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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스의 담요 - Show Me Love
무렵 10년 만의 첫 정규앨범, 아니 그보다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바로 '라이너스의 담요(Linus' blanker)'의 정규앨범이 드디어 발매된 것입니다. (혹자는 지구 멸망이 가까워졌기에 그 징후가 나타났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밴드 '라이너의 담요'는 2001년에 결성되어 2003년 첫 EP 'Semester'에서 들러운 상큼함으로 기대로 모았고 2005년 두 번째 EP 'Labor in Vain'로 그 기대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정규앨범은 깜깜 무소식이었고 2007~2008년 경에는 정규앨범 소식이 들렸지만 그냥 풍문이었는지 그렇게 잊혀졌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드디어 기습적인 발매를 맞이하게 되네요. (2012년이 다시 지구 멸망의 해로 떠오르는데, 역시 지구 멸망의 징조일까요?)
앨범을 들어보면 전반부에는 흥겨운 째즈의 느낌이 강한데, 그런 점을 반영하듯 앨범을 여는 첫 곡의 제목은 'Rag time'입니다. Rag tme의 의미를 찾아보면 '째즈의 한 피아노 연주 스타일'이고 '술집이나 무도회장에서 연주되는 스타일'이라고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시작부터 펍(Pub)이나 바(Bar)의 흥겨운 파티의 느낌이 물씬 느껴집니다.
이어지는 앨범 타이틀 'Show Me Love'는 귀여운 팝을 기대하게 했던 '라이너스의 담요'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흥겨우면서도 성숙한 느낌입니다. 흥을 돋구는데 좋은 방법인 브라스까지 등장하면서 펍의 흥겨운 파티나 50~60년 대를 배경으로한 뮤지컬의 한 장면 정도를 연상시키기에도 충분합니다.
'Gargle'은 최근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 '검정치마'와 함께한 곡으로 복고적이고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다만 조휴일의 목소리는 귀여운 연진의 목소리와 대비되어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가 부르는 곡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Misty'는 고급스러운 째즈바에서 들을 법한 곡으로, 고혹적인 연진의 보컬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보컬리스트로서 욕심까지 느껴진달까요? 앨범 전반부의 복고적인 분위기는 EP 'Semester'의 귀여운 이미지가 강했던 이 밴드에게는 상당한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보컬리스트로서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주었던 '연진'을 궤적을 추척해본다면 놀랄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앨범에도 수록된) 두 번째 EP의 타이틀 'Labor in Vain'에서는 나긋나긋한 변신이 있었고, 2006년에 발표된 두 장의 앨범에서도 그런 변화를 예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밴드 'BMX bandits'와 함께한 'Save Our Smiles'는 원테이크로 녹음한 느낌으로 펍에서의 공연 느낌이었고, 역시 영국에서 '버트 바카락'과 함께한 'Me & My Burt'에서도 보컬리스트로서 연진의 욕심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첫 EP의 귀여웠던 'Picnic'도 앨범의 파티 분위기에 맞게 재탄생했습니다. 귀여움은 아직 남아있지만, 에그 쉐이크나 펍의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공연 같은 현장감을 주는 추임새와 배경음 덕분에 흥겨움이 더합니다. 두 번째 EP의 수록곡이기도 한 'Labor in Vain'은 보사노바풍의 곡으로 'Misty'에 이어 보컬리스트 연진의 매력을 발산하는 곡입니다. 'Misty'에서는 우수에 찬 남성(지난 사랑이었던)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아가씨였다면, 이 곡에서는 '사랑은 헛수고'라고 외치는 도도한 도시 아가씨를 떠올리기에 충분하죠.
앨범의 전반부가 늦은 밤 펍이나 바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같은 분위기였다면 후반부에는 본격적으로 밤을 향하는 음악, (보통 리스너들이 생각하는 혹은 생각할 만한) 더 인디밴드다운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 앨범 전반을 감싸고 있는 복고적이면서 아날로그적인 소리들은 2006년 발표되었던 '에레나'의 앨범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그런 동질감에는 이유가 있었으니 이 앨범에 믹싱 엔지니어 및 사운드 수퍼바이저로 참여한 'DJ soulscape'의 존재입니다. 바로 에레나의 앨범에서는 그의 또 다른 음악적 자아인 'Espionne'로서 프로듀서 및 믹싱 엔지니어로 참여했기 때문이죠. (여러모로 유사점이 많은 두 앨범입니다. 여성보컬이라는 점, 두 앨범다 8월에 발매되었다는 점부터 음악적 스타일과 사운드가 들려주는 따뜻한 아날로그적인 감성까지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에레나의 앨범에 'Holidaymaker'라는 곡이 있는데 이 앨범에 참여한 조휴일의 영어식이름이 바로 'Holiday'이기도 합니다.) 복고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앨범 CD 및 디지팩의 디자인에서도 나타나는데 CD는 LP의 모습으로 프린팅이 되어있고 디지팩은 기타와 트럼펫, 피아노 그리고 마이크를 단순화해서 담고 있습니다.
후반부를 시작하는 '순간의 진실'은 잔잔한 곡이지만 재밌게도 레게 곡입니다. 흥겨울 줄만 알았던 레게가 이렇게 잔잔할 수도 있네요. 잔잔함 속에서도 코러스는 상당히 유쾌하여 재미가 쏠쏠합니다. '고백'은 고즈넉한 밤길을 걸으며 풀어내는 절절한 고백의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Music take us to the universe'는 이전까지 '라이너스의 담요'의 곡들과는 전혀 다른 깜짝 놀랄 만한 일렉트로니카 트랙입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려 욕심일까요? 제목부터 재밌는 '밀고 당기기'가 느껴지는 'Stop liking, start loving'은 서서히 마지막 곡을 향해는 앨범처럼, 잠을 청하는 오르골 연주 만큼이나 감미롭습니다. 마지막은 두 번째 EP에 수록되었던 'Walk'로 밝고 씩씩한 마무리를 들려줍니다.
앨범 'Show Me Love'는 적지 않은 11 트랙을 담고 있지만, 너무 오랜 기다림 속에 발매된 앨범이기에 너무나 짧게 느껴집니다. 다행히도 한 곡 한 곡, 맛깔나는 곡들로만 채워져있기에 기다림은 어느 정도 보상이 될 법합니다. 인디 뮤지션들도 오래 기다린 앨범인가 봅니다. 크레딧을 보면, '로로스'의 도재명이나 '페퍼톤스'의 이장원처럼 익숙한 이름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꾸준한 공연과 너무 늦지 않은 후속 앨범의 발표만이 오랜 기다림을 채워줄 특효약이 아닐까 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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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 한강의 기적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위한 조금은 시린 성장기 '한강의 기적'.
