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 중 가장 최근에 국내에 발매된 '마미야 형제'. 일본에서는 2004년에 출판된 작품이고 이번달에 동명의 영화도 국내에 개봉한다고 하니, 영화에 맞춰서 부랴부랴 번역되었나보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형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미야 아키노부'와 '마미야 테츠노부'라는 '마미야'가(家)의 두 형제 이야기를. '남성'을, 그것도 '두 명'이나 전면에 내세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처음인 듯하다. 작가는 연애에 번번히 실패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너무 비참하지도, 너무 우습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은 안타깝고 처연하기는 하지만.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답게도 두 형제의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여성의 이야기를 써왔던 그녀이기에, 두 형제를 중심으로 주변 여성들의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있다. 남자 친구와 뜨거운 데이트(?)를 즐기는, '혼마 나오미'와 '혼마 유미', 각각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혼마'가(家)의 두 자매나, '아키노부'의 직장 동료 '오오카키 켄타'의 부인 '오오가키 사오리', '테츠노부'와 같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동료교사와 부적절한 관계 중인 '쿠즈하라 요리코' 등... 아마도 주변 여성들의 '타입(?)'은 지금까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 한 번 쯤은 나왔을 법하다. 역시 '불륜'은 빼놓을 수 없는 그녀의 소재이고.
'고독한 사람들을 위한 위로'같은 소설이랄까? '어른의 고독'이 담겨있고, '어른의 좋은 점'도 담겨있다. 어른이기에, 어렸을 때 창피했던 일들을 이젠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만큼 고독하다. 어른이기에. 어른이 되는 건 그런 것일까?
적지 않은 나이, 30대가 되어서도 결혼하지 않고 서로 취미를 공유하고 부대끼며 사는 '마미야 형제'. 정상적인 결혼이 줄어들고 있는 요즈음, 새로운 가족의 형태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무렵부터 일관되게 짝사랑만 해왔다. 상대의 이름을 지금도 나열할 수 있다. 어떤 애였는지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아도, 이런저런 씁쓸한 경험들만큼은 잊혀지지 않는다. 한 예로, 복도에 붙여 놓은 학교행사 사진들 중에서 원하는 사진의 번호를 종이에 적어 신청하게 했는데, 아키노부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의 사진을 한 장 사려고 했다. 갖고 싶었던 것이다. 그저 곁에 두고 바라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려졌는지, 아키노부가 본인이 찍히지도 않은 사진을 사려고 했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아이들 사이에 퍼져, 사진의 주인공에게 항의를 받았다. 거센 항의였다. 그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주위 여자애들은 동정했다. 정작울고 싶은 쪽은 아키노부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