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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10월 11일 cafe Veloso
민홍형과 은지누나 두 사람만의 공연이고 더구나 '단독공연'에 가까웠기에,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는 공연이었죠. 소규모의 1집 시절부터 지켜본 한 사람으로 그 시절에 대한 향수라고 할까요? 약 1시간 30분 정도로 예정되어있던 넉넉한 공연 시간을 어떻게 꾸려갈 지도 궁금했습니다. 한 곡 한 곡이 긴 편은 아니고, 만담이 폭발하는 두 사람이 아니기에 많은 곡들이 기대되었죠.
공연의 시작은 바로바로 'Hello'였습니다. 바로 1집의 첫 곡이기도 하죠. 너무나 너무나 오랜만에 듣게되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소규모를 지켜봐온 관객들이라면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인지 벨로주는 침 삼키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의 고요 속으로 빠져들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1집의 히트곡 'So Good-bye'였습니다. 담담히 이별을 노래하는 가사, 이 세상에서 마지막 인사가 될 법한 말을 전하는 가사는 오랜만에 라이브로 들으니 더욱 아리게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특별한 무대가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낭독의 발견' 순서. 얼마전에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을 살려 두 사람이 준비한 특별한 순서였죠. 첫 번째로 낭독한 책은 바로 '대성당'이었습니다. '레이먼드 카버'라는 작가의 소설로 얼마전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발표한 '김연수' 작가가 번역을 담당한 소설입니다. 자칭 '연빠' 은지누나의 입김으로 낭독하게 되었죠. 낭독 순서는 총 세 번있었는데, 아마도 모두 은지누나의 책들이었을겁니다.
이어서 어떤 앨범들에도 수록되지 않은 '신곡'들이 이어졌습니다. 1집과 2집 사이 즈음의 감수성들이 담겨있는 '별'과 '바다와 국화'는 모두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곡들로 'So Good-bye'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분명히 빠져들 곡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독특한 제목과 소규모다운 흥겨움이 느껴지는 '안녕 슈퍼맨'이 이어졌죠. 두 번째 낭독은 '정한아' 작가의 단편집 '나를 위해 웃다' 가운데 '휴일의 음악'이었습니다.
이어서 '2집 퍼레이드'로 세 곡이 이어졌습니다. 2집 수록곡 가운데 신파적 요소가 돋보이는 '고양이 소야곡', 너무나 단순한 가사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사랑' 그리고 '고양이 소야곡'과 더불어 '동물 시리즈'이지만 분위기는 180도 달라서 너무 신나는 '두꺼비'였습니다. 보통 '두꺼비'에서는 후렴구를 따라하게 마련인데, 이날의 무서운(?) 관객들은 공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무소음 모드에 너무도 충실했습니다. 두 사람의 한 음절 한 음절, 한 음 한음에 놀랍도록 집중했다고 할까요? 1부의 마지막은 새로운 '동물 시리즈'인 'Bugs fly again'이었습니다. 영어 가사지만 단순한 가사가 웃음짓게 만드는 곡이죠.
약 10분의 휴식이 있은 후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는 시작은 신곡의 연속으로 시작되었고 첫 곡은 '던져지는 돌'이라는 제목의 곡이었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던져지는 돌같아서 그런 제목이 붙었다나요? 이어 '이런 찰나'와 '착각'이 이어졌습니다. '착각'은 지난 공연에서 들었던 노래로, 소규모의 색깔보다는 민홍형의 솔로 프로젝트 '민홍'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객과 함께 즉흥적으로 라임(?)을 주고 받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 낭독은 '김중혁' 작가의 단편 소설집 '펭퀸 뉴스' 가운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아'였습니다. 앞선 두 낭독과는 다르게,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하여 삼촌과 조카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민홍형은 바리톤은 삼촌으로서 괜찮았고, 은지누나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로 좋았죠.