'한강의 기적'이라니, '눈부신 경제 개발'이나 '새마을 운동'이 떠오르는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참으로 익숙하지만, 밴드의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낯선 이름입니다. 홍대 앞 '클럽 빵'의 공연 일정에서는 2008년 즈음부터 보아왔던 이름이었고, 공연 사진 속 밴드의 보컬이 밴드 이름과는 다르게 준수한 외모이기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공연을 본 적은 없었네요. 어느 즈음부터 앨범 준비 소식이 들려왔었지만, 많은 인디밴드들의 앨범이 그렇듯이 작업이 지연되면서 '기대 음반'에서 사라졌죠. 조금은 독특한 이름의 '한강의 기적'의 기적을 설명에는 '형제밴드'가 따라오곤 합니다. '한강의 기적'에 '형제'라니, 어떤 형제의 '대박 성공 신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만, '복고'를 전달하기에는 적절한 밴드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첫 곡 '신대방 삼거리로 가는 152번'은 신나는 기타 연주와 함께 시작합니다. 3분이 채 되지않는 비교적 짧은 곡이지만 깊은 여운을 던집는 곡으로, '날 기다리진 않을까? 날 구해주진 않을까?'라고 묻는 가사는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갈 길 잃은 청춘의 현실이 전해집니다. 그런데 '내려야 할 것 닽아 다음 정거장에'는 모 CF에서 '저 지금 내려요'라고 외치던 장면과 겹쳐지면서 웃지못할 상상도 조금은 하게 되네요. 마지막 딱 10곡이 수록된 앨범이지만 대중교통과 관련된 곡들이 여러 곡 보이는데, 서울 '152번 버스'의 노선을 살펴보면 '한강대교'를 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152번을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다가 밴드 이름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해파리'는 여름 느낌이 물씬 나는 실로폰 연주로 시작하기에, 노골적으로 여름 시즌을 노리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사가 재밌는데 잘 음미해보면 가사 속 주인공이 사람인지 해파리인지 혼동됩니다. '울고있는 나'나 '겁많은 해파리'나 거대한 바다 앞에서는 차이가 없게 들립니다. 이 앨범에서 가장 흥겨운 곡이기에 시원한 해수욕장에서 이 곡이기 울려퍼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상당히 긴 제목의 '그녀가 원하는 건 연예인들이 하는 그런 종류의 키스'는 이 앨범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 곡입니다. 조금 서글픈 가사와 다르게 브라스가 참여한 연주는 상당히 낭만적(로맨틱)이고 멜로디는 편안합니다. 더불어 가사가 담고 있는 많은 청춘들이 공감할 만한 소위 '낙오자의 감수성'은 공연장에서 '남녀' 모두 함께하는 '눈물의 싱얼롱'이 펼쳐지기에 적절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제목만 듣는다면 '그녀'는 '된장녀'처럼 생각되지만, 가사 속에 '그녀'도 사실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그'만큼이나 외로운 존재이니까요.
묘한 그리움을 불러오는 하모니카 연주로 시작하는 '신촌 로터리'는 익숙하고 활기찬 신촌의 풍경 속에서 서글픈 젊음을 노래합니다. 이어지는 '작은 기타'와 '나 혼자 몇 마디' 역시 이 앨범을 관통하는 '서글픈 젊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또 두 곡은 각각 '정직'과 '진실'을 노래하며 '자아 성찰'을 보여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반면 다른 점이라면 '작은 기타'는 서글픈 가사와는 상반되는 흥겨운 연주로 '해학'적인 면이 있다면, '나 혼자 몇 마디'는 '...난 고개를 들 수 없었다'라는 가사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부끄러움'이 떠오를 만큼 시적인 면이 있습니다.
장엄한 스케일이 담겨있을 법한 제목과는 다르게 '한강의 기적'은 그리움이 물씬 느껴지는 '소년의 성장기'입니다. 꿈에서 영화 속 주인공도 되어 대사를 잊는 장면은 상상해보면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 주인공의 입장으로는 서글픕니다. 잠깐 잠든 사이에도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은 아직 더 자라야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어느덧 훌쩍자라서 소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집니다. '다른 누군가의 스무 살'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인디씬의 선배들인 '이장혁'이나 '푸른새벽'의 '스무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로켓, 글라이더, 고무동력기'와 '양화대교'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두드러진 락 넘버들입니다. '물로켓, 글라이더, 고무동력기'는 어린 시절 익숙한 소품들을 이용하여 성장기를 이어갈 법도 하지만 사실 이 앨범에서 가장 사랑에 집중한 곡입니다. '양화대교'에서 보컬 '주영찬'의 절규와 기타 리프는 왠지 코맹맹이 소리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노래를 들려주는 '빌리 코건'의 'Smashing Pumpkins'가 떠오르게 합니다.
마지막 곡은 '시소'입니다. 밴드 '한강의 기적'은 앨범 전반에 걸쳐 익숙한 장소나 소재들을 이용하고 있고, 슬픔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고 풀어나가는데 이 곡에서도 그러합니다 연주는 '펑크락'풍으로 시작되는데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고 싶었지만'의 조금 과장되고 과격한 가사는 재밌고 '펑크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합니다. 신나는 연주와는 다르고 가사는 그 한 소절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최근의 '틴에이지 로맨스'물의 한 장면처럼 세련되면서도, 이제는 '성장 드라마(만화)'의 거장라고 할 수 있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속 한 장면처럼 '여백의 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기른 '수염'과 '머리(카락)'가 나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인지 그렇게 변한 두 사람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인지, 궁금하네요. 고의로 중의적인 표현을 썼으려나요?
다시 언급하지만, 밴드 '한강의 기적'가 들려주는 앨범 '한강의 기적'은 '소년의 성장기'입니다. 이 성장기는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일상의 단편들과 자기고백과 '젊기에 어쩔 수 없는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란 누군가에게는 눈부신 경제 발전의 감격을 연상시킬 수도 있겠지만, 밴드 '한강의 기적'은 이 땅에 태어나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꿋꿋히 버티고 성장해가는 모든 소년과 청년들, 바로 이 앨범을 듣는 모두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점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포크'와 '락'이라는 서양 음악의 형태를 빌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감수성을 담아낸 앨범 '한강의 기적'은 '가장 현재의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인디적'인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더불어 내년 초에 있을 '한국대중음악상'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이름이 '올해의 신인'에 올라가있을 것이라고 슬며시 예상해봅니다. 그야말로 쉽지 않은 현실의 낭만과 재치를 담아낸 놀랄 만한 데뷔 앨범이 얼마나 될까요?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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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랜드 - Mayland
달달한 감성 팝 메이랜드(Mayland)의 첫 번째 미니앨범 'Mayland'.
보통 국내 앨범들은 방송이나 공연, 동영상 등을 통해서 찾아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호기심으로 듣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음반 구매를 위해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예약판매 목록을 살펴보다가 호기심에 찾아듣게 될 때가 종종 있는데, 지금 소개하는 '메이랜드'가 그렇습니다. '메이랜드'의 미니앨범이 예약판매 목록에 있었는데, 배포를 담당하는 회사 '브라우니'이기에 눈이 갔습니다. 파스텔뮤직의 자회사로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는데, 파스텔뮤직 공식 홈페이지에는 소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유통만 해주는 앨범이었지만, 밴드 이름과 소개글에서 음악이 궁금해 지더군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지만 소개글에서 떠오르는 '메이랜드'는 '프로젝트 그룹'의 이미지입니다. 곰돌군(건반/작곡)과 여민락(기타/작곡), 작곡 능력을 보유한 두 남성(아마도) 멤버가 여성 보컬 '비스윗'을 영입하여 만든 점은, '이재학'과 '강현민'이 '지선'을 영입하여 결성했던 '러브홀릭'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선의 탈퇴 후 이렇다할 활동을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요즘에는 미니앨범이라고 많이 불리지만, EP(extended play)라고 할 수 있는 'Mayland'는 4곡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겠지만, '발단-전개-절정-결말'과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앨범의 문을 여는 'Story'는 청아한 보컬로 감성적인 멜로디로 '메이랜드'를 소개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 추억이 담긴 story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증을 유발할 만합니다. '우연한 여행의 첫사랑'은 타이틀 곡으로 제목은 궁금한 story를 압축해서 담고 있습니다. 상황과 감정을 소소하게 풀어나가는 가사는 이 곡에 인디적 감수성을 부여합니다. 절정의 순서인 '시간 참 빠르다'는 이별에서 오는 슬픔의 절정을 노래합니다. 이미 몇 장의 싱글과 솔로 앨범을 발표한 경력이 있는 '비스윗'이기에 절제된 감정 표현은 적절합니다. 하지만 그 절제를 표현하기위해 '다'로 종결어미를 사용한 점은, 이제는 '상투적'인 방법이네요. 마지막 곡은 '사막여우'로 소설'어린 왕자'가 딱 떠오르는 제목입니다. 소설 속의 사막여우처럼 길들이기 어려운 사랑을 이야기하리라 예상할 수 있고, 가사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사는 채념과 회상으로 결말을 들려줍니다.
