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쑈쑈쑈나른쑈 in 5월 12일 bookcafe ID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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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희영) - 4 Luv
2011년 뉴욕(Ner York) 브루클린에서 파스텔뮤직을 통해 한국으로 날아온 'Hee Young(희영)'의 EP "So Sudden"은 뉴욕 출신답게 세련되면서도 감성적인 소리로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인디음반의 한계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연하게도 그녀의 EP를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full-length 앨범을 기대하기에는 충분했죠. 그리고 해가 바뀌어 EP "So Sudden"으로부터 약 1년이지난 2012년 5월,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그녀의 첫 full-length 앨범 "4 Luv"가 찾아왔습니다. 평소 즐겨찾는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그녀의 새 앨범 예약판매를 보고 즐거우면서도 두 가지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앨범 자켓에 떡하니 드러낸 그녀의 모습이었고, 두 번째는 "4 Luv"는 조금은 노골적인(?) 제목이었습니다. EP에서 간결한 일러스트로만 옆얼굴을 비추었던 점을 생각하면, 또 "So Sudden"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앨범 제목을 정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대담한 변신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녀의 그런 변화는 앨범의 완성도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지만, 아주 조금은 안좋은 방향의 가능성에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첫곡 '4 Luv'는 어쩐지 정겨운 소리를 들려주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합니다. '4 Luv(for love)'라는 제목만 봐서는 핑크빛 노래가 될 법도 한데, 가사를 보면 '사랑을 위하여'가 아니라 '사랑을 향하여'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이기에 그런 기대를 무너뜨립니다. "Hey, how are you? It's been so long"라고 홀로 나즈막히 되뇌는 듯한 후렴구에서는 그리움과 완성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납니다. 하지만 그 탄식은 처절한 비탄라기보다는,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들판에 누워 잠깐 찾아온 단잠 속에서 꾼 조금 슬픈 꿈처럼, 미풍에 실려오는 포근한 봄의 기운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의 타이틀이자 첫곡으로 Hee Young, 그녀는 친절하게도 넌지시 청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이 앨범은 사랑에 대한 노래들이며, 완성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이라고.
'Knew Your City'는 뉴욕(New York)에서 활동하는 그녀의 언어유희가 녹아있는 제목이라고 하겠습니다. 점멸하는 신호등만이 길을 밝혀주는 뉴욕 밤거리의 밤안개를 뚫고 방황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자, 사춘기 시절을 보냈던 조지아(Geogia)와는 다르게 번잡한 뉴욕의 군중 속에서 느꼈을, 그녀의 '완벽한 이방인'으로서의 고독을 노래하는 곡이랄까요? 그런 점에서 "Knew Your City'라는 제목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에게 (뉴욕에서 만나게 되는 필연적인 고독에 대해 알라고)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Buy Myself A Goodbye"는 이미 파스텔뮤직에서 작년에 발표했던 "사랑의 단상 chapter. 3 : Follow You Follow Me"에 수록되어 친숙한 곡이네요. 그녀의 노래들이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노래하지만, 이 곡은 그 상처들에 대한 치유의 노래입니다. "풀을 태우고 새로운 씨앗을 심는다"는 농작물 배제에 비유한 이별의 과정은 매우 참신합니다. 지난 EP에서부터 느꼈던 점이지만, 그녀의 가사 속에는 전원 생활에서 나오는 경험인지, '일상생활 속 자연과학'적인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데 바로 이 곡에서 정점이 아닐까 합니다. 가타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오밀조밀 소리들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라면, 드럼의 큰 북이 내는 무거운 묵직함은 누군가를 마음 밖으로 밀어냈지만 (가사처럼)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쳤지만 모르는 사람처럼 스쳐가야할 때 마음에서 전해지는 먹먹함으로 들립니다.
트랙 순서에는 4번과 5번은 우리말 버전이지만, 저는 뒤에 위치한 영어 버전 트랙들을 끌어와서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상처들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는 긍정적인 마음과 위트를 놓치지 않고 있는데, 바로 "Lonely Like Everyone"이 그렇습니다. "everyone, two, three, four"라는 에드립은 순간 당혹감을 주면서도 곧 그녀의 위트에 미소짓게 됩니다. 이어지는 "Big Knot"에서 제목 처럼 큰 매듭(knot)을 만들어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가사는 그녀의 재치를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big knot이나 뒤에 가사에서 등장하는 anchor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인연의 끈'과 어떤 점에서 닮아있어 가슴 시리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Fly Lo Fly Hi"는 좋은 곡들이 가득한 이 앨범에서도 특히 귀와 마음을 사로 잡는 곡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기타와 현악의 강물 위로 물안개처럼 퍼지는 아련한 그녀의 목소리는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숨이 막힐 만큼의 그리움과 간절함의 공기를 담고 있습니다. 더구나 '나'와 '그녀'를 대조하는 가사나 "4 Luv"의 탄식의 가사는, (아마도 북미의 정서에서는 보편적인 표현 방법인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사랑에 빠졌던 미국 대중음악의 '그녀들'의 화법과 많이 닮아있어, 더욱 더 마음이 끌립니다.
이제부터 락킹한 두 곡이 이어지는 첫 곡인 "Sally Mason"은 그녀가 읊조리는 이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부터가 궁금해지는 곡입니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이 이름의 주인공은 'University of Iowa'의 여성 학장의 이름입니다. Hee Young, 그녀가 왜 이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답답함을 호소할 가상의 누군가를 대신해서 이름을 부른다고 생각됩니다. "Let Me In"에서는 직접적으로 '너'에게 직접 비참함을 토로합니다. 나긋나긋한 시작과 탄식이 폭발하는 후렴구의 대비는 그녀가 '너'에게 느끼는 일종의 양가감정이 표출되는 것일까요?
기타와 현악이 울창한 숲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Winter Road"는 매우 사색적인 분위기로, 사랑하는 사람과 온종일 함께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결핍에 대한 노래가 아닐까합니다. "Call Your Name"은 중복되는 곡들을 제외한다면 마지막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의 처음부터 바로 앞선 곡까지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가득찼다면 이 곡은 다릅니다. 꿈을 꾸는 듯 잔잔한 피아노 반주 위로 Hee Young과 함께하는 낮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해지네요. 꿈 꾸는 듯한 사랑에서 깨어나지 않려는 간절함이 'anchor'같은 단어 선택에서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꿈을 꾸는 듯 잔잔한 피아노 연주'처럼 가사 속 상황자체가 '자각몽' 속의 일처럼 들려서 듣는 이에게는 서글픔이 더합니다.
앨범 "4 Luv"가 담고 있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10곡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백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탁월한 멜로디, 진솔함이 묻어나는 가사는 뛰어난 가창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담백한 매력의 목소리를 빛나게하고 봄날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어떤 곡에서도 감정 표출에서 과잉되지 않은 목소리나 연주는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미덕입니다.
