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좀 더 편리한 '보조기 맞춤 제작'을 위해서는, 보조기가 적용될 신체 부위에 대한 '3D 스캔'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MRI나 CT 영상을 3D로 재조합할 수도 있겠지만, 이 방법은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남용의 소지도 다분하다. 3D 스캐닝 기술도 현재의 '3D 프린터'만큼 보편화되고 상용화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3D 스캐닝과 3D 프린팅이 모두 가능한 '3D 복합기'가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충분히 안전하고 튼튼하며 '필라멘트'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한 가소성과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인체에 적용하는 소재이기에 안전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보조기'는 신체를 보호하고, 변형을 막고, 신체에 작용하는 힘(체중을 포함해서) 에 대항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에 제작하였을 때 충분히 튼튼한 소재여야 한다. 더불어 3D 프린터로 어렵지 않게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가소성과 널리 사용될 수 있을 만큼의 가격 경쟁력도 필수겠다. 아무리 좋은 컴퓨터도 목적에 맞고 제대로된 OS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애서도 발전이 필요하다. 특히, 보조기를 처방하는 의사가, 장시간의 교육이나 수 많은 연습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원하는 모양과 기능을 갖춘 보조기를 디자인할 수 있는 도구(소프트웨어)도 필수다.
3D 프린팅 기술은, 의료 서비스에서의 적용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역시 꽤나 흥미롭고 기대대되는 기술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신체 전체로 보면, 지금은 이 기술이 아주 부분적 신체 일부에 적용되고 있지만 미래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나노기술의 발달로 프린팅 기술이 '세포 수준'으로 충분히 정교해지고 거부 반응 없이도 어떤 조직(뼈, 신경, 근육, 혈액 등)이든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가 개발된다면, 훼손된 신체 장기나 손실된 사지의 일부도 만들어내는 세상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의사의 역할'은 지금의 전통적인 의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겠고 의사들의 '밥그릇'도 보장할 수 없겠지만, 인류가 '영생의 길'을 찾기 전까지는 의사의 일거리가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낙관적인 예상으로 글을 마친다.
2014/11/24 16:30
2014/11/24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