역시 지난 공연들에서 들었던 신곡 'TV에 나온 사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TV에 나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종종 그리고 최근 TV를 통해 얼굴을 보여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네요. 이어 3집 수록곡으로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가 이어졌습니다. 점점 작사에서 민홍형을 압도(?)하는 은지누나의 탁월한 가사가 좋은 곡이죠.
공연의 마지막은 신곡 두 곡, '개나리 본부'와 'Diamond Book'이었습니다. '개나리 본부'는 단순하고 천진한 가사가 재밌는 곡으로, 선정성으로 찌든 요즘 노래들에 개탄하여 만든 곡으로 무료 배포할 계획도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 'Diamond Book'은 금강경에서 얻어온 제목으로 영어 가사이지만 '너는 새이고, 나는 바람이다'하는 명상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사는 '노장사상'이나 '도교'의 느낌도 나더군요.
당연히 앵콜요청이 있었고, 2집의 인기곡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총 1시간 30분이 넘는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숨막힐 듯한 몰입 때문이었는지 여전히 아쉬웠습니다. 충분한 곡 수와 많은 신곡들,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진행으로, 이날 벨로주를 찾은 팬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겠죠.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4집을 빨리 만나봤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런 좋은 공연들로도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1집 시절의 느낌도 참 좋았구요.
일부 동영상은 역시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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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부스 & 한음파 acoustic set in 10월 11일 cafe Veloso
여러 밴드들의 어쿠스틱 공연이 열리는 'cafe Veloso(벨로주)',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알게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카페로 운영되다가 일요일에만 공연을 위한 공간이 된다는데, 출연 밴드들도 좋았지만 사진 속에서 꽤나 분위기 있어보이는 모습에 끌렸죠. 하지만 일요일에만 공연이 있기에, 최근 일요일에 바빠서 Veloso에 찾아갈 인연이 생기지 않더군요. 그러던 차에 지난 11일 바로 오랜만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단독 공연이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사실 정식으로 말하자면 '단독 공연'이하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다른 밴드 없이 소규모 혼자 하는 공연이니 단독 공연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또 부를 말이 없네요.
마침 일요일에는 5시와 8시 두 개의 공연이 예정되어있었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은 8시였고, 5시는 '폰부스'와 '한음파'의 공연이었죠. 두 밴드 다 '빵'에서 알게된 밴드들로 차분한 모습의 Veloso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인데, 5시에는 acoustic set으로 Veloso에 어울리게 꾸며질 예정이었죠. 8시 공연만 예약해두었지만, 공연 당일 바로 일요일 아침에 5시 공연이 매진되지 않아서 예약해버렸죠. 사실 5시와 8시 공연을 다 예약해서 보면, 기본적으로 공연당 하나씩 제공하는 1 free drink coupon을 하나 더 받을 수 있어, 총 3병의 맥주를 마실 수 있기에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일찍 도착한 Veloso의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첫 번째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폰부스와 한음파 중, 척 보기에도 멤버들이 더 어려보이는 폰부스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두 밴드가 각각 45분씩 공연하기로 예정되어있었죠. 5인조로 알고 있는데 무대에는 3명의 멤버, 보컬 한명 과 기타리스트 두 명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이전 빵에서 보여준 뭔가 요란한 모습과는 다른, 차분하게 앉아서 공연을 시작했죠. 그렇게 한 곡을 들려주고는 나머지 두 멤버,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도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acoustic set이라고 해서 unplugged에 가까운 모습을 기대했지만, 역시 모든 멤버가 총 동원되다보니 그런 느낌은 힘들었습니다. 하긴, 보통 4~5인조 락밴드가 unplugged에 가까운 소리를 내려면, 다른 멤버들은 쉬고 보컬과 리드기타만 공연을 해야할테니까요.