그녀의 노래들은 미국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서 만들어졌지만, 그녀의 음악적 배경에는 사춘기 시절을 보낸 조지아(Georgia)주에서의 시간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조지아주는 바로 미국 컨트리(Country) 음악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내슈빌(Nashville)이 주도(미국 주의 수도)인 테네시(Tennesse)주의 바로 동남쪽에 붙어있기에, 컨트리 음악의 영향을 충분히 받았을 법합니다. (그러고 보면 최근 4~5년 동안 제가 가장 즐겨들었던 앨범이 'Michelle Branch'와 그녀의 친구 'Jessica Harp'가 결성한 컨트리 듀오 'the Wreckers'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앨범 "Stand Still Look Pretty"와 미국을 뒤흔든 컨트리 아이돌 'Taylor Swift'의 두 장의 앨범 "Fearless"와 "Speak Now"였네요.) 그녀의 음악을 컨트리라는 장르라고 확신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타와 바이올린을 비롯하여 여러 현악기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컨트리 음악의 특색은 녹아있습니다.
'Hee Young'은 활동 영역에서 해외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앨범도 영어 앨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매했기 때문인지 우리말 버전의 곡이 중간에 들어있습니다. 우리말 버전을 마지막에 넣었던 EP와 다른 점인데, 개인적으로 우리말 버전을 중간에 넣은 점은 이 앫범의 유일한 아쉬움이자 단점입니다. 하지만 담백하고 진솔한 그녀의 독백같은 노래를 수입반이 아닌 정식발매반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음반 시장을 생각한다면 행운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노래들로 찾아올지 기대가 되며 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 그녀의 목소리와 사랑에 빠진 듯하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예스24에서 예약판매로 구입을 했는데, 위드블로그 리뷰에 당첨되어서 CD가 2장이 되었네요. 이미 CD는 잘 받아서 듣는 상황에서 신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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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al Scenery -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껍질을 깨고 일어나, 잠든 겨울을 깨우는 'Sentimental Scenery(센티멘탈 시너리)'의 스페셜 앨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Harp Song & Sentimentalism"과 "Soundscape"로 서정적인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었던 '센티멘탈 시너리'가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스페셜 앨범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첫 두 앨범 사이에 2년 정도의 간격이 있었기에 Soundscape 이후 약 10개월만에 발매된 이 앨범은 센트멘탈 시너리의 음악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겨울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따근따근하게 배송된 앨범을 받아들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건 뭐니뭐니해도 역시 독특한 일러스트입니다. 지난 두 앨범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그래픽 아티스트인 Marumiyan'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화사했던 지난 두 앨범과는 다르게, 하얀 바탕 위로 그려진 섬세한 소묘와도 같은 검은 풍경은, '겨울'을 떠올리면서도 현실이 아닌 희미한 꿈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낯섬과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제목이 우리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즈음이 될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일 수도 있겠네요.
연주곡으로만 채워진 이 앨범을 여는 'November'는 제목에서부터 겨울의 시작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Olafur Arnald'의 곡이 떠오리기도 하는 피아노 연주와 서정적인 현악은 짧지만 겨울의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합니다. 센티멘탈 시너리를 일렉트로닉 계열의 뮤지션으로만 알고 있는 팬들에게는 낯설 수 있겠지만 다른 예명으로 뉴에이지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던 그의 경력을 생각한다면,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징조라고 할 수있겠습니다.
'November'가 뉴에이지였다면 이어지는 'View'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포스트 락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피아노, 신디사이저, 일렉트로닉 기타 및 드럼 등 다채로운 악기로 꾸려가는 사운드는 북유럽 겨울의 숲을 담은 사진에서나 봤을 법한, 광활한 설원과 그 설원에 맞닿아 펼쳐진 눈 덮인 침엽수림의 광경(View)을 보는듯 합니다. 유명한 곡인 'First Noel'은 첫 곡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되는 트랙으로 파스텔뮤직의 크리스마스 앨범 'Merry lonely Christmas & happ new year'로 이미 소개가 되었었죠.
'Beautiful Dream'는 분위기를 달리하여 상당히 진취적인 인상을 주는 곡입니다. 피아노 연주와 밴드 연주가 어우러진 소리는 기존 센티멘털 시너리의 곡들과 그나마 가까운 느낌이기도 하지만, 'Steve Barakatt'과 뮤지션들의 음악에서 들을 수있는 '크로스오버'적인 시도에 더욱 가깝습니다. 이 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밝은 곡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꿈'은 로맨틱한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꿈'에 이어지는 곡은 공교롭게도 '무의식'을 뜻하는 'Unconscious'입니다. 배경음악으로 흐를 법한 어느 째즈곡처럼 조용하지만 오밀조밀하고 흐르는 진행은 수면주기 가운데 REM 수면기에 볼 수 있는 안구의 빠른 움직임(Rapid Eye Movement)처엄 느껴집니다.
'These Moments'부터 'Snowy Field'까지 일련의 곡들은 어느 영화 속 장면들의 배열같은 느낌을 줍니다. 멜로영화의 가장 중요한 한 장면 뒤로 흐를 법한 'These Moment'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합니다.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날 헤어진 옛연인은 수 년이지나, 그 길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여 걸으며 스쳐가지는 그 순간, 그날의 벚꽃 대신 눈이 내리고 담담한 애절함으로 두 사람을 감싸고, 찬란했던 시간들은 두 사람만의 기억 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 애절함은 아롱아롱 눈물이 되고 또 다른 두 사람만의 기억이 됩니다. 언제쯤 '이 순간들'은 끝이 날까요? 또 언제쯤 '이 순간들'이 다시 찾아올까요? 듣고 있노라면 감상적이면서도 정적인 상상과 의문을 갖게 됩니다.