수록곡은 4곡 밖에 되지 않지만, 기대되는 (중고)신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불길한 예감도 듭니다. 작곡가/프로듀서와 보컬이 결성한 프로젝트 혹은 밴드들이 장수하지 못하여서 그렇나 봅니다. 세 장을 정규앨범을 발표한 '러브홀릭'을 제외하고는, 데뷔앨범으로 기대되었던 '데이라이트'의 '강연경'과 '신동우'의 조우도 한 장의 앨범으로 막을 내렸고 비스윗과 어떤 면에서 비슷한 느낌의 음악을 들려주었던 '정석원(015B)'의 프로젝트 '이가희'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인디씬에서도 메이랜드와 비슷한 감성을 들려주었고, 역시 어느 정도 기대했던 '쿠즈키(Cuzky)'나 'the Breathing'도 각기 한 장의 EP 이후 소식을 알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밴드가 들려주려하는 따뜻한 봄날의 감정을 좀 더 오래 들을 수 있길 바라는 욕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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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플라이(No Reply) - [ , ] comma
'노리플라이(No Reply)'의 잠시 쉼, '[ , ] comma'
수많은 여신들이 지배하는 인디씬에서, 남성 듀오 '노리플라이'는 2009년과 2010년에 발표한 두 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들려준 '외유내강'의 음악으로 여심을 사로잡아왔습니다. 2009년 데뷔앨범 발표 이전부터 지금까지 각종 컴필레이션 앨범과 여러 페스티벌 참여, 수차례의 단독 공연으로 쉼없이 달려온 두 사람이 잠시 '쉼표(comma)'를 찍는 미니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두 멤버 가운데 외모와는 다르게 동생인 '정욱재'의, 대한민국 남자로면 피할 수 없는, '군입대' 때문이죠. 이제 시작될 약 2년의 이별, 그리고 시간 동안의 아쉬움을 달랠 미니앨범의 제목은 '쉼표'를 의미하는 'comma'입니다.
앨범 제목과도 같은 첫곡 'comma'는 보사노바풍의 곡입니다. 이전까지의 곡들는 많이 다른 스타일이라고 할 수있는데, 원래 나른한 느낌이 강했던 보컬 '권순관'의 목소리는 이제야 물을 만난듯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에 발표한 어떤 곡들보다도 자연스럽게 곡에 녹아드네요. 노리플라이로서의 활동 정지 후 권순관만의 솔로활동을 위한 밑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바라만 봐도 좋은데'는 디지털 싱글로 선공개되었던 곡으로, 역시 이전 곡들('고백하는 날'같은)을 생각한다면 '노리플라이'답지 않게도 상당히 노골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또 다시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만합니다. '낡은 배낭을 메고'는 2009년 싱글 '끝나지 않은 노래'에 함께 수록되었던 곡으로 제목 그대로 소박한 여행의 즐거움을 노래합니다. 보통 진중한 분위기 위주인 두 정규앨범 수록곡들과는 다르게 가볍고 흥겨운 분위기가 인상적이고, 역시 앞선 두 트랙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이 앨범의 '소품집같은 느낌'에 일조합니다.
'널 지울 수는 없는지'는 두 번째 앨범 'Dream'의 수록곡 'Gooden Age'와 여러모로 비슷한 곡입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유약한 느낌의 보컬이 잔잔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점이 그렇고, 피아노 연주가 합류하여 맑은 느낌을 더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이러지는 마지막 곡 '미안해' 역시 잔잔한 분위기로, 여행과 이별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시적인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음악 활동이라는 여행과 그 속에 느낀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면, 팬들에게 이별의 미안함을 전하는 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간주중에 혼선된 라디오 방송 같은 잡음이 들리는데 '노리플라이'의 곡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기에 어느덧 마지막 곡에 찾아온 '이별'의 이미지는 선명해집니다. (어떤 곡들이 스쳐가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소소하겠습니다.)
앨범 자켓의 해가 떨어져가는 오후 하늘에 날아가는 비누 방울에서도 '쉼'과 여유가 느껴지네요. 더불어 하늘로 날아가는 비누 방울을, 잡아도 거품으로 사라지기에, 잡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도 전해집니다. 그럼에서도 세련된 '안녕'이라는 인사는 노리플라이답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약 2년의 공백후 돌아오겠지만, 그들이 활동할 인디씬의 기반이 점점 약해지는 상황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쉼표인 comma가 될지, 아니면 영원한 coma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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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 Kim Ji Soo 1st Mini Album
슈퍼스타K 2로 주목받은 '김지수'의 대담하지만 현명한 행보의 시작.
'모로가도 서울로 가면된다'는 속담(?)처럼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편견을 깨고, '슈퍼스타K'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도, 어떤 면에서는 결과 이상으로 과정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과정이 빛났기에 (1등만 기억되는 더러운 세상에서) 최종 우승자 뿐만 아니라 탈락자들도 주목을 받았구요. 최종 우승자 발표 후 출연자들의 행보도 대중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소개하는 '김지수'도 최종 경연까지 살아남지는 못한 '탈락자'이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출연자들과는 다르게 소위 말하는 메이저 기획사가 아닌 인디레이블과 계약을 했기에 그 과정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 인디레이블 '파스텔뮤직'과 계약한 점은 어쩌면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싱어송라이터를 지행한 그였기에 인디씬에서 수 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앨범을 제작해온 파스텔뮤직을 선택한 점은 여러면에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빠른 결과물을 원하는 메이저 기획사들과는 달리 뮤지션에게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파스텔뮤직을 선택한 점은,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임에도 고작 1990년 출생인 그에게는 뮤지션으로서 꾸준히 발전할 여유를 갖을 수 있다는 장점이 되겠습니다. 더불어 시즌 1의 경연과정에서 언론과 대중이 보여준 엄청난 관심과 다르게 정작 가요계에 정식 데뷔 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진 점도, 인디레이블을 선택하여 좀 더 자신만의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서브레이블인 '쇼파르뮤직'이 발표하는 첫 앨범인 김지수의 미니앨범은 '슈퍼스타K 2'의 종영 후 김지수를 기다린 팬들에 대한 선물이자, 뮤지션으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글오글한 제목의 첫곡 '명품노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능글맞은 그를 만날 수 있고, 이어지는 '너무 그리워'에서는 진솔한 가사에 맞게 '뽕끼'가 담긴 노래를 들려줍니다. 'Friday'에서는 좀 더 차분하고 진중한 음성을 들을 수 있고, 디지털 싱글로 먼저 공개되었던 리메이크 곡 'Chocolate Drive'에서는 젊음의 진취적인 기상을 전달하여 보컬리스트로서 김지수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인임에도 상당히 '맛깔나게' 부른다고 할까요?
