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오수경 - 파리의 숨결

인상적인 데뷔 앨범을 남기고, 리더의 유학으로 긴 휴식에 들어갔던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이 두 번째 정규앨범을 2015년 8월에 발표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었기에 최근에야 발표 사실을 알았고 들어보았네요.

앨범 자켓부터 살펴보면 1집 "Salon de Tango"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파리의 숨결"이라는 타이틀처럼 '파리(Paris)'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의 날씨처럼 구름 낀 하늘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물에서는 묘한 평화로움이 느껴지네요.

앨범을 여는 '오라투와'는 프랑스어 'oratoire'로 '기도실'을 뜻합니다. 제목만으로는 경건한 느낌이 들지만, 흥얼거림과 간결한 연주에서는 경건함보다는 미묘한 긴장과 비밀이 느껴집니다. 기도실에서 기도와 함께 홀로 독백하는 '비밀 이야기'가 아닐까요? 제목처럼 1집을 아우르는 '탱고'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슬픈로라'는 제목처럼 쓸쓸하고 애처러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합니다. 악기가 하나하나 추가될 수록 연주는 감정의 흐름은 거세져서, 절정을 향합니다. 2분이 되지 않는 짧은 트랙으로,  짧지만 강렬하고 슬픈 꿈과 같은 곡입니다. 기타리스트 'Joon Smith'와 함께한 '파리의 숨결'은 파리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악사'가 연주할 법한 흥겨운 기타 연주로 시작합니다. 방랑 혹은 유랑 악단을 떠오르게 하는 기타와 아코디언의 조합은,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낭만과 고독, 그리고 비애를 담아냅니다.

'장난감 병정의 비행'은 처음 듣지만, 들어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트랙입니다. 장난감 병정을 연상시키는 태엽 돌아가는 소리와 어린 시절의 묘한 기억을 떠올리는 오르골 소리로 시작해서 부드러운 현악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탱고'가 테마였던 지난 앨범과는 확연한 차이를 들려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드러운 낭만은 어쩐지 밴드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였던 'Alice in Neverland'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어지는 네 트랙 '놀이동산', '원더랜드', '뮤직박스', '회전목마'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했던) 리더 오수경이 밴드를 결성하기 전에 발표했던 소품집 "시계태엽 오르골"를 통해 발표했던 곡들로, 이번 앨범을 통해 4중주로 되살아 났습니다. 첫 세 트랙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곡들이기에, 한 가지 테마를 갖고 진행되던 전작과는 비교가 되면서, 이 앨범을 '소품집'처럼 들리게 합니다.

앞선 '장난감 병정의 비행'에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 '놀이동산'은 '어린 시절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던 놀이동산에 대한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따스한 곡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원더랜드'의 시작은 손님이 모두 떠나고 불도 꺼진 놀이동산처럼 처량한 느낌을 줍니다. 어린 시절 꿈꾸던 '원더랜드'는 결국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닳게 되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떤 '상실감'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또 다른 '현실 속의 원더랜드'를 찾게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

'뮤직박스'는 1분이 조금 넘는, interlude라고 할 수 있는 트랙으로, 현악 덕분인지 원곡과는 꽤 다른 느낌입니다. 원곡은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꽤나 쓸쓸한 분위기가 강했는데, 새로운 편곡의 뮤직박스는 우아하고 고풍스럽습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트랙 '회전목마'도 기묘한 분위기였던 원곡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홀로 도는 텅빈 회전목마'는 느낌인데, '모든 열정이 식어버린 뒤 남은 집착의 광기가 불러온 새드 엔딩'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독특합니다. '뮤직박스'와 '회전목마', 두 곡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여러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조영욱' 음악감독의 디스코그라피가 떠오르게 하는 점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으로 진행되었던 데뷔앨범과는 달리, 수록곡들의 다양한 분위기 때문에 정규앨범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는 '소품집'의 느낌이 강합니다. 더구나 수록곡의 절반이 리메이크된 곡들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밴드 '살롱 드 오수경'의 새 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충분히 기다림의 선물이 될 만한 곡들이고, 전작의 탱고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일반 청자들에게도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곡들입니다. 이제 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공연'이 아닐까 하네요. 별점은 3.5개입니다.
2016/07/05 15:38 2016/07/05 15:38

드라마 '닥터스'의 아이러니

흥행보증 수표라고 할 만한 두 배우 '김래원'과 '박신혜'를 내세운 '의학(이라고 쓰고 판타지라고 읽는다) 드라마' "닥터스"를 잠깐 보았는데,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원장(배우 엄효섭)과 부원장/신경외과(NS) 과장(배우 장현성)이 진료부 회의에서 맞붙는 상황이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원장 : 작년에 230억 적자가 났는데. 신경외과 매출이 꼴지다 분발해 달라. 수입 증대를 위해 노인의료센터(?)를 만들겠다.

부원장/NS과장 : 아니다. 장기이식센터가 의학발전에 도움이된다. 작년에 병원은 적자였지만 부대수익으로 1000억 흑자가 났지 않느냐.

원장 : 병원이 의료로 이익을 내야지, 부대사업으로 연명하면 쓰겠는가?

드라마는 원장을 '지잡대 의대 출신으로 실력 없지만 혈연으로 원장자리에 앉은 돈에 눈이 먼 의사'로 대놓고 비하하려고 한다. 그에 반해 부원장은 의로운 인물로 만드려고 애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의사나 의료인 혹은 관련 전문가라면 좀 이상하다고 느낄만 하다. 부대수익이 아닌 의료수익으로 흑자를 내서 병원을 운영해야한다는 '악역' 원장의 말은 어디를 봐도 흠잡을 부분이 없다. 병원도 기업이고, 기업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정직한 생산활동으로 정부의 지원금/보조금 없이 자생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닌가?(사회적 기업 타령하는 좀비들은 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오히려 의로운 사람으로 보이는 부원장의 말은 이상하다. 충분히 부대사업 수익으로 병원을 운영하자는 뉘앙스로 들리는데, 이건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료민영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를 옹호하는 발언이다.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사안인데, 결과가 바르다면 과정은 바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정을 섞어서 교묘하게 옳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여러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뒷통수를 치는 악역으로 자주 등장했던 배우 '장현성'인데, 역시나 교묘하게 시청자들의 뒷통수를 치고있다.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작가가 영리하게 의도하였을까? 아니면 그냥 멍청한걸까?
2016/07/04 22:52 2016/07/04 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