장면을 바꾸어 '9 Hours'는 막연히 떠나는 '9시간의 운전'과 같은 곡입니다. 지평선과 맞닿아 한없이 이어지는 길과 창밖으로 스쳐가는 적막한 풍경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White Out'은 기억을 찾아 무작정 떠난 여행의 끝에서 반겨주는 세상을 하얗게 덮는 눈과 같은 적막한 기쁨이라면, 'Snowy Field'는 그 눈발이 지나간 후 펼쳐진 설원의 신비함을 맑고 투명하게 그려냅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반어적으로 시작의 이미지와 닿아있는 제목의 'Genesis'입니다. 6분이 넘는 곡으로 'View'처럼 포스트 락의 색채가 짙은 곡인데, 피아노와 밴드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어우려저 만들어내는 소리는, 밤하늘을 수놓은 수 많은 별들과 그 별들이 펼쳐져있는 우주를 보는듯한, 찬란하고 장엄한 풍광을 만나게 합니다. 또 이 앨범은 이 곡으로 끝이지만 아직 젊은 센티멘탈 시너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행보를 암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겨울을 위한 이미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제목 그대로 세상 다른 어떤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센티멘탈 시너리가 미쳐 펼쳐내지 못했던 매력 혹은 마력이 담긴 앨범이자 센티멘탈 시너리가 추구하는 음악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지금까지 들려주지 못했던 곡들을 담은 소품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Sentimental Scenery라는 껍질에 가려져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들이 이제 그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는 징조일까요? 그리고 저에게는 끝과 새로운 시작이 교차하는 겨울의 끝을 함께했던 앨범이기에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당연히도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다른 장르로도 왕성한 그의 활동을 기대할 수 밖에 없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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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인디 인 더 시티 3(Indie in the city 3)'의 공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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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ccini'는 아시다시피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곡가이고, 귀에 익은 작곡가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근래까지 생존(1858~1924년)했던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런 작곡가의 이름을 딴 푸치니 바는 와인과 가벼운 요기를 할 수 있는 장소이다. 평소 독서, 음반, 영화 예매등 나의 문화 지출에소 큰 소비처인 '예스24'의 이벤트 당첨으로 예술의 전당 기획 공연 '인디 인 더 시티(Indie in the city)'의 세 번째 공연을 이틀동안 관람할 기회를 얻었고, 이틀 모두 찾아갔다.
첫 날은 여성 듀오, '트램폴린'의 공연이었다. 트램폴린의 공연은 처음이 아니었는데, 역시나 이번 공연에서도 차효선의 독특한 댄스를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좁은 무대와는 다르게 더욱 자유로운 그녀의 몸짓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라이브로 듣고 싶었던 그 곡을 들을 수 있어 좋았던 공연이었다.
다음 날은 혼성 듀오, '야야'였다. 두 밴드는 파스텔뮤직의 신인으로 트램폴린은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앨범이 2집이었고, 야야의 드러머 '시야'는 '네스티요나'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니, 둘 다 '중고신인'이라고 해야하나? 데뷔앨범에서 들려준 '시대극'같은 음악에 공연이 무척 궁금했던 터였다. 여성 보컬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귀폭'같은 무대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고 흥겨운 집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락 페스티벌 같은 큰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밴드였다고 할까?
6개월이 지났고 봄이 되었다. 그리고 많은 공연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각종 페스티벌의 난무로 어느 공연을 가야할지 선택하기 어려운 요즘, 그런 단촐한 공연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Lucia with Epitone Project - 자기만의 방
2010년 10월과 11월 디지털 싱글 '첫 번째, 방'과 '두 번째, 방'으로 앨범을 예고했었던 '심규선'이 해가 바뀐 2011년 9월 드디어 정규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약 11개월의 시간이 흘러 앨범을 발표하는 그녀의 이름은 'Lucia(그녀의 세례명)'로 바뀌었고, 'Lucia with Epitone Project'로서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한 '자기만의 방'이 그 결과물입니다. 이번 앨범 발표에 앞서 올해 5월에 공개된 디지털 싱글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까지 세 싱글이 각기 다른 분위기를 들려주면서 앨범에서는 어떤 곡들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었는데 꽤 오랜 기다림이 되었군요.
고독으로 가듣찬 입김같은 허밍을 들려주는 '첫 번째, 방'으로 앨범은 시작합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꼭 '한희정'의 허밍과 비슷하게 들리더군요.) 첫 곡은 싱글로 공개되었던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입니다. 가요에는 주로 짧은(단편적이면서도 간결한) 제목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정서에는 이 곡의 제목이 상당히 장황하고 마치 외국어를 번역해 놓은 제목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제목을 처음보았을 때 일본의 '나카미시 미카'의 '연분홍빛 춤출 무렵' 같은 곡이 생각나더군요. '꽃처럼 한 철'이라는 비유가 참으로 멋들어진데, 째즈풍으로 편곡된 연주는 윈드차임의 신비함과 어우러져 어련한 봄날의 싱숭생숭함과 기다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기다리는 사랑', 혹은 '사랑의 기다림'을 알린다고 할까요. 무려 Lucia의 자작곡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부디'는 디지털 싱글 '두 번째, 방'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정규앨범에서는 Album version으로 재녹음되었습니다. 재녹음되면서 과도한 애드립이 줄어들면서 보컬이 싱글에서보다 부드럽게 곡에 융화되었습니다.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의 장기인 현악을 적절히 이용한 감성 발라드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보컬이 악기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본인의 앨범과는 다르게 이 앨범에서는 Lucia의 목소리가 곡의 중심에서 들리는 차이가 있습니다. 앨범 타이틀 곡으로도 손색이 없어서, 앨범 공개에 앞서 선공개되었던 '안녕, 안녕'이나 타이틀로 내세운 '어떤 날도, 어떤 말도'와 함께' 트리플 타이틀 전략이 아닐까 하네요. 이어지는 '고양이 왈츠'는 디지털 싱글 '첫 번째, 방'으로 공개되었던 곡입니다. (첫 세 곡이 연속으로 싱글곡들이네요.) 가벼운 왈츠의 세박자와 함께 봄날의 설렘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네요.
앨범 공개 일주일 전에 선공개되었던 '안녕, 안녕'입니다. 안타까움을 노래하는 가사이지만 연주는 상당히 밝고 경쾌합니다. 시작부터 경쾌한 피아노 연주는 달리기를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데, 빠르게 스쳐지나며 '안녕'하는 '스무살의 어딘 가'을 표현하고 있나봅니다. 연주과 가사의 다른 분위기만큼 '웃음지은 눈물' 그려내기에 적절한 기교가 또 있을까요.
'Sue'는 Lucia의 자작곡으로 이 앨범에서 뇌리에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기도 합니다. 제목 다음에는 'inspired by Fingersmith'라고 적혀있는데 'Fingersmith'는 2002년에 발표된 'Sarah Waters'의 소설이자 이 소설을 바탕으로 2005년에 영국 'BBC'에서 제작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영화는 동성애를 다루었지만, Lucia는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너를 이해할 수 없지만, 너 없이 살 수 없다'고 외치는 후렴구는, 바로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음에도 빠지게 되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호소가 아닐까 하네요.
첫 트랙 '첫 번째, 방'이 1분이 되지 않는 트랙이었지만, 앨범의 후반을 여는 '두 번째, 방'은 2분이 넘는 연주곡입니다. 아기자기하고 서정적인 선율은 이어지는 '어떤 날도, 어떤 말도'의 인트로인 동시에 에피톤 프로젝트가 참여했다는 발자국 같은 트랙이 아닐까 합니다. 두 트랙은 디지털 싱글의 제목이기도 한데, 디지털 싱글 수록곡들과는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싱글 '두 번째, 방'에 수록되었던 '부디'는 앨범의 전반부인 '첫 번째, 방'에 가있으니까요.