'금방 사랑에 빠지다'는 향후 김지수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하는, 이 미니앨범의 유일한 자작곡입니다. 너무나 솔직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예쁘다, 아름답다, 섹시하다'고 찬사를 보내는 가사는 조금은 유치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한 가사는 어떤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다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는 젊음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 트랙인 '수수께끼'는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인 '요조'와 함께하는 듀엣곡입니다. 아쉽게도 김지수의 개성이 가장 드러나지 않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조는 비교적 자신의 페이스를 보여주지만, 김지수의 보컬은 곡에 맞춰가는 모습으로 내공의 차이가 좀 느껴진다고 할까요?
두 번의 경연 과정에서 엄청난 관심을 보여준 '슈퍼스타K'였지만, 경연 후의 관심은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우승자였던 '서인국'과 '허각'의 현위치를 생각한다면 '프로의 냉정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고 할까요. 사실 끼있고 실력있는 젊은 재능들은 대부분 여러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혹은 각종 가요제 및 인디씬을 통해 데뷔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슈퍼스타K는 그런 기존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비유하자면 슈퍼스타K는 고작 한 지역 고등학교에서 모의고사를 통해 순위를 결정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진짜 수능은 경연이 끝난 후 데뷔를 통해 시작일 뿐입니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인디레이블을 선택한 김지수는 그의 재능과 젊음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좀 더 탄탄한 음악적 바탕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구요. 이제 진정한 시작일 뿐입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그의 행보를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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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 - 100 Percent Reality
싱어송라이터이거나, 2인 이상인 밴드일 경우 밴드 내에서 작사/작곡을 모두 자급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뮤지션들이 절대다수인 인디씬의 전통에 비추어볼 때 뮤지션 '타루'의 솔로 활동은 독특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파스텔뮤직'에서 1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해체된 '더 멜로디'의 멤버로서는 뛰어난 가창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외에 작사/작곡에서의 활약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시 싱어송라이터들의 앨범을 발매해온 파스텔뮤직으로서도 '타루'의 솔로 활동은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한 것처럼, 아직 '원석'이라고 할 수 있던 그녀에게서 무리하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끄집어내어기 보다는, 솔로 활동과 그녀의 능력을 발현한 여유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바로 대중가요 제작 시스템처럼 그녀의 보컬로서의 능력을 빛나게 할 수있는, '재능있는 프로듀서'와의 작업이 그것입니다. 인디씬에서는 흔하지 않은 시도로, 타루가 '인디씬의 첫 아이돌'로 기록될 지도 모르는 사건이었고, 그 첫 결과물은 바로 EP 'R.A.I.N.B.O.W'입니다. 파스텔뮤직의 차세대 일렉트로니카 유망주 'Sentimental Scenery'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타루의 첫 EP는 그녀의 발랄함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그녀를 '인디씬의 요정'으로 거듭나게 하기에 충분했죠. '더 멜로디'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멋진 '음색을 내는 악기'에 가까웠다면, 비로소 타루로서의 매력을 뽑내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정규앨범에서도 파스텔뮤직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첫 정규앨범 역시 걸출한 프로듀서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펼쳐냈는데, 새로운 조력자는 바로 EP에서 'Yesterday'를 그녀에게 선사하였던 일본의 'Swinging Popsicle'였습니다. 그리고 Swinging Popsicle의 기존 곡들과 타루를 위한 새로운 곡들이 타루를 통해 재해석된 소리가 그녀의 첫 정규앨범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사에 참여하면서 '원석'의 연마도 게을리하지 않았죠.
싱어송라이터로서 '진정한 데뷔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100 Percent Reality'는 '여기서 끝내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개의 트랙 가운데, '여기서 끝내자'의 4가지 버전에 '여기서 끝내자'의 선율를 차용한 앨범의 intro를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5 트랙이 '여기서 끝내자'이기 때문이고, 이 앨범의 시발점은 바로 (끝내자는 제목만 생각한다면 아이러니 하게도) '여기서 끝내자'이기 때문입니다. 1집 활동 당시부터 그녀는 공연을 통해 자작곡을 들려주었고, 자작곡이 수록된 어쿠스틱 앨범에 대한 가능성를 비춰왔습니다. 그 자작곡이 바로 그녀의 두 장의 앨범과는 다른 감수성으로, 좀 더 어둡고 '역시 인디적'이며 더불어 '파스텔뮤직'답다고 할 수 있는 '여기서 끝내자'였고, 팬들의 환호는 당연했습니다.
2009년 8월 1집 'TARU'의 발표 후 약 22개월이 지난 2011년 6월 '100 Percent Reality'가 발표되었습니다. 제목처럼 100% 그녀의 자작곡들로 채워진, 또 제목처럼 좀 더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여기서 끝내자'로 시작해서 '여기서 끝내자'로 끝나는, '여기서 끝내자'를 위한 앨범이라도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CD 케이스에 담겨진 부클릿의 크레딧을 읽어본다면, 수록곡들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합니다. 크레딧의 'Produced by'에는 이 앨범의 주인공 타루와 더불어 익숙한 이름들인 '에피톤 프로젝트'와 'Sentimental Scenery'가 보입니다. 그리고 'Directed by'라는 익숙하지 않은 항목이 다음 줄에 위치하는데, 역시 낯설 수 있는 두 이름(이 글을 쓰는 저에게는 아니지만)이 보입니다. 바로 '정은수'와 '황보라'로, 본명은 낯설겠지만, 각각 'Misty Blue'와 '어른아이'의 여성 보컬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이 많을 법합니다. 타루와 더불어 과거와 현재의 '파스텔뮤직표 음악'을 대표할 만한 이름들이 이 앨범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살표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습니다.
앨범의 인트로이자, '여기서 끝내자'의 선율을 차용한 'Moment in Love'는 현악으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 껏 분위기를 살린 트랙입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OST에 수록된 연주곡 '冷静と情熱のあいだ(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애틋함을 담고 있고, 펼쳐질 이야기들을 맛보기처럼 들려줍니다. 공동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는 '에피톤 프로젝트'는 이 앨범에서 '여기서 끝내자'에만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트랙도 역시 그의 작품이 아닐까 하네요.
'지금이 아니면'은 '여기서 끝내자'와 가사로는 반대의 상황이지만, 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고 타이틀 곡 수준의 인기를 모을 만한 트랙입니다. 물론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절정에서 심금을 울릴 만한 타루의 보컬과 첼로 연주의 조화입니다. 하지만 곡의 시작부터 배경을 지지해주는 기타 연주에서는 '어른아이'의 숨결을 발견할 수 있을 법도 합니다. 이어지는 'Love Me'는 디렉터로 참여한 두 여성 뮤지션의 색채 사이에 있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쓸쓸한 연주는 '어른아이'를 닮아있고 소소한 가사는 'Misty Blue'의 어느 곡일 법도 합니다.
