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5월의 주말, 수년 전부터 꽃 축제로 소문이 자자한 충남 태안 안면도의 "2012 태안 튤립 꽃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가정의 달이라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여, 서둘러 아침 일찍 출발을 하였고 9시가 조금 넘어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9시 15분 경) 이미 주차장에는 상당한 수의 차가 보이고 있었죠.
주차장 근처에는 야시장을 보는 듯한 각종 요식업자들의 천막으로 눈을 찌뿌리게 하였지만, 그래도 봄 나들이라는 기분으로 생각보다는 비싼 '성인 입장료 9000원'을 지불하고 입장을 했죠. 입장하면서 펼치진 광경은 역시 기대대로 노랗고 붉은 튤립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입구 근처의 튤립들은 4월 22일부터 시작한 이 축제를 생각했을 때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상태였고 사진 속에 담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형형색색으로 갖가지 모양과 색을 갖은 튤립들을 돌아보면서 '참 엉망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튤립의 각종 품종을 전시한 곳에는 잘려나갔는지 꽃을 거의 볼 수 없는 품종들도 있었고 성한 품종들도 원형탈모처럼 곳곳이 시들어버린 품종이 많았습니다. 또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무성의한 관리로 인한 소실에 눈이 찌뿌려졌습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던 축제이기에 지평선을 가득 메울 법한 튤립의 벌판을 기대했지만, 그 규모에 있어서도 서울 시내에서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지불하는 9000원의 본전이 절로 생각날 정도로 부실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둘러보아도 1시간 남짓이면 둘러볼 수 있는 규모는 같은 가격이만 2시간은 눈이 즐거운 영화와 비교할 수 밖에 없었고,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 꽤 떨어진 충남 태안에 오기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차비 혹은 연료값)을 생각한다면 왜 9000원이나 되는 입장료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넓지도 않은 공간을 튤립으로 채우지 못해서 한쪽에는 유채꽃이 들어서 있었고, 공룡전시관 같은 쌩뚱맞은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나친 홍보비로 실제 행사는 부실해 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축제를 연 영농조합이 단지 '영리'를 위해 연 축제가 아닐까 하는 정황은 이 뿐만 아닙니다. 이 축제가 끝나고 6월 말부터는 같은 자리에서 백합 축제가 열리고 9월에는 또 다른 꽃 축제가 있다고 합니다. 평소 꽃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묻고 싶습니다. 진짜 튤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튤립의 꽃이 시들면 그 자리를 엎고 다른 꽃을 옮겨심어서 축제를 열까요? 진정 튤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땅에서 일년을 바쳐 식물을 기르고 가꿔서 축제를 열어야하는 것 아닌지요? 그리고 정당한 입장료를 받는 '축제'라면 행사 마지막까지 꽃들의 수준을 완벽하게 유지하거나, 혹은 완벽하게 유지할 수 없다면 행사를 그렇게 유지할 수 있는 기간으로 한정해야하지 않았을까요? 문외한이 보기에 이건 '축제'가 아닌 그저 '허접한 튤립 품종 전시회'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벌이는 축제들의 고질병이라고 보이는 행사와 관련된 적절한 연계 상품(?)의 부제도 아쉬웠습니다. 출구를 나오면서 화분들을 팔고 있었지만, 튤립과는 상관없이 허브와 같은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는 화분들이 었고, 튤립 한 송이나 튤립으로 만든 이차 가공품은 판매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은 이 축제가 급조된 행사임을 방증하는 또 다른 증거가 아닐까요?
지방자치제를 시행하면서 지자체들은 어처구니 없는 축제들을 남발하면서 국민의 혈세로 꾸려지는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데, 이 축제는 관광객 유치라는 실적에 눈이 먼 지자체와 영리에 눈이먼 조합의 만들어낸 촌극이 아닐까 합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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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던, 최악의 "2012 태안 튤립 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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