'어떤 날도, 어떤 말도'는 이 앨범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한 전개로 앞선 '부디'나 '안녕, 안녕'보다 부족한 임팩트는 아쉽습니다. 다만 간주에 등장하는, 트럼펫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가을의 공기만큼 아련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플루겔혼' 연주는 인상적입니다. 째즈풍의 '버라이어티'는 Lucia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경력이 물씬 느껴지는 곡입니다. 다분히 뮤지컬 삽입곡 같은 전개와 브라스와 현악을 배치하여 반짝이는 화려함을 들려주는데, '임상아'의 '뮤지컬'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고양이 왈츠 Acoustic'은 제목 그대로 고양이 왈츠의 어쿠스틱 버전입니다.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사랑에 대한 설렘이 느껴진다면 어쿠스틱에서는 설렘보다 망설임과 두려움이 더 크게 들리네요. '어른이 되는 레시피'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기에 Lucia의 자작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상을 뒤엎고 차세정의 곡입니다. 앞선 '고양이 왈츠'에 이어 어쿠스틱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고양이 왈츠가 제목처럼 왈츠의 세박자로 느긋하게 흘러간다면 오밀조밀한 연주로 속도와 긴장감을 조성하여 귀를 사로잡습니다.
'웃음'은 이 앨범에서 Lucia의 뒤에 숨어있었던(?) 차세정이 모습을 드러내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Lucia와 차세정의 듀엣곡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에피톤 프로젝트의 분위기가 나는 곡이기도 하면서 다른 점들도 들립니다. 역시 현악의 연주는 '에피톤 프로젝트답다'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앨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비극적인 씁쓸함'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기에 '웃음'은 해맑은 미소가 아닌 허탈한 쓴웃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앨범의 문을 닫는 앨범 제목과 동일한 '자기만의 방'은 Lucia가 제일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곡이 아닐까 합니다. '버라이어티'와 마찬가지로 째즈와 뮤지컬이 어우러진 분위기는 그녀가 지향하는 음악적 목표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방'이라는 제목이 붙었겠죠.
보컬리스트와 프로듀서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Lucia with Epitone Project'의 앨범은 요조(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타루(with Sentimental Scenery, Swinging Popsicle)에 이은 파스텔뮤직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인디씬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런 조합의 시도는 이제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인 가창력과 더불어 (홍대에서 듣기 쉽지 않은) 또박또박 아나운서같은 명료한 발음이 돋보이는 보컬리스트 Lucia와 보컬리스트들과의 협업에서 재능을 보인 물이오른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조합은 지난 조합들보다도 탁월한 출발을 들려줍니다. Lucia와 에피톤 프로젝트, 두 사람이 어디까지 비상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죠.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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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폴린 -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낯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그의 향기? 트램폴린의 두 번째 정규앨범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2008년에 발매되었고 뒤늦게 접했던 '트램폴린(Trampauline)' 첫 정규앨범 'Trampauline'은 탁월한 멜로디였지만, 들려주는 소리에서는 오르골이 들려주는 자장가만큼이나 심심함이 컸던 신스팝 앨범이었습니다. '트램폴린'은 싱어송라이터 '차효선'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하였지만 첫 앨범의 그런 심심함을 알아차렸는지, 현재는 앨범 작업 및 공연을 도와주는 기타리스트 '김나은'은 영입하여 '여성 듀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김나은은 'I love J.H'의 기타리스트로 앨범을 발표한 경력이 있습니다.)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라는 심기일전에서 드러나듯 간이 덜된 음식처럼 심심했던 소리들은 가볍게 몸을 흔들어도 좋을 만큼 생기를 찾아 돌아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앨범 'This is why are falling for each other'입니다. 이제부터 이 앨범의 살펴봅니다.
아침해가 떠오르게 나른함 속에서 기지개를 펴듯 앨범을 시작하는 'Little Animal'은 경쾌함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가 어쨌건) 제목이 의미하는 '작은 짐승'에서 연상되는 아기 사자의 경쾌한 사바나 탐험기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신디사이저의 소리는 밤하늘을 가득히 수 놓은 별들처럼 빛나고, 일렉트릭 기타 연주는 거친 노을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낮게 깔리는 차효선의 나레이션은 디즈이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 밤하늘에 주인공 '심바'가 만나는 아버지 '무파사'의 목소리 만큼이나 무게감을 담고 있습니다. (곡 제목과 마지막 나레이션 때문에 '라이온 킹'이 생각나고 말았습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Anthropology'는 독특하게도 '인류학'을 의미하는 제목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류에게 축복이라면 제목처럼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한 Anthropology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는데, 가사를 떠나서 무대위에서 차효선이 보여주는 제자리 걸음과 어깨춤을 따라해도 좋을 만큼 가벼운 춤이 어울립니다. 사실 트램폴린의 노래에서 가사는 '의미 전달'의 목적보다는 '운율을 만들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Bike'는 제목만 봐서는 경쾌한 질수가 느껴질 법합니다. 하지만 연주는 왠지 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트램폴린의 노래는 전곡이 영어이기에 이 곡도 왠지 분위기있게 들리지만, 사실 이 곡은 손발이 오글오글한 유혹의 노래입니다. 사실 많은 유명 팝송들이 단순 혹은 유치하거나 별 의미없는 가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언어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실 가요의 수 많은 사랑 노래들도 마찬가지이죠.) 장황한 제목의 'Love Me Like Nothing's Happened Before'는 맑게 개인 아침의 조깅만큼 생쾌하게 시작합니다. 앞선 'Bike'가 손발이 오글오글했다면, 이어지는 장황한 제목의 역시 너무 뻔한 수작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단어의 반복은 뻔함 속에서도 사랑에 대한 절실함이 담긴 주문처럼 들립니다.
'A Rose with Thorns'는 지금까지의 트랙들과는 다르게,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입니다. 신비로운 윈드차임의 소리나 멜로디를 따라 흐르는 신디사이저의 연주와 서정성을 더하는 기타 연주는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Enya'의 노래에서나 들었을 법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가사에서 지난 사랑이 남긴 상처를 '가시 돋힌 장미'에 비유한 점은 참 신선합니다. 그리고 'Rose with Thorns'가 들어간 후렴구를 발음하는 자체가 어떤 운율을 만들어내어 묘한 중독성을 유발하네요. 약자의 의미가 궁금한 'D. B. R'은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가 한 마디씩 주고 받는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눈물을 뽑아낼 신파극같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법한 가사이지만 담담하면서도 댄서블한 점은 '트램폴린' 음악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History of Love'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신디사이저의 연주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서정적이고 ('블레이드 러너'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같은 과거 SF 영화 속에서 비추는 미래들을 보는 일처럼) 미래적이면서 동시에 복고적인 느낌의 신디사이저 연주는 '신디사이저 음악'을 이야기하는데에 빼놓을 수 없는 거장 'Vangelis'의 미래적이고 서사적인 연주들과도 닮은 점이 느껴집니다. 가사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지만, 어쩐지 꽃봉우리가 활짝 피어나는 장면을 고속재생으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합니다.
