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메직스트로베리 사운드'는 인디음악을 어느 정도 들어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레이블이지만, 아직도 소속 뮤지션들은 낯설게 들립니다. 저도 MSB는 레이블의 초창기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 소개하는 '남녀공룡'은 작년 말에야 알게 된 뮤지션입니다. 바로 2013년 시작된 MSB의 컴필레이션 프로젝트 '내가 너의 작곡가 vol.1'에 참여한 팀이 이름 가운데 '남녀공룡'이 있었고, '요조'와 함께했다는 호기심에 처음으로 듣게 된 그의 곡이 바로 'This means Goodbye'였습니다. 요조의 차분한 음성과 우주적인 느낌의 사운드로 담담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별을 노래하는 이 곡은 묘한 중독성으로 이 컴필레이션에 함께 수록된 다른 어떤 곡보다도 귀를 사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남녀공룡'에 대한 궁금증에, 2012년에 발매되었던 그의 첫 EP 'Love is in the Ear'를 들어 보았습니다.
서정적인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오프닝 'Sincerely'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Dear J'는 일렉트로닉과 팝이 바탕이 된 깔끔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고 제목도 그 'J'에게 보내는 곡인데, 앞선 오프닝이 보통 영문 편지에서 끝맺음 말로 쓰는 'sincerely'라는 점은 재밌습니다. 'Moonlight'는 제목처럼 신비로운 달빛같이 몽환적인 트랙입니다. 제목은 '달빛', 혹은 '월광(月光)'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달을 의미하는 'luna'에서 파생되어 '광기'를 의미하는 단어 'lunatic'이 떠오를 만큼 어떤 광기가 느껴집니다.
'Blueberry Dream'이라는 제목처럼, 상큼하고 달달하게 사랑을 노래합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쓰여진 영어 가사와 라운지풍의 연주는 여러보로 일본 시부야계/라운지 음악을 떠오르게 합니다. 특히 나른한 음성은 'Paris Match'의 보컬 '미즈노 마리'의 음성을 떠오르기도 합니다. 'Last Lullaby'는 제목처럼 앨범을 끝맺는 마지막 곡으로서 '마지막'에 어울리는 어쿠스틱 풍의 트랙입니다. 언제가 찾아올 이별을 기다리며, 혹은 그 이별에 순간에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처럼, 슬프도록 아름다운 감정들이 전해집니다. 이 곡이 그려내는 잔잔하지만 강렬한 이별의 이미지는 요조와 함께한 'This means Goodbye'와도 닿아있습니다.
앨범 내내 여성의 음성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노래하지만, 남녀공룡은 남성이라는 점이 재밌습니다. 보코더로 음성을 변조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미성인지 알 수 없지만, 그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은 '남녀공룡'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의 이름과 독특한 음성적 선택에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남녀공룡이라는 난해한 이름과는 다르게 EP 'Love is in the Ear'는 난해하지 않고 듣기 편안한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줍니다. 언제 정규 1집 혹은 후속 음반이 나올 지는 알 수 없지만, 더 많은 그의 노래들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