무려 네 가지 버전으로 수록된 '여기서 끝내자'는 당연히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짙은'의 '성용욱'과 함께한 Duet version이나 Solo version에서 피아노 반주위로 흐르는 타루의 탁월한 보컬과 그녀가 직접 쓴 애절한 가사는 단 번에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이 곡의 프로듀서 '에피톤 프로젝트'도 자신의 앨범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던 오케스트레이션은 이 곡에서도 소리를 풍성하며, 절정에는 '듣는 즐거움의 희열'까지도 선사합니다. 듀엣으로서 성용욱의 목소리는 개성을 표출하기 보다는 타루의 목소리를 알맞게 보좌해 줍니다. Band version은 아마도 팬들이 실제 공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소리에 가까운 버전이리라 생각됩니다.
'아이스크림가게, 팬시보이'는 의외로 말랑말랑한 곡에서도 재능을 보이는 프로듀서 'Sentimnetal Scenery'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 새침하고 발랄한 보컬과 가사는 타루가 좋아하고 리메이크까지 하였던 'Misty Blue'의 '날씨맑음'을 닮아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슈'는 약간 건조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역설적으로 Misty Blue의 '동경 센티멘탈 클럽'같은 곡을 떠올리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이슈'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타루의 관심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타루, Sentimental Scenery, 정은수, 황보라 모두 추모앨범 '그대 없는 그대 곁에'에 참여했다는 공통점도 있네요.) 독백적이면서 기도적인 화법은 역시 Misty Blue의 'Lullaby for Christmas'와의 접점이 들립니다.
뒤따라오는 두 버전의 '여기서 끝내자'를 제외한다면 '내 사람'은 실질적으로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라고 하겠습니다. 제목부터 직설적이지만 아름다운데, 몽환적이면서도 목가적인 보컬과 연주는 전반적으로 갈등과 고민으로 가득찬 이 앨범의 긴장을 이완시킵니다. 너무나 행복한 기운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른아이'의 두 번째 앨범 어딘가에 배치되어도 잘 어울렸을 법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100 Percent Reality'는 타루에게 오랜 기다림 끝에 진정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발자국을 찍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파스텔뮤직에게는 타루라는 씨앗의 싹을 키우는 자양분으로서 수년간 레이블이 쌓아온 시스템과 노하우를 시험하는 첫 무대가 아닐까 합니다. 인디 뮤지션으로서는 드물게 독특한 과정을 거쳐 두 번째 정규앨범까지 발매하게 된 타루의 행보는 파스텔뮤직이 아니라면 하지 못했을 과정이었구요. 이제 싱어송라이터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할 그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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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단상 chapter. 3 - Follow You Follow Me
2 장의 CD로 끝난 줄로 알았던 '파스텔뮤직'의 연작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이 세 번째 이야기가 늦은 봄, 5월에 발매되었습니다. 앞선 두 장의 앨범처럼 얼마나 탁월한 사랑 노래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지만, 더욱 기대하게 하는 점은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을 소개할까 였습니다. 앞선 앨범들에서 탁월한 실력의 뮤지션들인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와 '센티멘탈 시너리(Sentimental Scenery)'가 소개되었던 것처럼 말이죠. 수록곡 목록을 살펴보면 'Casker'나 '파니핑크'처럼 친숙한 이름들도 보이지만, 역시 낯선 이름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Casker'도 'Juno'와 '융진'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한 곡 한 곡, 그리고 한 뮤지션 한 뮤지션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할 듯합니다.
앨범을 여는 첫곡은 일렉트로니카 듀오 'Casker'의 'Juno'가 들려주는 연주곡 'Stay with you'입니다. 친숙한 느낌의 비브라폰 연주는 어린 시절 어떤 영화의 오프닝을 보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그 영화 속에서는 신비하고 낯선, 앨범 자켓처럼 대관람차도 있는, 놀이동산이 등장할 법합니다. 정겨운 비브라폰의 울림은 그 놀이동산에 대한 동경을 불러오고 하프와 윈드차임의 음색은 신비감을 더합니다. 하지만 그 멜로디는 정겹지 않고, 오히려 쓸쓸함과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라도 숨어있는 것일까요? 슬픈 사랑의 추억이 서린, 낯선 놀이동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크리스마스 컴필레이션에도 참여했던 '러블리벗'은 '그 손, 한번만'으로 다시 만납니다. 이번에도 객원보컬의 목소리를 빌렸는데, 이번에는 여성이 아닌 남성보컬 '강현준'이 참여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가수 '성시경'이 떠오르는 목소리인데, 러블리벗이 쓴 곡과 가사도 어쩐지 성시경과 여러 곡을 히트시켰던 '윤종신'의 곡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객원보컬로 더 잘 알려진 '이진우'는 '스무살'로 찾아왔습니다. '스무살'이라는 제목에서 '이장혁'의 '스무살'이나 '푸른새벽'의 '스무살'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진우의 '스무살'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할 만한 하드보일드한 '스무살'이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속 전형적인 주인공처럼 멜랑콜리한 '스무살'이 아닙니다. '진짜 스무살들'이 공감할 만한 유행에 민감하고 사랑에 고민하는, 보다 진솔한 스무살입니다. 게다가 매력적인 그의 저음과 어우러져 뭇여성들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합니다.
가을 낙옆을 밟으며 시를 읊는 신사의 모습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하는 '이별을 걸으며'는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가족 '헤르쯔 아날로그(Herz Analog)의 곡입니다. '김연우'와 '김동률' 사이 어디 즈음에 있을 법한 음색의 보컬과 역시 '유희열'과 '정재형' 사이에 위치할 법한 진행의 곡이 조우한 느낌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가요의 황금기였다고 할 수 있는 1990년대에 대한 그리움과 오마주가 느껴집니다. 이 쓸쓸한 독백은 봄의 찬란한 햇살부터 겨울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원까지,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고독함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법합니다.
얼마전 데뷔 EP 'So Sudden'을 발표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Hee Young'은 'Buy Myself A Goodbye'로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줍니다. 자신에게 이별을 사준다는 표현이나, 사랑을 지우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게 될 모습을 잔디를 태우고 그 위에 씨를 뿌리는 모습에 비유한 그녀의 표현력은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영어 가사이지만, 그녀의 음색이나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이별의 아픔이 전달됩니다. 데뷔 EP와는 다른 접근 방법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이 곡을 들으면서 Hee Young, 그녀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져만 가네요.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가족인 '그로칼랭'은 'Lisa'라는 제목의 연주곡으로 첫인사를 합니다. 아마도 프랑스어 그로칼랭(Gros-Calin)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Nu-Jazz를 들려주는 밴드라고 합니다. 힙합 비트와 어우러진 피아노와 트럼펫 연주는 차갑고 세련된 도시의 야경을 상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는 고독함이 느껴집니다. 'Lisa'라는, 어떤 영화 속 어떤 화류계 여인의 가명 정도로 어울릴 제목이 붙여진 점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차가움이나 쓸쓸함과는 역설적으로 '그로칼랭'은 프랑스어로 '열렬한 포옹'을 의마한다고 하며, 소설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열렬한 포옹'이 그려내는 도시의 차가운 쓸쓸함,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서로에게 낮선 타인들이기만한 도시인들의 사랑에 대한 갈증이 느껴집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듀오 '파니핑크'는 모순적인 제목의 '밤은 좋고 그래서 나쁘다'로 chapter 1에 이어 출석을 합니다. 컴필레이션 'Save the Air'에서 댄서블한 트랙 'Love is You'으로 놀라게 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원래의 서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왔기에 정체를 알 수가 없네요. 밤의 정적 위로 흐르는 슬픔의 심경을 탁월하게 전달합니다. 밤의 차분함은 성찰의 시간을 갖을 수 있어서 좋지만, 그래서 감정을 자극하고 슬픔을 돋구기에 나쁘기도 합니다.