'You are My Sunshine'는 신디팝이라기 보다는 IDM에 가까운 트랙입니다. 잔잔한 노래가 흐른 뒤 따르는 신디사이저 연주는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신디사이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우주적인 쓸쓸함은 감정을 압도합니다. 드넓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에서 홀로 유영하는 우주비행사의 적막함과 말로 표현할수 없는 먹먹한 기분이 바로 이런 음악이 아닐까요? ('X3'와 같은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서 비행을 하다가, 문득 행성도 다른 우주선도 보이지 않는 그저 머나먼 별들만이 반짝이는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먹먹함이 바로 이렇습니다.) 우주비행사와 지구에 남겨진 그의 애인 사이의, 이제 서로 닿을 수 없는 마음과도 같이 쓸쓸하기만 합니다.
마지막 곡은 'Be My Mom's Lover'로 어떤 곡보다도 공연을 통해 익숙한 곡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가사는 적당히 댄서블한 리듬을 통해, 슬픔이나 기쁨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 혹은 어떤 깨닳음에 닿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엄마의 애인이 되어 그리고 가족이 되어 변치 않는 사랑을 하자는 의외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애절하고 또 어찌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효선은 담담하게 노래합니다. 이 앨범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던 어조로요.
인디씬에서 흔하지 않은 신스팝 밴드로, 신디사이저라는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소리를 들려주는 악기를 전면에 내세운 트램폴린이지만, 이 여성 듀오가 들려주는 오히려 복고적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20세기 음악들, 80년 대와 90년 대 뿐만 아니라 그전 시대를 빛낸던 장르들(팝, 뉴웨이브, 블루스 등)의 향기를 머금은 신스팝의 작은 잔치가 바로 트램폴린이 지향하는 음악이 아닐까 하네요. 제가 좋아했던 여러 아티스트들의 조각들이 트램폴린의 음악에서 들리고 느껴지네요. 그윽히 깊어가는 가을밤, 서늘한 가을 바람처럼 담담하지만 그리움을 머금은 트램폴린의 앨범과 함께하면 어떨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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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 Kim Ji Soo 1st Mini Album
슈퍼스타K 2로 주목받은 '김지수'의 대담하지만 현명한 행보의 시작.
'모로가도 서울로 가면된다'는 속담(?)처럼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편견을 깨고, '슈퍼스타K'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도, 어떤 면에서는 결과 이상으로 과정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과정이 빛났기에 (1등만 기억되는 더러운 세상에서) 최종 우승자 뿐만 아니라 탈락자들도 주목을 받았구요. 최종 우승자 발표 후 출연자들의 행보도 대중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소개하는 '김지수'도 최종 경연까지 살아남지는 못한 '탈락자'이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출연자들과는 다르게 소위 말하는 메이저 기획사가 아닌 인디레이블과 계약을 했기에 그 과정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 인디레이블 '파스텔뮤직'과 계약한 점은 어쩌면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싱어송라이터를 지행한 그였기에 인디씬에서 수 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앨범을 제작해온 파스텔뮤직을 선택한 점은 여러면에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빠른 결과물을 원하는 메이저 기획사들과는 달리 뮤지션에게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파스텔뮤직을 선택한 점은,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임에도 고작 1990년 출생인 그에게는 뮤지션으로서 꾸준히 발전할 여유를 갖을 수 있다는 장점이 되겠습니다. 더불어 시즌 1의 경연과정에서 언론과 대중이 보여준 엄청난 관심과 다르게 정작 가요계에 정식 데뷔 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진 점도, 인디레이블을 선택하여 좀 더 자신만의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서브레이블인 '쇼파르뮤직'이 발표하는 첫 앨범인 김지수의 미니앨범은 '슈퍼스타K 2'의 종영 후 김지수를 기다린 팬들에 대한 선물이자, 뮤지션으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글오글한 제목의 첫곡 '명품노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능글맞은 그를 만날 수 있고, 이어지는 '너무 그리워'에서는 진솔한 가사에 맞게 '뽕끼'가 담긴 노래를 들려줍니다. 'Friday'에서는 좀 더 차분하고 진중한 음성을 들을 수 있고, 디지털 싱글로 먼저 공개되었던 리메이크 곡 'Chocolate Drive'에서는 젊음의 진취적인 기상을 전달하여 보컬리스트로서 김지수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인임에도 상당히 '맛깔나게' 부른다고 할까요?
'금방 사랑에 빠지다'는 향후 김지수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하는, 이 미니앨범의 유일한 자작곡입니다. 너무나 솔직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예쁘다, 아름답다, 섹시하다'고 찬사를 보내는 가사는 조금은 유치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한 가사는 어떤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다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는 젊음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 트랙인 '수수께끼'는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인 '요조'와 함께하는 듀엣곡입니다. 아쉽게도 김지수의 개성이 가장 드러나지 않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조는 비교적 자신의 페이스를 보여주지만, 김지수의 보컬은 곡에 맞춰가는 모습으로 내공의 차이가 좀 느껴진다고 할까요?
두 번의 경연 과정에서 엄청난 관심을 보여준 '슈퍼스타K'였지만, 경연 후의 관심은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우승자였던 '서인국'과 '허각'의 현위치를 생각한다면 '프로의 냉정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고 할까요. 사실 끼있고 실력있는 젊은 재능들은 대부분 여러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혹은 각종 가요제 및 인디씬을 통해 데뷔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슈퍼스타K는 그런 기존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비유하자면 슈퍼스타K는 고작 한 지역 고등학교에서 모의고사를 통해 순위를 결정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진짜 수능은 경연이 끝난 후 데뷔를 통해 시작일 뿐입니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인디레이블을 선택한 김지수는 그의 재능과 젊음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좀 더 탄탄한 음악적 바탕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구요. 이제 진정한 시작일 뿐입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그의 행보를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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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 - 100 Percent Reality
싱어송라이터이거나, 2인 이상인 밴드일 경우 밴드 내에서 작사/작곡을 모두 자급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뮤지션들이 절대다수인 인디씬의 전통에 비추어볼 때 뮤지션 '타루'의 솔로 활동은 독특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파스텔뮤직'에서 1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해체된 '더 멜로디'의 멤버로서는 뛰어난 가창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외에 작사/작곡에서의 활약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시 싱어송라이터들의 앨범을 발매해온 파스텔뮤직으로서도 '타루'의 솔로 활동은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한 것처럼, 아직 '원석'이라고 할 수 있던 그녀에게서 무리하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끄집어내어기 보다는, 솔로 활동과 그녀의 능력을 발현한 여유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바로 대중가요 제작 시스템처럼 그녀의 보컬로서의 능력을 빛나게 할 수있는, '재능있는 프로듀서'와의 작업이 그것입니다. 인디씬에서는 흔하지 않은 시도로, 타루가 '인디씬의 첫 아이돌'로 기록될 지도 모르는 사건이었고, 그 첫 결과물은 바로 EP 'R.A.I.N.B.O.W'입니다. 파스텔뮤직의 차세대 일렉트로니카 유망주 'Sentimental Scenery'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타루의 첫 EP는 그녀의 발랄함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그녀를 '인디씬의 요정'으로 거듭나게 하기에 충분했죠. '더 멜로디'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멋진 '음색을 내는 악기'에 가까웠다면, 비로소 타루로서의 매력을 뽑내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정규앨범에서도 파스텔뮤직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첫 정규앨범 역시 걸출한 프로듀서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펼쳐냈는데, 새로운 조력자는 바로 EP에서 'Yesterday'를 그녀에게 선사하였던 일본의 'Swinging Popsicle'였습니다. 그리고 Swinging Popsicle의 기존 곡들과 타루를 위한 새로운 곡들이 타루를 통해 재해석된 소리가 그녀의 첫 정규앨범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사에 참여하면서 '원석'의 연마도 게을리하지 않았죠.
