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있었다.


"와, 바다야! 정말 오랜만이야!"

"응. 나도 정말 오랜만이네. 겨울바다는"

"와아~"

"신발 조심하라구."

"벌써 조금 젖었어."

"어떤 사람은 여기를 '바다의 끝'이라고 했어."

"바다의 끝?"

"응. 아마 바다의 입장에서는 육지와 만나는 이곳이 끝이겠지."






"난, 언제나 타오르던 사랑이 결국 차갑게 식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만 해왔어."

"그럼, 사랑이 타오르게 하지마."

"타오르지 않게?"

"그런 차가운 사랑도 있지 않을까?"

"차가운 사랑이라. 어떤 걸까?"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타오르게 할 연료가 바닥나면... 그땐 죽는 거야."

"죽는 건, 너무 과격하잖아."

"그게 진짜였다면. 그렇다면 해볼 만 하지 않겠어?"

"그럴까?"





"있잖아."

"응? 잘 안들려!"

"있잖아, 내 '끝'이 되어줘. 날아가지 않을게."

"끝이란 없어. 단지 시작만이 있는거야!"

"시작만? 응."

"날아가든 날아가지 않은 상관없어. 그게 운명이라면."

"응. 운명이라면."

"넌, 나에겐 모든 시작인 걸!"

"응. 나에게 너도."

"(널 만나서 너무 기쁘고 널 알아서 너무 슬퍼.)"

"뭐라고? 잘 안들려."

"아니야."

"그럼 우린 바다의 끝에서 시작인 거네!"

"응. 바다의 끝에서."

당신을 만나서 가장 기뻤고 당신을 알아서 가장 슬펐습니다.