오프닝을 담당했던 'Juno'는 역시 이 앨범에 참여한 '이진우'와 합심하여 '이런 날'로 Casker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봄날 사랑에 빠진 싱숭생숭한 기분은 세 박자(혹은 여섯 박자)로 진행되는데 서양음악의 왈츠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 국악의 굿거리 장단으로 들리기도 하네요. 그렇기에 이 곡의 뮤지컬 속 독백같은 분위기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가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모습을 연상되고, 동시에 우리의 고전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성춘향'에게 연심을 품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역시 파스텔뮤직의 신예인 '알레그로'는 'Love Today'를 들려줍니다. 가볍고 편안한 모던락 넘버로 미성의 보컬과 탁월한 멜로디는 '언니네 이발관'의 어떤 곡을 듣고 있는 느낌입니다. 충분히 90년 즈음의 모던락을 떠올릴 만큼 복고적이지만, 밴드 사운드에 전자음이 어우러지면서 전자음만으로 이루어진 요즘 가요들과 대비되어 오히려 신선하게 들립니다. 남성 보컬이지만 조근조근한 분위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하지만, 충분히 향후 활동을 기대하게 합니다.
'재회'는 '헤르쯔 아날로그'의 연주곡으로 앞선 '이별을 걸으며'와 이어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얼굴을 다시 만나게된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스쳐가는 추억과 만감, 그리고 타인처럼 스쳐갈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그려내는 곡이 아닐까요.
평범하지만 뮤지션의 이름으로는 독특한 이름인 '옆집 남자'는 '봄바람에 부른다'를 들려줍니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수필처럼 이야기를 풀어가는 음성과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어떤 면에서 '윤종신'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찬란한 봄날의 이야기는,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속 일상처럼 소소하면서도 '눈물이 날 만큼의 찬란함'과 '어쩔 수 없는 쓸쓸함'이 담겨있습니다. 가사 '너의 봄바람은 날 향해 부는지...'는 이 앨범 'Follow You Follow Me'의 주제를 함축하여 담고 있는 가사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곡 'Stay With Me'는 Casker의 보컬 '융진'의 곡입니다. Juno의 곡에서 'You'가 'Me'로만 바뀐 제목인데, 그 유사성처럼 같은 멜로디를 기반으로 다른 연주를 들려줍니다. 앨범 자켓의 대관람차처럼 결국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서 '수미상관'을 이룹니다. 하지만 'Stay With You'는 다른 비장함과 비밀스러움이 느껴집니다. 그 사랑과 이별의 한 바퀴를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우리말에서 만남과 헤어짐의 인사말이 똑같이 '안녕'이듯, 이 컴필레이션은 사랑에서 그 '안녕'의 순간들(처음이든, 혹은 끝이든)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빛바랜 느낌의 앨범 자켓처럼, 이제 빛바랜 추억으로 남았을 사랑 이야기들을 오밀조밀 담아낸 컴필레이션이 또 있었던가요? 새로운 얼굴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더불어 또 다른 '사랑의 단상'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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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 - So Sudden
뉴욕(New York) 브루클린(brooklyn)에서 날아온 사진엽서, 'Hee Young'의 데뷔 EP 'So Sudden'.
'Hee Young', 우리말로는 '희영' 즈음이 될 이름이로, '희영'이라는 이름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이름이거나 혹은 누구나 주위에 한 사람 정도는 갖고 있을 만큼 흔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희영'이라고 발음하지만, 'Hee Young'이라고 쓰여지는 이름의 주인공은 무척이나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대표 인디 레이블 가운데 하나이자, 해외 인디 레이블의 음반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의 홈페이지에서도 당당히(?) 해외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그녀이기에 더욱 그렇겠습니다.
해외 뮤지션면서도 최근에 한국에 거주하면서 각종 국내 페스티벌에 등장하여 국내 뮤지션과의 경계를 무너뜨린 'Lasse Lindh'와 같이 정말 흔하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당연히 해외 뮤지션이기에 국내에서 활동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떤 인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단지 지난 겨울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Merry Lonel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에 수록된 리메이크 곡 "I hate Christmas parties"로 국내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크(chic)한 뉴요커(New Yorker)가 아닌 떠난 사랑에 마음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뉴요커의 모습이었죠. 그리고 뮤지션으로서도 매우 기대되는 첫인상이었습니다.
그렇게 해가 지나고 그녀의 이름이 흐릿해질 때 즈음, '너무나 갑자기(So Sudden)' 그녀의 데뷔 EP가 발매되었습니다. 좋은 첫인상이 없지만 그녀의 곡이 아닌 리메이크였기에, 첫인상과는 다른 그녀의 모습을 또 '너무나 갑자기' 만나게 될까 조심스레 앨범을 열어봅니다.
첫곡 "Are You Still Waiting?" 꽤나 친숙한 기타 연주로 시작됩니다. 기타코드의 유사성 때문인지 'Russian Red'의 인상적인 "Cigarettes"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교태로운 코러스와 더불어 왠지 해외 뮤지션의 곡이라는 기분이 들게 하네요. 간결하지만 조밀한 진행은 활기찬 뉴욕의 모습을 떠올린다고 할까요? 빨리감기로 뉴욕 어느 거리의 인파와 교통의 흐름을 보고있는 기분입니다. 그 활기찬 거리의 분위기만큼이나 생기넘치면서도 수줍은 사랑을 노래합니다.
타이틀 곡 "So Sudden"은 분위기를 달리하여 진지한 이별 노래입니다. 피아노와 기타가 함께하는 멜로디는 영화 '뉴욕의 가을'에서 봤을 법한, 단풍이 아름다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의 산책을 꿈꾸게 합니다. 하지만 그 산책은 외로운 발걸음입니다. 그 쓸쓸함은 앨범 자켓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와 그,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인데, 자세히 보면 그녀의 왼손은 그의 등을 쓰다듬고 있지만, 그의 오른손은 그녀의 등에서 어색하게 떨어져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테두리로만 그려져 있어서, '환상'이나 '유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사를 생각한다면... 네, 그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노래는 그렇게도 서글픕니다.
이어지는 "Do You Know"도 쓸쓸함이 그득합니다.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로 읊조리는 가사는 서글픔보다는 체념이 담겨있고, '-der'와 '-ders'로 맞춘 각운은 씁쓸한(bitter) 화자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듯합니다. "Solid on the Ground"는 단촐한 연주이지만 흥겨운 멜로디가 분위기를 띄우는 곡입니다. 첫 곡에서 'watet molecules', 'evaporating'이나 이 곡에서 'solid'같은 단어의 선택은 Hee Young이 물리학이나 과학 전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하게합니다.