싱어송라이터로서 '진정한 데뷔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100 Percent Reality'는 '여기서 끝내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개의 트랙 가운데, '여기서 끝내자'의 4가지 버전에 '여기서 끝내자'의 선율를 차용한 앨범의 intro를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5 트랙이 '여기서 끝내자'이기 때문이고, 이 앨범의 시발점은 바로 (끝내자는 제목만 생각한다면 아이러니 하게도) '여기서 끝내자'이기 때문입니다. 1집 활동 당시부터 그녀는 공연을 통해 자작곡을 들려주었고, 자작곡이 수록된 어쿠스틱 앨범에 대한 가능성를 비춰왔습니다. 그 자작곡이 바로 그녀의 두 장의 앨범과는 다른 감수성으로, 좀 더 어둡고 '역시 인디적'이며 더불어 '파스텔뮤직'답다고 할 수 있는 '여기서 끝내자'였고, 팬들의 환호는 당연했습니다.
2009년 8월 1집 'TARU'의 발표 후 약 22개월이 지난 2011년 6월 '100 Percent Reality'가 발표되었습니다. 제목처럼 100% 그녀의 자작곡들로 채워진, 또 제목처럼 좀 더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여기서 끝내자'로 시작해서 '여기서 끝내자'로 끝나는, '여기서 끝내자'를 위한 앨범이라도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CD 케이스에 담겨진 부클릿의 크레딧을 읽어본다면, 수록곡들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합니다. 크레딧의 'Produced by'에는 이 앨범의 주인공 타루와 더불어 익숙한 이름들인 '에피톤 프로젝트'와 'Sentimental Scenery'가 보입니다. 그리고 'Directed by'라는 익숙하지 않은 항목이 다음 줄에 위치하는데, 역시 낯설 수 있는 두 이름(이 글을 쓰는 저에게는 아니지만)이 보입니다. 바로 '정은수'와 '황보라'로, 본명은 낯설겠지만, 각각 'Misty Blue'와 '어른아이'의 여성 보컬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이 많을 법합니다. 타루와 더불어 과거와 현재의 '파스텔뮤직표 음악'을 대표할 만한 이름들이 이 앨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살표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습니다.
앨범의 인트로이자, '여기서 끝내자'의 선율을 차용한 'Moment in Love'는 현악으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 껏 분위기를 살린 트랙입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OST에 수록된 연주곡 '冷静と情熱のあいだ(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애틋함을 담고 있고, 펼쳐질 이야기들을 맛보기처럼 들려줍니다. 공동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는 '에피톤 프로젝트'는 이 앨범에서 '여기서 끝내자'에만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트랙도 역시 그의 작품이 아닐까 하네요.
'지금이 아니면'은 '여기서 끝내자'와 가사로는 반대의 상황이지만, 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고 타이틀 곡 수준의 인기를 모을 만한 트랙입니다. 물론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절정에서 심금을 울릴 만한 타루의 보컬과 첼로 연주의 조화입니다. 하지만 곡의 시작부터 배경을 지지해주는 기타 연주에서는 '어른아이'의 숨결을 발견할 수 있을 법도 합니다. 이어지는 'Love Me'는 디렉터로 참여한 두 여성 뮤지션의 색채 사이에 있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쓸쓸한 연주는 '어른아이'를 닮아있고 소소한 가사는 'Misty Blue'의 어느 곡일 법도 합니다.
무려 네 가지 버전으로 수록된 '여기서 끝내자'는 당연히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짙은'의 '성용욱'과 함께한 Duet version이나 Solo version에서 피아노 반주위로 흐르는 타루의 탁월한 보컬과 그녀가 직접 쓴 애절한 가사는 단 번에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이 곡의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도 자신의 앨범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던 오케스트레이션은 이 곡에서도 소리를 풍성하며, 절정에는 '듣는 즐거움의 희열'까지도 선사합니다. 듀엣으로서 성용욱의 목소리는 개성을 표출하기 보다는 타루의 목소리를 알맞게 보좌해 줍니다. Band version은 아마도 팬들이 실제 공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소리에 가까운 버전이리라 생각됩니다.
'아이스크림가게, 팬시보이'는 의외로 말랑말랑한 곡에서도 재능을 보이는 프로듀서 'Sentimnetal Scenery'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 새침하고 발랄한 보컬과 가사는 타루가 좋아하고 리메이크까지 하였던 'Misty Blue'의 '날씨맑음'을 닮아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슈'는 약간 건조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역설적으로 Misty Blue의 '동경 센티멘탈 클럽'같은 곡을 떠올리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이슈'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타루의 관심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타루, Sentimental Scenery, 정은수, 황보라 모두 추모앨범 '그대 없는 그대 곁에'에 참여했다는 공통점도 있네요.) 독백적이면서 기도적인 화법은 역시 Misty Blue의 'Lullaby for Christmas'와의 접점이 들립니다.
