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파스텔뮤직과 향뮤직의 초대로 '데이먼 & 나오미(Damon & Naomi)'의 내한 공연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 밴드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미국의 인디 드림팝 밴드라고 하네요. 장소는 홍대 놀이터 옆 'Cargo'라는 클럽이었어요.
약 3시간이 조금 넘는 공연 동안 게스트로 '불싸조'와 '속옷밴드'가 등장해 한 시간 반 정도를 채워주었습니다. 각각 다른 곳에서 보았지만 두 밴드 다 이번에 두번째로 보게되는 공연이었어요. 불싸조는 여전히 정신 없지만 멋진 곡들을 들려주었고, 속옷밴드는 보컬이 없는 5인조답게 국내 밴드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웅장하고 꽉 찬 느낌, 한 마디로 '스펙터클'한 곡들을 들려주었지요.
드디어 등장한 '데이먼 & 나오미'는 일본 밴드 'GHOST'와 함께 연주하며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참 좋더군요. 어떻게 들으면 '푸른새벽'의 느낌도 조금 나구요. 뭐, 푸른새벽과는 다르게 남성 보컬 '데이먼'씨의 보컬이 비중이 큰 편이긴 하지요. 상당히 편하면서도 서정적인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나오미'씨가 큰 움직임 없이 연주하고 노래하는데에 반해, '데이먼'씨는 기타를 연주하며 가볍지만 열정적인 몸 동작까지 보여주었어요. 왠지 연륜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앵콜 시간에는 폭우로 인해 갑자기 홍대 일대가 정전이 되는 사태가 있었어요. 하지만 손전등과 라이터, 핸드폰에 의존하여 공연하는 열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이크 뿐 만아니라 기타, 베이스들도 전기가 없으면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데, 다행히 데이먼씨는 통기타였지만, GHOST의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멤버는 소리가 잘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주를 하는 열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다시 느끼게 할 수 있는 정말 멋진 공연이었어요.
정전으로 컴컴한 가운데에도 나오면서 CD를 한장 구입하는 센스는 잊지 않았지요. 2005년 신작과 GHOST와 함께한 앨범, 2가지가 있었는데 저는 GHOST와 함께 앨범을 구입했습니다. 수입앨범인데도 비교적 싸게 13000원에 팔고 있었는데 파는 분이 잔돈이 부족하고 저에게는 만원짜리 2장과 천원짜리 2장 밖에 없었기에 12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나 싸게 저에게 CD를 넘겨주신 파스텔뮤직 관계자 분께 감사를...^^
지금 어제 한 CD를 듣고 있는데 역시 좋지만 Live만한 느낌은 나지 않네요. 역시, 그래서 제가 공연장을 자꾸만 찾게 되나 봅니다. 아쉽게도 제 여정도 얼마남지 않은 듯합니다. 한동안, 아니 꽤 한참이나 떠나있어야 할 것 같네요.
2005/06/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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