"On the Wall"은 마지막 곡으로 3분이 되지 않는 짧은 구성으로 앨범을 닫는 역할을 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면서 그녀의 정규앨범을 기대하게 합니다. 다음으로는 "Are You Still Waiting?"는 "So Sudden"의 우리말버전이 담겨있는데 바로 한국판을 위한 특별한 선물입니다. 영어 노래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어감이나 감정 표현의 차이 때문에 어색해지기 쉬운데, 두 곡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So Sudden"의 경우에는 일부러 모든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하기보다는 일부는 영어로 남겨두어 완벽한 감정 전달을 들려줍니다. '바람직한 번역의 예'라고 할까요?
'Hee Young'의 그녀의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들이 담긴, 사진엽서같은 노래들은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중복되는 곡을 제외하면 총 5곡의 짧은 EP이지만, 'Hee Young'이라는 이름을 가진 뮤지션이 탁월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인상을 남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성 뮤지션이라면 'Priscilla Ahn'이 먼저 떠오르겠고, 좀 더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Susie Suh'도 떠올릴테지만, 이제 'Hee Young'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야겠습니다. 언제가 있을지도 모를 그녀의 내한 공연과 정규앨범도 슬며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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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 28
작년(2010년) 1월에 발표된 '옥탑라됴'로 가장 뜨거운 여성 듀오로 올라선 '옥상달빛'이 큰 기대 속에 2011년 4월 첫 정규앨범 '28'을 발표했습니다. '28'이라는 앨범 제목은 84년 생 동갑내기 두 멤버, '김윤주'와 '박세진'의 올해 나이와도 같은 숫자입니다. 밴드 '10cm'의 발음 '십센치'를 발음할 때 주의가 필요하듯, 28(이십팔)의 발음도 요주의입니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은 'Dalmoon'입니다. 'dalmoon'은 옥상달빛의 클럽 주소이기도 한데, 우리말로 '달문'은 '달무리'의 사투리이기도 합니다. 피아노 연주에 이어지는 기타연주는, 대지를 촉촉히 적시던 비구름을 지나 모습을 드러낸 은은한 달빛을 떠오르게 합니다. 편안한 보사노바 연주와 두 멤버의 아름다운 화음이 돋보입니다.
데뷔 EP '옥탑랴됴'의 첫 곡부터 '안녕'을 고하던 두 사람이 이제는 어쩐일인지 '안부'를 묻습니다. 흥겨운 왈츠의 세박자와 '박세진'이 또렷히 선창하고 '김윤주'가 아련하게 되받는 구조는 친근한 동요를 떠오르게 합니다.
'없는게 메리트'는 이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제목에서부터 EP의 '하드코어 인생아'처럼 '88만원 세대의 애환'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잔잔한 모던포크 여성 듀오의 입으로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가는 뜬 구름같은...'이라는 충격적인 한 줄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하드코어 인생아'의 임팩트를 기대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없는게 메리트'에서는 오히려 발랄한 멜로디로 88만원 세대의 '찬란한 슬픔'을 희망으로 바꾸려했다면 큰 욕심이 아니었을까요? 해학을 담으려했던 '없는게 메리트, 있는게 젊음'이라는 가사는 'A는 B이고 C는 D이다'라고 문법적 해석을 생각한다면 '메리트는 없고 젊음은 있다'라고 들리기까지 합니다. 분위기 환기에는 성공이지만 메시지 전달에는 실패입니다. 이 곡은 정말 '메리트'가 없네요.
평이하고 무난한 사랑노래 '보호해줘'를 지나 '그래야 할 때'는 오히려 이 앨범을 대표할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 EP에서 김윤주의 보컬이 두드러졌다면 이번 정규앨범에서는 반대로 박세진의 보컬이 두드러지는 경향인데, 이 곡 역시 그렇습니다. '안부'처럼 박세진이 주고 김윤주가 받고 결국 같이 부르는 진행은 지난 EP의 'Another Day'나 '외롭지 않아'처럼 여성 듀오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하모니를 들려줍니다. Azure Ray가 떠오르는 건 저 뿐인가요?
앨범 제목은 '28'이지만 앨범에는 같은 제목의 곡은 없고, 대신 3이 줄어든 '25'이 있습니다. EP의 '가장 쉬운 이야기'처럼 친구들과 함께했고 잡담까지 포함된 원테이크(one take) 트랙으로 앨범 제작비 절감을 위한 두 멤버의 눈물겨운 노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장 쉬운 이야기'의 메시지를 생각한다면 '25'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두 멤버가 만났던 25세의 시작을 노래할지도 모르겠지만, '25'을 '28'에 담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이 앨범 전반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을 생각한다면, 이 앨범의 제목을 '25'로 하고 두 멤버가 27세에 발표한 EP '옥탑랴됴'보다 2년 앞서 '진짜 25세때' 발표했다면 좋았을 법합니다.
'수고했어, 오늘도'는 '피로를 풀어주는' 모 음료처럼 달달한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가장 짧은 곡이지만, 아마도 두 멤버가 88만원 세대에게 전하려고 했던 위로의 메시지가 가장 간결하면서도 또렷하게 담겨있는듯 합니다.
'똥개훈련'은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을 법한 어린시절의 강아지에 대한 추억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잔잔하게 추억을 되세기는 시작은 좋지만, 애처로움을 극대화하려는 후렴구는 어쩐지 우습습니다. 순수한 아이의 똥개훈련이 아닌 악랄한 아이의 강아지를 괴롭히기 위한 사탕발림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면 너무 색안경일까요?
'고요한'은 역시 여성 보컬의 장점이 빛나는 곡입니다. '피아노와 현악'의 사기스러운 조합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보컬을 더욱 빛나게 하고, 여성 보컬과 만나면 그 장점이 더욱 빛나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곡이 들려주는 분위기와 구성은 이 듀오의 본래적인 분위기라기 보다는 빌려온 느낌이 강한데, 개인적으로는 'Alice in Neverland'의 첫 앨범에 수록되었고 '장필순'이 불렀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가 떠오르네요.
'옥탑라됴2'는 바로 EP에서 두 멤버의 재치가 빛났던 '옥탑라됴'의 후속편입니다. 역시 두 멤버가 주고 받는 입담과 자화자찬이 재밌습니다.(더불어 이 듀오의 '라디오 방송'에 대한 욕심이 조금은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전작처럼 역시 다음 트랙으로 이어집니다.
이어지는 '정말 고마워서 만든 노래'는 제목 그대로 두 멤버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담고 있습니다. 앨범의 마지막 '그래야 할때 (string version)'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랙입니다. 앞선 원곡이 어쿠스틱이었기에 'string version'이라 하면 현악 편곡으로 보컬에 현악 연주를 더한 곡을 생각하는게 보통인데, 이 트랙은 제목 그대로 '현악으로만' 진행되는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분명 듣기 좋은 트랙이지만, 앨범 전체를 생각했을 때는 의도를 알 수가 없네요.
최근 주목을 받은 후속작 가운데 이렇게나 '소포모어 징크스'가 철저하게 느껴질 만한 앨범이 있었던가요? 기교적인 면에서 여성 듀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지만, 앨범의 구성과 메시지는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개별적으로 들으면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앨범의 각 곡들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그 접근 방법은 너무나 산만하여 앨범을 관통하는 일관성이 들리지 않습니다. EP '옥탑라됴'의 임팩트가 남긴 흔적은 너무나 흐릿합니다. 별점은 3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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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al Scenery - Soundscape
오랜 기다림 그리고 새로운 시작 'Sentimental Scenery(센티멘탈 시너리)'의 'Soundscape'.