뒤따라오는 두 버전의 '여기서 끝내자'를 제외한다면 '내 사람'은 실질적으로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라고 하겠습니다. 제목부터 직설적이지만 아름다운데, 몽환적이면서도 목가적인 보컬과 연주는 전반적으로 갈등과 고민으로 가득찬 이 앨범의 긴장을 이완시킵니다. 너무나 행복한 기운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른아이'의 두 번째 앨범 어딘가에 배치되어도 잘 어울렸을 법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100 Percent Reality'는 타루에게 오랜 기다림 끝에 진정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발자국을 찍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파스텔뮤직에게는 타루라는 씨앗의 싹을 키우는 자양분으로서 수년간 레이블이 쌓아온 시스템과 노하우를 시험하는 첫 무대가 아닐까 합니다. 인디 뮤지션으로서는 드물게 독특한 과정을 거쳐 두 번째 정규앨범까지 발매하게 된 타루의 행보는 파스텔뮤직이 아니라면 하지 못했을 과정이었구요. 이제 싱어송라이터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할 그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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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단상 chapter. 3 - Follow You Follow Me
2 장의 CD로 끝난 줄로 알았던 '파스텔뮤직'의 연작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이 세 번째 이야기가 늦은 봄, 5월에 발매되었습니다. 앞선 두 장의 앨범처럼 얼마나 탁월한 사랑 노래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지만, 더욱 기대하게 하는 점은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을 소개할까 였습니다. 앞선 앨범들에서 탁월한 실력의 뮤지션들인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와 '센티멘탈 시너리(Sentimental Scenery)'가 소개되었던 것처럼 말이죠. 수록곡 목록을 살펴보면 'Casker'나 '파니핑크'처럼 친숙한 이름들도 보이지만, 역시 낯선 이름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Casker'도 'Juno'와 '융진'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한 곡 한 곡, 그리고 한 뮤지션 한 뮤지션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할 듯합니다.
앨범을 여는 첫곡은 일렉트로니카 듀오 'Casker'의 'Juno'가 들려주는 연주곡 'Stay with you'입니다. 친숙한 느낌의 비브라폰 연주는 어린 시절 어떤 영화의 오프닝을 보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그 영화 속에서는 신비하고 낯선, 앨범 자켓처럼 대관람차도 있는, 놀이동산이 등장할 법합니다. 정겨운 비브라폰의 울림은 그 놀이동산에 대한 동경을 불러오고 하프와 윈드차임의 음색은 신비감을 더합니다. 하지만 그 멜로디는 정겹지 않고, 오히려 쓸쓸함과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라도 숨어있는 것일까요? 슬픈 사랑의 추억이 서린, 낯선 놀이동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크리스마스 컴필레이션에도 참여했던 '러블리벗'은 '그 손, 한번만'으로 다시 만납니다. 이번에도 객원보컬의 목소리를 빌렸는데, 이번에는 여성이 아닌 남성보컬 '강현준'이 참여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가수 '성시경'이 떠오르는 목소리인데, 러블리벗이 쓴 곡과 가사도 어쩐지 성시경과 여러 곡을 히트시켰던 '윤종신'의 곡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객원보컬로 더 잘 알려진 '이진우'는 '스무살'로 찾아왔습니다. '스무살'이라는 제목에서 '이장혁'의 '스무살'이나 '푸른새벽'의 '스무살'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진우의 '스무살'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할 만한 하드보일드한 '스무살'이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속 전형적인 주인공처럼 멜랑콜리한 '스무살'이 아닙니다. '진짜 스무살들'이 공감할 만한 유행에 민감하고 사랑에 고민하는, 보다 진솔한 스무살입니다. 게다가 매력적인 그의 저음과 어우러져 뭇여성들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합니다.
가을 낙옆을 밟으며 시를 읊는 신사의 모습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하는 '이별을 걸으며'는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가족 '헤르쯔 아날로그(Herz Analog)의 곡입니다. '김연우'와 '김동률' 사이 어디 즈음에 있을 법한 음색의 보컬과 역시 '유희열'과 '정재형' 사이에 위치할 법한 진행의 곡이 조우한 느낌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가요의 황금기였다고 할 수 있는 1990년대에 대한 그리움과 오마주가 느껴집니다. 이 쓸쓸한 독백은 봄의 찬란한 햇살부터 겨울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원까지,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고독함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법합니다.
얼마전 데뷔 EP 'So Sudden'을 발표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Hee Young'은 'Buy Myself A Goodbye'로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줍니다. 자신에게 이별을 사준다는 표현이나, 사랑을 지우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게 될 모습을 잔디를 태우고 그 위에 씨를 뿌리는 모습에 비유한 그녀의 표현력은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영어 가사이지만, 그녀의 음색이나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이별의 아픔이 전달됩니다. 데뷔 EP와는 다른 접근 방법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이 곡을 들으면서 Hee Young, 그녀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져만 가네요.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가족인 '그로칼랭'은 'Lisa'라는 제목의 연주곡으로 첫인사를 합니다. 아마도 프랑스어 그로칼랭(Gros-Calin)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Nu-Jazz를 들려주는 밴드라고 합니다. 힙합 비트와 어우러진 피아노와 트럼펫 연주는 차갑고 세련된 도시의 야경을 상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는 고독함이 느껴집니다. 'Lisa'라는, 어떤 영화 속 어떤 화류계 여인의 가명 정도로 어울릴 제목이 붙여진 점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차가움이나 쓸쓸함과는 역설적으로 '그로칼랭'은 프랑스어로 '열렬한 포옹'을 의마한다고 하며, 소설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열렬한 포옹'이 그려내는 도시의 차가운 쓸쓸함,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서로에게 낮선 타인들이기만한 도시인들의 사랑에 대한 갈증이 느껴집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듀오 '파니핑크'는 모순적인 제목의 '밤은 좋고 그래서 나쁘다'로 chapter 1에 이어 출석을 합니다. 컴필레이션 'Save the Air'에서 댄서블한 트랙 'Love is You'으로 놀라게 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원래의 서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왔기에 정체를 알 수가 없네요. 밤의 정적 위로 흐르는 슬픔의 심경을 탁월하게 전달합니다. 밤의 차분함은 성찰의 시간을 갖을 수 있어서 좋지만, 그래서 감정을 자극하고 슬픔을 돋구기에 나쁘기도 합니다.
오프닝을 담당했던 'Juno'는 역시 이 앨범에 참여한 '이진우'와 합심하여 '이런 날'로 Casker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봄날 사랑에 빠진 싱숭생숭한 기분은 세 박자(혹은 여섯 박자)로 진행되는데 서양음악의 왈츠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 국악의 굿거리 장단으로 들리기도 하네요. 그렇기에 이 곡의 뮤지컬 속 독백같은 분위기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가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모습을 연상되고, 동시에 우리의 고전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성춘향'에게 연심을 품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역시 파스텔뮤직의 신예인 '알레그로'는 'Love Today'를 들려줍니다. 가볍고 편안한 모던락 넘버로 미성의 보컬과 탁월한 멜로디는 '언니네 이발관'의 어떤 곡을 듣고 있는 느낌입니다. 충분히 90년 즈음의 모던락을 떠올릴 만큼 복고적이지만, 밴드 사운드에 전자음이 어우러지면서 전자음만으로 이루어진 요즘 가요들과 대비되어 오히려 신선하게 들립니다. 남성 보컬이지만 조근조근한 분위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하지만, 충분히 향후 활동을 기대하게 합니다.
