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즈음의 일이다.
신경외과에 인턴으로 있었던 때로, 당직인 날(인턴이 두 명이어서 보통 격일로 오후 6시부터 off가 있었다.)에 밤 늦은 시간에 오는 전화는 대부분 응급실에서 오는 전화였다. 무슨 일인가 하면, 두개골 안의 출혈로 신경외과에 입원하게된 사람들 옆에서 Bag(bag-valve-mask의)을 짠다거나, EKG(심전도)를 모니터링한다거나, 환자가 무사히 ICU(중환자실)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침 그 주에 응급수술이 상당히 많아서 이틀에 한 번정도는 새벽에 응급수술을 하다보면 다시 아침 8시에 시작되는 정규수술을 위해 2시간 정도 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응급실에 올라가보니, 누워있는 사람은 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척 보아서 오토바이로 인한 교통사고였다. 누적된 피로와 함께 밀려오는 짜증, 그리고 딱 떠오른 생각은 이랬다.
'아, 이 XX는 이 시간에 오토바이타다 사고나고 XX이야."
옆에서 모니터링을 하다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 아르바이트로 피자 배달을 하다가 신호 변경에 걸리면서 사고가 났단다. 단순히 겉멋에 빠져 오토바이 타고 노는 녀석인 줄로만 알았는데, 가슴 한 구석이 뜨끔했다.
'빨리빨리', 아마 한국인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아닐까? 어떤 피자는 몇십분 안에 배달이 안되면 피자를 무료로 주는 정책이 있단다.(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때문에 그런 정책이 있지 않을까? 빨리빨리가 아니었다면 피자 배달 소년의 사고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도 여유있는 삶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닐지.
2009/02/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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