예상 밖의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첫 정규앨범이 이렇게나 지연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센티멘탈 시너리는 디지털앨범으로 활동하다 파스텔뮤직 합류 이후 2008년 '타루'의 EP를 프로듀싱하고 2009년에는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의 단상 2'에 참여 및 기존 음원들에 신곡을 추가한 스페셜 앨범 'Harp Song + Sentimental Scene'을 발표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게 했죠. 더불어 광고음악으로도 만나면서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습니다. 하지만 '신곡 가득'한 기대를 채워줄 정규앨범의 소식은 2010년 한 해가 다 지나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4월, 드디어 정규앨범 'Soundscape'이 발표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지난 스페셜 앨범의 연장선 위에 있는, 독특한 일러스트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그래픽 아티스트 'Marumiyan'의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여러 뮤지션들의 앨범이 그의 일러스트로 멋지게 꾸며졌고, 국내에서는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인 '짙은'의 앨범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스페셜 앨범을 소장하고 있다면, 바로 부클릿에서 채색만 다른 일러스트가 실렸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앨범을 여는 'Spring Breeze'는 따뜻한 '봄의 미풍'을 의미하는 제목과는 다르게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시작합니다. 애수에 찬 피아노 연주와 스트링은 청자의 신경을 사로잡을 만큼 인상적입니다. 'Paris Match'의 'Mizuno Mari'가 보컬로 참여했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앨범 부클릿을 살펴보면 11번 트랙인 Moonlight를 재구성(Reconstitution)했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Moonlight'를 위해 녹음한 보컬 트랙을 변조하거나 거꾸로 재생시켰나 봅니다.
'Tune of Stars'는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트랙입니다. 앞선 트랙이 일본의 Mizuno Mari가 참여한데 이어, 이 곡에서는 미국 브루클린에서 활동 중이며, 얼마전 국내에는 파스텔뮤직을 통해 EP를 발표한 'Hee Young'이 참여하여, 이 앨범이 '글로벌 프로젝트(?)'가 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EP에서 들려준 매력과는 다른 달콤한 보컬은 이 곡에 잘 녹아들어, Soundscape라는 청각과 시각이 합쳐진 공감각적인 타이틀만큼이나 공감각적인, '별들의 선율'을 의미하는 제목의 이 곡을 반짝반짝 빛나게 합니다.
'Childhood'는 유년기에 대한 동경이 느껴지는 연주곡으로,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 된 흐름은 SS의 뉴에이지 경력을 떠오르게 합니다. 반짝반짝하는 밤하늘을 포착한 앞선 곡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스트링이 아름답습니다.
오랜만에 '센티멘타루(SentimenTaru)'의 재결성인 'Brand New Life'는 '타루'와 함께한 이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타루와 함께하는 SS는 언제나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나 익숙한 타루의 음성은 이 곡이 SS의 앨범이 아닌 그녀의 앨범 수록곡으로 느껴지게 한다는 점입니다.
'Glory Days'는 준수한 SS의 보컬이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음악적 풍광'을 의미하며,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적인 타이틀과는 또 다른 처음 4개의 트랙들이 다분이 '시간적인(봄, 유년기,삶, 나날들)' 제목을 달고 있는 곡들이 많은 점은 흥미롭습니다. SS가 표현하고 싶은 Soundscape는 '인생을 담은 파노라마'일까요?
'Heavenly Sky'는 주로 '에피톤 프로젝트'와 호흡을 맞춰오던 '심규선'이 참여했습니다. 'Soundscape'의 발매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에 사용되었던 바로 그 곡으로,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통해, 제목처럼 '상쾌한 하늘'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만한 임팩트가 느껴지네요.
앨범 제목과 동일한 'Soundscape'에서는 '얼후' 연주가 매력적인 연주곡입니다. 우수에 찬 바이올린 만큼이나 서글픈 선율을 들려주는 얼후는 동양적인 감성을 들려주면서도 피아노, 드럼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째즈의 분의기를 자아냅니다. 동양적인 감수성과 서양적인 화법이 만나는 지점에 Soundscape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해금' 같은 악기와 협연하였다면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 지네요.
'Blingbling'은 이미 너무 익숙한 트랙이죠? 바로 광고을 위해 만들어졌던 곡으로 약 2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들어도 신선한 느낌이 듭니다. 다만 이 앨범이 더 빨리 나왔다면 이 곡이 더 빛나지 않았을까 하네요. 2009년에 SS와 타루가 각각 보컬을 담담한 두 가지 버전이 공개되었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타루와 함께한 버전이 수록되었습니다.
'Ashes of Love'는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2'에 수록되기도 했던 곡입니다. 뜨겁게 불타오른 사랑이 지난간 자리에 남은 '사랑의 재', 사랑의 재는 사랑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완전히 불타오르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그 재 속에서 다시 부활한다는 '불사조'처럼 말이죠.
'Lost Paradise'는 제목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잃어버린 천국'을 그려냅니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치는 풍경들, 투명한 유리구슬 넘어 보이는 맑게 일그러진 모습들, 희미한 기억속에 드리운 문발을 넘어 햇볕을 등진 그림자들...가까이 있지만 잡을 수 없는 환영들이 스쳐갑니다.
'Moonlight'는 Mizuno Mari가 '제대로' 참여한 트랙입니다. 시를 읇는듯,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휘둘리지 않는 '차분한 절제의 미덕'이 담긴 Mizuno Mari의 목소리는 고즈넉한 '달빛(Moonlight)'처럼 차가운 빛을 발산합니다. SS를 일본인 뮤지션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곡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 하겠네요.
앨범을 닫는 트랙은 제목 그대로 마지막을 의미하는 'Finale'입니다. 절정으로 치닫는 화려한 사운드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곡은 SS가 창조한 'Soundscape'의 절경을 그려냅니다. 지구 한 귀퉁이에서 부는 '봄의 미풍(Spring Breeze)'로 시작하여 우주적인 대폭발, '수퍼노바(Supernova)'로 확장되는 Soundscape의 여행은 아름답습니다.
오랜 기다림을 배신하지 않는 12개의 트랙으로 찾아온 'Soundscape'는 센티멘탈 시너리가 지향하는 Sentimental Sound의 연장선 위에서 새로운 확장을 보여줌이다. 지난 스페셜 앨범과는 달리, 'Paris Match'로 유명한 일본의 'Mizuno Mari'와 한국계이지만 파스텔뮤직에서도 해외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Hee Young', '에피톤 프로젝트'와의 합작으로 검증된 '심규선', 그리고 센티멘탈 시너리와의 궁합이 검증된 '타루'까지 다양한 음색의 객원보컬들을 적극 활용하여,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한미일' 국제적인 스케일로 해외 진출의 가능성도 담아냈습니다.
첫 정규앨범, 아직 20대인 센티멘탈 시너리에게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데뷔 초기에 한국을 뛰어넘는 사운드로 일본인 뮤지션으로 오해를 샀던 센티멘탈 시너리, 이제 활발한 활동과 함께 그의 재능을 만개하여 한국을 넘어 해외까지 알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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