'재회'는 '헤르쯔 아날로그'의 연주곡으로 앞선 '이별을 걸으며'와 이어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얼굴을 다시 만나게된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스쳐가는 추억과 만감, 그리고 타인처럼 스쳐갈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그려내는 곡이 아닐까요.
평범하지만 뮤지션의 이름으로는 독특한 이름인 '옆집 남자'는 '봄바람에 부른다'를 들려줍니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수필처럼 이야기를 풀어가는 음성과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어떤 면에서 '윤종신'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찬란한 봄날의 이야기는,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속 일상처럼 소소하면서도 '눈물이 날 만큼의 찬란함'과 '어쩔 수 없는 쓸쓸함'이 담겨있습니다. 가사 '너의 봄바람은 날 향해 부는지...'는 이 앨범 'Follow You Follow Me'의 주제를 함축하여 담고 있는 가사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곡 'Stay With Me'는 Casker의 보컬 '융진'의 곡입니다. Juno의 곡에서 'You'가 'Me'로만 바뀐 제목인데, 그 유사성처럼 같은 멜로디를 기반으로 다른 연주를 들려줍니다. 앨범 자켓의 대관람차처럼 결국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서 '수미상관'을 이룹니다. 하지만 'Stay With You'는 다른 비장함과 비밀스러움이 느껴집니다. 그 사랑과 이별의 한 바퀴를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우리말에서 만남과 헤어짐의 인사말이 똑같이 '안녕'이듯, 이 컴필레이션은 사랑에서 그 '안녕'의 순간들(처음이든, 혹은 끝이든)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빛바랜 느낌의 앨범 자켓처럼, 이제 빛바랜 추억으로 남았을 사랑 이야기들을 오밀조밀 담아낸 컴필레이션이 또 있었던가요? 새로운 얼굴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더불어 또 다른 '사랑의 단상'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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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 - So Sudden
뉴욕(New York) 브루클린(brooklyn)에서 날아온 사진엽서, 'Hee Young'의 데뷔 EP 'So Sudden'.
'Hee Young', 우리말로는 '희영' 즈음이 될 이름이로, '희영'이라는 이름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이름이거나 혹은 누구나 주위에 한 사람 정도는 갖고 있을 만큼 흔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희영'이라고 발음하지만, 'Hee Young'이라고 쓰여지는 이름의 주인공은 무척이나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대표 인디 레이블 가운데 하나이자, 해외 인디 레이블의 음반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의 홈페이지에서도 당당히(?) 해외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그녀이기에 더욱 그렇겠습니다.
해외 뮤지션면서도 최근에 한국에 거주하면서 각종 국내 페스티벌에 등장하여 국내 뮤지션과의 경계를 무너뜨린 'Lasse Lindh'와 같이 정말 흔하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당연히 해외 뮤지션이기에 국내에서 활동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떤 인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단지 지난 겨울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Merry Lonel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에 수록된 리메이크 곡 "I hate Christmas parties"로 국내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크(chic)한 뉴요커(New Yorker)가 아닌 떠난 사랑에 마음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뉴요커의 모습이었죠. 그리고 뮤지션으로서도 매우 기대되는 첫인상이었습니다.
그렇게 해가 지나고 그녀의 이름이 흐릿해질 때 즈음, '너무나 갑자기(So Sudden)' 그녀의 데뷔 EP가 발매되었습니다. 좋은 첫인상이 없지만 그녀의 곡이 아닌 리메이크였기에, 첫인상과는 다른 그녀의 모습을 또 '너무나 갑자기' 만나게 될까 조심스레 앨범을 열어봅니다.
첫곡 "Are You Still Waiting?" 꽤나 친숙한 기타 연주로 시작됩니다. 기타코드의 유사성 때문인지 'Russian Red'의 인상적인 "Cigarettes"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교태로운 코러스와 더불어 왠지 해외 뮤지션의 곡이라는 기분이 들게 하네요. 간결하지만 조밀한 진행은 활기찬 뉴욕의 모습을 떠올린다고 할까요? 빨리감기로 뉴욕 어느 거리의 인파와 교통의 흐름을 보고있는 기분입니다. 그 활기찬 거리의 분위기만큼이나 생기넘치면서도 수줍은 사랑을 노래합니다.
타이틀 곡 "So Sudden"은 분위기를 달리하여 진지한 이별 노래입니다. 피아노와 기타가 함께하는 멜로디는 영화 '뉴욕의 가을'에서 봤을 법한, 단풍이 아름다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의 산책을 꿈꾸게 합니다. 하지만 그 산책은 외로운 발걸음입니다. 그 쓸쓸함은 앨범 자켓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와 그,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인데, 자세히 보면 그녀의 왼손은 그의 등을 쓰다듬고 있지만, 그의 오른손은 그녀의 등에서 어색하게 떨어져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테두리로만 그려져 있어서, '환상'이나 '유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사를 생각한다면... 네, 그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노래는 그렇게도 서글픕니다.
이어지는 "Do You Know"도 쓸쓸함이 그득합니다.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로 읊조리는 가사는 서글픔보다는 체념이 담겨있고, '-der'와 '-ders'로 맞춘 각운은 씁쓸한(bitter) 화자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듯합니다. "Solid on the Ground"는 단촐한 연주이지만 흥겨운 멜로디가 분위기를 띄우는 곡입니다. 첫 곡에서 'watet molecules', 'evaporating'이나 이 곡에서 'solid'같은 단어의 선택은 Hee Young이 물리학이나 과학 전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하게합니다.
"On the Wall"은 마지막 곡으로 3분이 되지 않는 짧은 구성으로 앨범을 닫는 역할을 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면서 그녀의 정규앨범을 기대하게 합니다. 다음으로는 "Are You Still Waiting?"는 "So Sudden"의 우리말버전이 담겨있는데 바로 한국판을 위한 특별한 선물입니다. 영어 노래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어감이나 감정 표현의 차이 때문에 어색해지기 쉬운데, 두 곡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So Sudden"의 경우에는 일부러 모든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하기보다는 일부는 영어로 남겨두어 완벽한 감정 전달을 들려줍니다. '바람직한 번역의 예'라고 할까요?
'Hee Young'의 그녀의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들이 담긴, 사진엽서같은 노래들은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중복되는 곡을 제외하면 총 5곡의 짧은 EP이지만, 'Hee Young'이라는 이름을 가진 뮤지션이 탁월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인상을 남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성 뮤지션이라면 'Priscilla Ahn'이 먼저 떠오르겠고, 좀 더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Susie Suh'도 떠올릴테지만, 이제 'Hee Young'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야겠습니다. 언제가 있을지도 모를 그녀의 내한 공연과 정규앨범도 슬며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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