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는 'Marc Chagall, Ma vie', 'Ma vie'는 '나의 집'의 집이라는 뜻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많은 부분을 그의 유년시절과 청년시절 집, 고향에 대한 이야기로 할애하고 있다.
7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샤갈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되어 미술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지만 전시회를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갈에 대한 책을 검색해보니 마침 전시회에 맞추어 발매되어 전시회 할인권도 포함되어있는 샤갈의 자서전, 바로 이 책을 발견하였다.
글은 제목이 없는 (혹은 임의로 나누었다고 생각되는) 여러 챕터로 되어있지만 한 챕터가 일관되게 한 주제나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샤갈의 회상의 흐름에 따라 쓰여졌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전체 글의 흐름은 시간의 순서를 따르고 있다. (1887년부터 1985년까지 꽤나 오랜 수명을 누린) 샤갈의 유년기부터 제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그의 청년시절 1922년정도까지의 그의 삶을 다루고 있다.
그의 삶의 길이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많은 부분도 아닐수도 있고 그렇다고 그의 전성기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의 미술에 있어서는 꽤나 중요한 기간인 듯하다. 이 기간 동안의 그를 둘러싼 세상의 풍경과 그에 대한 샤갈의 인식은 샤갈, 그의 인생 전체을 꽤뚫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글의 부분 부분에서 그의 작품들에 대한 언급들이 등장한다.
또한 이 자서전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들(유대교회가 보이는 단층건물들로 빼곡한 풍경, 첼로 혹은 바이올린으로 생각되는 악기를 켜는 남자, 암소, 어머니와 아기)에 대한 힌트들도 등장한다. 샤갈 전시회를 갈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가볍게 읽고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면 그의 그림 여기저기에 숨어있고 매우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들을 감상면서, '아~ 여기에 이런게 나오네.'하며 미소지을지도 모르겠다.(앞부분을 약간 읽다가 전시회를 보았는데 그림들을 감상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부분을 읽을 때는 전시회에서본 그림들이 떠올려졌다.)
샤갈은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나의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문학이 아니다. 나를 사로잡은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배열한 것일 뿐이다.'
그의 자서전 역시 그렇다. 그것은 문학이기 보다는 이미지를 배열한 그의 그림들을 닮아있다. 단지 붓과 팔레트 위의 물감대신 펜을 이용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