아직 두 번째 만남이라 이 밴드의 곡들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It is your mind'와 역시 기억나지 않는 커버곡을 한 곡들을 수 있었죠. 커버곡은 분명 카툰밴드 'Gorillaz'의 곡은 아니었지만, Gorillaz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밴드의 데뷔앨범 타이틀이기도한 'Got a chance'는 흥겨우면서도 쉬운 멜로디 그리고 가사로 후렴구는 따라부를 수 있더군요. 그리고 뭔가 뭉클한 사연이 담겨있을 법한 가사의 '꿈이 춤을 추도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로큰롤의 느낌이 나는 연주는 상당히 흥겨워서 앉아 있는 보컬은 마치 뛰고싶어 안절부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멘트는 아쉬웠지만, 성장이 기대되는 밴드 '폰부스'였습니다.
약 10분의 휴식이 지나고, 지난 '빵' 공연에서 '마두금'의 선율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한음파'가 등장했습니다. 역시 마두금은 보컬의 옆자리에 가지런히 앉아있었고, acoustic set이라니 왠지 마두금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더군요.
'소용없는 얘기'같이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기에 음원으로 들을 수 없는 노래도 있었지만, 지난주 '빵' 공연을 보고 음원으로 살짝 복습(?)을 하였기에 노래들이 좀 더 익숙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셋리스트도 한 장 획득하였기에 곡들도 기억할 수 있었죠. 'Pure'라는 곡을 시작으로 매미의 울음 소리를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인 '매미'가 이어졌죠. '매미'라는 곡에서는 현기증이 느껴지는데, 작열하는 태양 아래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서 탈진하기 직전에 걷는 이미지가 떠오른달까요? 퇴폐적인 느낌이 강한 '독감'은 이제 원곡처럼 '네스티요나'의 '요나'와 함께하는 공연이 보고 싶어지더군요.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은 '소용없는 얘기'라는 곡도 들을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들려주었던 곡들과는 다르게 모던락의 느낌이 나기에, 그 '가벼움'때문에 실리지 못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acoustic으로서는 더 할 나위없이 좋은 곡이었어요. 커버곡이 한곡 있었고, 담긴 독특한 분위기의 초대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앞선 폰부스도 그렇고, 한음파도 그렇고 모두 남성 멤버이기에 그 땀냄새를 환기시켜주는듯, 지난번 '도나웨일'의 게스트로 등장했던 '황보령'의 밴드 'SmackSoft'의 미녀 멤버가 등장하여 아코디언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코디언은 마두금의 연주와 어우려져, 불안함과 퇴폐적인 불온함이 짙게 담긴 공기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빵 공연에서는 들을 수 없엇던 'Sleep in'에서도 마두금의 매력은 이어졌습니다. 이어 제목처럼 신나는 '200만 광년으로 부터의 5호 계획'이 이어졌죠. 마지막 곡은 당연히 기다렸던 '무중력'이었고 acoustic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acoustic이라 마두금의 선율에 더 집중할 수 있었서 좋았죠. 멘트처럼 악기의 소음들이 서로를 가려주는 공연과는 다르게, acoustic이기에 적나라했습니다. 이 날 멘트는 거의 베이시스트가 담당했는데, 보컬이 요즘 멘트에 슬럼프가 있다나요. 두 사람이 주고 받으면 더 재밌을 법했습니다. 예상보다 5분 정도 일찍 시작한 공연은
역시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끝났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앵콜요청이 있었고, 한음파는 '연인'을 비롯한 준비된 두 곡을 들려주고 공연을 마쳤습니다.
지금을 쓰고 있는 시점에 알게 되었는데, 두 밴드가 괜히 같이 공연한 것이 아니고 같은 레이블 소속이었군요. 그래서 이 공연 전에도 또 다음에도 같은 무대에 서는 공연들이 있었고, 예정되어있더라구요. 한음파는 정규앨범은 겨우 1장이 나왔지만 밴드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인지 acoustic set에서도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두 밴드다 종종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충동적으로 예약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공연이었습니다.
동영상은 역시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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